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6재단 ‘그날을 기억하며, 우리가 다시 쓰는 이야기’ 메타버스에 구현된 광화문 광장. 이 공간에 마련된 대화의집, 추모의집, 기억의집, 만남의집 등에선 재난 참사를 기억하고 피해자들을 추모할 수 있는 각종 자료와 이벤트들이 마련되어 있었다. 화면 갈무리
메타버스(가상현실) 공간에서 재난참사 피해자들을 기억하고 추모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7일 4·16재단은 전날 재난참사 피해자의 권리를 담은 ‘그날을 기억하며, 우리가 다시 쓰는 이야기’ 메타버스 공간 운영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메타버스 플랫폼 ‘젭’(ZEP)에서 광화문 광장, 재난참사 현장을 구현한 공간에서 이용자들은 재난참사에 대한 정보를 접하고 온라인 추모 등에 참여할 수 있다. 4·16 재단은 누리집에서 “과거부터 현재까지 한국사회에는 수많은 참사와 재난이 있었고 이로 인해 누군가는 아픔을 겪었지만, 이를 대물림하지 않으려는 움직임도 있었다”며 “‘우리가 다시 쓰는 이야기’는 다시는 그런 아픔이 반복되지 않기를, 안전한 우리 사회가 지속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만들어졌다”고 밝혔다.
실제 써보니, 대구 지하철 화재, 삼풍백화점 붕괴, 춘천 산사태, 세월호 참사 현장을 가상으로 구현한 메타버스에서 과제를 수행하며 참사 당일의 이야기를 다시 쓰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를 키운 원인으로 지목된 열차 좌석 소재, 삼풍백화점 참사 원인으로 지목된 에어컨 무단 설치 등의 문제를 발견하고, 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막는 식이다. 이밖에도 광화문 광장을 본뜬 공간에서 이용자들은 대화의 집, 추모의 집, 기억의 집, 만남의 집 등에 들어가 재난참사를 기억하고 피해자들을 추모할 수 있는 각종 자료와 이벤트들을 접할 수 있다.
4·16재단의 의뢰를 받아 공간 구현에 나선 정영성 팀메타 프로젝트매니저(PM)는 “직접 현장 답사를 가고, 세월호가족협의회 등으로 구성된 자문위원단의 조언을 받아 공간과 이용자들이 수행할 수 있는 과제를 구성했다”며 “과제를 수행한 이용자들은 유가족과 시민사회가 지목한 참사 원인과 이후 개선 과정을 배우고, 이를 통해 현실에서도 다시는 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바꿔나갈 수 있는 것들을 찾기 시작하는 계기를 갖게 된다”고 했다.
4·16재단은 많은 시민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오는 21일까지 방명록·인증샷 이벤트를 진행한다. 추후 메타버스 공간을 통한 단체 교육 및 상영회 등 행사도 열 예정이다. 이광윤 4·16재단 나눔사업팀 간사는 “메타버스 공간을 통해 시민들이 사라진 재난참사 장소와 재난참사 피해자들을 기억하고, 흩어져 있는 재난 참사 정보들을 한데 모아 접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운영할 예정”이라고 했다.
4·16재단 ‘그날을 기억하며, 우리가 다시 쓰는 이야기’ 메타버스에서 이용자들은 재난 참사 당일의 이야기를 다시 쓰며 참사 원인을 발견하고 이를 해결하는 경험을 한다. 화면 갈무리
고병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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