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택시 기본요금이 3800원에서 4800원으로 1000원 오른 1일 오전 서울 송파구 아산병원 앞에서 내원객들이 택시를 타려고 줄지어 서있다. 곽진산 기자 kjs@hani.co.kr
“요금이 오른 줄 모르고 탔는데, 확실히 많이 나오긴 했네요.”
서울 택시요금의 기본요금이 3800원에서 4800원으로 1천원 인상된 첫날인 1일. 아침 9시30분께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앞에서 만난 환자 보호자 신아무개(43)씨는 휴대전화를 꺼내 카드 거래 명세를 보더니 흠칫 놀랐다. 평소 강남구 수서동에서 출발해 병원까지 보통 7000~8000원이면 택시로 왔는데, 이날은 1만400원이 명세서에 찍힌 것이다. 신씨는 “이 정도면 출퇴근 시간에 꽉 막힐 때 올 때보다 많이 나왔다”며 “아픈 아이를 데려와야 해서 지하철을 타기는 어렵고 부담이 더 많아져 걱정”이라고 했다.
택시 기본거리도 2㎞에서 1.6㎞로 400m 줄어들면서 체감 인상 효과는 더 커졌다. 경북 김천에서 수서역에 내려 병원까지 택시를 타고 온 권정식(64)씨는 “올 때 1만4000원 줬다. 길이 좀 막히긴 했지만 평소보다 40%는 더 나왔다. 택시비가 오른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체감은 훨씬 크다”고 했다. 천호동에서 온 최아무개(69)씨도 “미터기 오르는 속도가 엄청 빨라 무서웠다”며 “큰돈은 아니더라도 병원도 주기적으로 와야 하고, 왕복 요금을 생각하면 부담이 결코 적지 않다”고 말했다.
택시비 인상에 대리운전 기사들의 고민도 크다. 10년차 대리기사 이창배(55)씨는 “새벽까지 일하니까 하루에 한번은 꼭 택시를 타게 된다. 새벽 할증도 붙었고 불경기라 영업하는 횟수도 줄어 택시비가 큰 부담”이라면서 “손해가 나는 경우가 생기면 첫차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리운전 기사 한철희(52)씨는 “대리비에 수수료와 보험료 빼면 1만원 남짓 버는데, 기본요금만 5천원 가까이 오른 택시를 어떻게 타고 가겠느냐”며 “추워도 걷거나 따릉이 자전거 타고 이동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자영업자들은 최근 전기·가스 등 부대비용이 늘어난 상황에서 택시비까지 올라 엎친 데 덮친 격이라는 반응이다. 영등포구에서 호프집 운영하는 ㄱ(43)씨는 “가스, 전기요금에다가 택시까지 대체 안 오른 게 없다. 택시비도 우리처럼 술집하는 입장에서는 크다. 심야 할증 잔뜩 올려놔서 손님도 줄었는데, 알바생이랑 새벽 3시에 영업 끝나고 택시 타고 가야 하는데 그 지출도 얼마나 늘어나게 될지 두렵다”고 했다.
시민들도 택시비 줄이기에 나섰다. 영등포구 안에서 출퇴근하는 정아무개(36)씨는 “업무상 잦은 야근과 술자리 때문에 택시를 타는 경우가 많다. 낮엔 택시로 5000원 거리라 커피 한 잔 안 마신 셈치고 탔다”며 “오늘은 같은 거리가 7000원 넘게 나왔다. 이제 택시 3번 탈 걸 1번으로 줄여야겠다”고 말했다. 대학생 ㄴ(25)씨도 “자취방에서 학교까지 걸어서 30분 이상 걸리는데도 대중교통이 없어 가끔 택시를 탔는데 이제 못 탈 것 같다”며 “난방비도 오르고, 밥을 먹을 때도 천원이라도 싼 집을 찾는 상황이라 택시 기본요금 인상이 더 크게 다가온다. 운동한다는 생각으로 학교까지 걸어갈 생각”이라고 했다.
택시기사 및 업체들은 요금 인상으로 당분간 어쩔 수 없는 ‘승객 감소’를 감수한다는 태도다. 송파구의 한 택시회사 관리자 장아무개(62)씨는 “요금이 한 번 오르면 승객들이 탑승 횟수를 줄여서 한두 달 ‘보릿고개’가 온다”며 “승객들도 요금에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곽진산 기자
kjs@hani.co.kr 고병찬 기자
kick@hani.co.kr 채윤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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