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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대통령 주변 비판에 잇단 고발 맞대응…“입막음 위한 권력 남용”

등록 2023-02-08 05:00수정 2023-02-08 11:43

역술인 ‘천공’의 유튜브 강연 장면. 유튜브 갈무리
역술인 ‘천공’의 유튜브 강연 장면. 유튜브 갈무리

대통령실이 야당 정치인과 언론인 등을 상대로 잇따라 명예훼손 혐의 고발장을 내면서 수사기관이 대통령 부부 등의 명예가 훼손됐는지를 판단해야 하는 역할을 떠맡게 됐다. 누구보다 광범위한 비판과 논평의 대상이 돼야 할 대통령이 자신에 대한 의혹 제기를 형사 고발로 응수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뿐더러, 국가 형벌권을 독점하는 수사기관이 인사권자인 대통령 관련 사안을 제대로 수사하거나 판단할 거라 기대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나온다.

대통령실은 지난해 11월부터 윤 대통령 주변에 대한 의혹을 제기한 이들을 잇달아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캄보디아에서 심장병 어린이와 사진을 찍을 때 조명을 사용했다고 주장한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무속인 천공의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이전 개입 의혹을 제기한 김종대 전 정의당 의원과 방송인 김어준씨 △김 여사의 추가 주가조작 의혹을 제기한 김의겸 민주당 대변인 △천공의 관저 개입 의혹을 언급한 책을 낸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과 이를 보도한 기자들을 상대로 고발장을 냈다.

대통령을 향한 의혹 제기에 대해 반박을 넘어 형사고발로 다투는 건 이전부터 꾸준히 문제로 지적돼 왔다.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 검찰 비비케이(BBK) 수사팀과 국정원 등은 대통령을 비판한 이들을 명예훼손이나 모욕 혐의로 수차례 고소·고발했고, 박근혜 정부 시절에도 박 대통령 본인뿐 아니라 청와대 비서실 등이 나서 언론사나 시민단체 등을 명예훼손으로 고발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비방 유인물을 배포한 시민을 모욕 혐의로 고소하고 2년 뒤 취하했다.

법조계와 시민사회에서는 대통령실이 “형사 처벌을 해달라”며 고발하는 행태를 지적한다. 손지원 오픈넷 변호사는 “대통령실은 의혹에 대해 공적인 자원을 활용해 충분히 해명이나 반박을 할 수 있다. 그런데도 고발조처 한다는 것은 대통령에 대한 의혹 제기를 위축하고 비판을 억압할 수 있어 바람직하지 않다”며 “모든 정치싸움이 사법화되고 그 과정에서 명예훼손 법리를 잘못 이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참여연대는 지난 3일 “사실이 아니라면 대통령 대변인실이 적극적으로 해명하고 해당 언론사 등에 정정보도를 요청하면 될 일을, 대통령실이 고발이라는 형사사법 절차를 앞세우는 행태는 의혹 해소는커녕 표현의 자유를 위축한다”고 했다.

대통령실이 낸 고발을 수사기관이 공정하게 판단할 수 있을지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대통령은 검찰·경찰의 인사권을 쥐고 있는데, 대통령실의 고발을 수사기관이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7일 <한겨레>와 통화에서 “대통령실이 명예훼손 피해를 호소하며 고소·고발을 하면 대통령 휘하에 있는 검찰총장이 중립적인 처리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대통령의 고소·고발은 업무지시가 될 수 있어 형사사법이라는 공적 자원을 사적으로 동원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일부 고발 사안에 대해서는 대통령실이 고발 주체로 나선 게 적절하냐는 논란도 제기된다. 참여연대는 대통령실이 김의겸 의원을 고발한 데 대해 지난달 30일 “김 여사 개인에게 제기된 과거 의혹을 대통령실 공직자들이 법률적으로 지원하고 공적 자원을 동원한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법률비서관실의 업무는 대통령실 업무추진 관련 법률적 내용에 대한 보좌 등으로 알려져 있다. 고발장 작성과 제출이 대통령과 그 가족의 사적 이익을 보호하는 과정에서 결정된 건 아닌지 검증돼야 할 것”이라며 대통령실 법률비서관실 업무분장 등에 대해 정보공개 청구했다고 밝혔다.

야당에서는 부 전 대변인 고발도 문제 삼고 있다. 고발장에 명예훼손 피해자로 김용현 경호처장(당시 청와대 이전 티에프 팀장)이 적시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김 처장 사건을 왜 대통령실이 나서서 고발하느냐는 취지다. 진성준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6일 <와이티엔> 인터뷰에서 “김 처장 개인의 명예가 훼손된 사건을 왜 대통령실이 나서서 고발하느냐. 합당한 것인지 잘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손 변호사는 “명예훼손은 개인의 인격권 침해에 대한 대응인데, 개인이 아니라 대통령실에서 나선 거라면 정치적 의미에서의 공권력 남용 측면은 있다고 보인다”고 말했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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