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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단독] 스토킹 논의 한번 없이, 법무부 젠더폭력 특위 ‘활동종료’

등록 2023-02-07 07:00수정 2023-02-07 10:57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들머리의 모습. 과천/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들머리의 모습. 과천/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젠더 기반 폭력(여성에게 신체적·성적·심리적 피해를 초래하거나 초래할 가능성이 있는 폭력)에 대응하는 법·제도 전반을 개선하기 위해 지난해 출범했던 법무부 자문기구가 활동 기간 1년 동안 단 한 개의 안건만 논의한 채 활동을 종료한 것으로 밝혀졌다. 젠더 폭력 범죄 처벌법 소관 부처인 법무부가 젠더 이슈에 무관심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6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법무부는 올해 1월 5일 ‘젠더폭력처벌법 개정 특별분과위원회’(이하 특위) 활동을 종료했다. 특위는 성폭력 처벌법과 가정폭력 처벌법, 스토킹 처벌법 등 현행 젠더 기반 폭력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법령과 제도 개선을 목적으로 지난해 1월 5일 법무부 장관 자문기구로 출범했다. 법무부는 특위 출범 당시 “젠더 폭력 처벌법 소관 부처로서 젠더 폭력 범죄 대응 법·제도 개선을 촉구하는 사회적 요구에 충실히 부응하기 위해 전문가로 구성된 특위를 출범하여 보다 체계적으로 입법 개선방안을 마련하고자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특위는 위촉직 민간위원(위원장 포함) 15명과 당연직 정부위원 2명(법무부·대검찰청 각 1인)으로 구성됐다.

‘젠더 폭력’에 대응한다는 기대를 안고 출범했지만, 특위가 1년 동안 논의한 안건은 ‘미성년 성폭력 피해자 보호방안’이 전부다. 특위 출범 약 보름 전인 2021년 12월 23일, 헌법재판소는 19살 미만(미성년) 성폭력 범죄 피해자의 영상녹화 진술을 증거로 인정하도록 한 성폭력 처벌법 조항이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피고인 쪽의 반대신문권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특위는 출범 이후 한 달 동안 총 6차례 회의를 열어 미성년 성폭력 피해자 보호방안을 논의했다.

이 논의 결과를 토대로 법무부는 지난해 4월 성폭력 처벌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은 아동 심리 및 아동·장애인 조사 면담기법 등을 전문적으로 교육받은 사람(전문조사관)이 수사 단계에서 미성년 피해자 특성에 맞는 방식으로 피해진술을 듣고, 수사기관이 이를 녹화한 영상을 증거로 사용할 필요가 있을 때 성폭력 범죄 피의자·피고인 또는 변호인에게 통지하도록 했다. 또 재판에서 피고인 측이 미성년 피해자를 직접 신문하지 않고 전문조사관을 통해 간접적으로 신문하도록 했다. 개정안은 지난해 6월 27일 국회에 제출돼 아직 계류 중이다.

지난해 2월 이후, 특위의 활동은 멈췄다. 지난해 인하대 성폭력 사망 사건,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 등 젠더 기반 폭력 사건들이 연달아 발생했지만, 특위는 올해 1월 활동을 종료하기 전까지 추가 회의를 단 한 차례도 열지 않았다. 법무부는 지난해 2월 특위 위원들에게 ‘6차 회의 이후에는 친밀한 관계 안에서의 폭력 피해자 보호를 위한 법률 개정 방안, 스토킹 처벌법 개정 방안을 먼저 논의하고, 이 주제로 논의하길 원하는 위원들을 중심으로 (특위 안에) 소위원회 단위를 구성해 논의하는 것을 우선 검토하고 있다’는 내용의 메일을 발송했다. 그러나 이같은 공지와 달리 특위 회의는 그 뒤로 개최되지 않았고, 소위원회 구성도 이뤄지지 않았다.

젠더 폭력 대응체계 개선책 전반을 논의하겠다며 기대를 모았던 특위가 사실상 성과 없이 끝나 비판이 나온다. 특위 위원으로 활동했던 전문가 ㄱ씨는 “법무부가 특위를 구성해 현행 젠더 기반 폭력 대응 법·제도 체계 전반을 점검하고 개선책을 마련하겠다고 나선 것은 반가운 일이었고, 특위에서 여러 전문가들과 다양한 사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면서 “가정폭력 처벌법 등 다른 여러 사안도 검토했으면 좋았을 텐데, 지난해 2월 이후로 회의가 소집되지 않아 개인적으로 많이 아쉬운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특위 위원으로 위촉됐던 다른 전문가 ㄴ씨도 “특위 출범 당시만 해도 기대가 매우 컸었다. 그런데 이슈 하나만 논의하고 활동이 종료됐다. 헌재 위헌 결정 사안에 대한 대책을 내놓는 일에만 ‘활용’된 것 같아 불쾌하기도 하다”며 “이럴 거면 특위 이름에 왜 ‘젠더폭력처벌법 개정’이라는 글자가 들어갔었는지 모르겠다. 이런 식의 운영은 국가기관 위원회로서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ㄴ씨는 이어 "젠더 폭력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법·제도 개선도 중요하지만, 젠더 폭력과 차별을 유발하는 인식과 문화를 바꾸는 일이 더욱 중요하다"며 "성평등 문화 확산 업무를 하는 여성가족부마저 폐지하려는 이 정부가 과연 젠더폭력 근절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한겨레>는 법무부 소관 부서에 특위 회의를 소집하지 않은 이유 등에 대해 여러 차례 질문했으나, 법무부는 일주일 가까이 답을 하지 않았다.

오세진 기자 5sj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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