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질서유지선이 설치된 대통령 집무실 일대. 연합뉴스
이르면 7월부터 경찰이 ‘교통 방해’ 우려를 이유로 대통령실 앞 집회·시위를 금지할 수 있게 된다. 시민사회단체는 대통령실 앞 집회 금지 처분이 취소돼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오자 교통 소통이란 명분으로 금지하려고 한다고 반발했다.
경찰 심의·의결 기구인 국가경찰위원회(경찰위)는 지난 6일 전체회의를 열고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다고 7일 밝혔다. 집시법 12조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주요 도로’에서의 집회·시위에 대해 관할 경찰서장이 ‘교통 소통’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금지하거나 조건을 붙여 제한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이번 개정안에는 대통령실 인근 도로인 ‘이태원로’와 ‘서빙고로’ 등이 주요 도로에 포함됐다. 개정안 통과로 경찰이 대통령실 인근 집회·시위를 전면 금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경찰위는 지난해 11월 해당 시행령이 처음 안건으로 올라왔을 때에는 ‘국민의 집회·시위 자유에 대한 과도한 제한 우려’를 이유로 ‘재상정’을 의결한 바 있다. 이에 경찰은 3년마다 ‘주요 도로’의 범위와 존속 여부의 타당성을 재검토하는 일몰 규정을 신설하고, 분기별로 주요 도로 집회·시위를 제한한 사례를 보고하는 내용 등을 부대 조건으로 달아 이번에는 시행령을 통과시켰다. 위원들 가운데 일부는 “반대 의견도 회의록에 적시해달라”며 통과에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가경찰위원회가 지난 6일 전체회의를 열고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안에는 집회·시위의 소음 단속 기준을 강화하는 내용 등이 포함되어 있다. 7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 전쟁기념관 경내에서의 집회 및 시위가 불법이라는 안내문에 누군가가 불법을 권리로 고쳐뒀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시민사회단체는 대통령실 앞 집회를 금지하기 위한 꼼수라고 비판했다. 지난달 12일 용산 대통령실을 집회금지 장소에 해당하는 ‘관저’로 볼 수 없다며, 집회를 금지한 경찰 처분은 취소돼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오자 이를 막기 위해 다른 대안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박한희 변호사(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는 “집회 금지 장소를 규정한 11조에 대해 법원에서 더이상 적용이 어렵다는 판결이 나오자 시행령 개정으로 우회적으로 막겠다는 것”이라며 “경찰은 교통 소통에 대해 자의적인 판단이 가능하기 때문에 악용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경찰청 공공안녕정보국 관계자는 “주요 도로 집회에 대해서도 경찰이 금지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교통 소통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제한통고 정도만 한다는 점 등을 사례로 들어 설명해 경찰위에서 안건이 통과된 수 있었다”며 “교통 소통을 목적으로 둔 시행령으로, 지난달 판결과는 전혀 연관이 없다”고 해명했다.
시행령은 앞으로 40일 간의 입법예고와 국무총리실 규제개혁위 심사, 국무회의 의결 등을 거친 뒤 이르면 오는 7월께 시행될 예정이다.
장나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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