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성남에프시(FC) 후원금 의혹으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한 검찰이 영장 청구서에서 이 대표의 혐의를 지방자치 권력을 사유화한 ‘시정농단’으로 규정했지만, 이 대표는 “지방자치단체장의 정책적 판단을 배임으로 처벌하는 것은 우리 법의 태도에 위배된다”며 맞섰다. 또 검찰은 ‘내로남불’ ‘증거 인멸 시도는 삼척동자도 안다’ 등 원색적 표현을 사용하며 이 대표의 구속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이 대표는 “진술 방식이나 내용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것은 형사소송법과 헌법에 위배된다”고 반박했다.
17일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서를 보면, 검찰은 “이 대표는 정치적·경제적 편의를 받을 동기와 목적으로 헌법과 법률에 따라 성남시에 위임된 자치 권한을 주민들의 공공복리가 아닌 이 대표와 측근, 민간사업자의 이익을 위해 오남용함으로써 지방자치 권력을 사유화한 ‘시정농단’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또 ‘범죄의 중대성’을 구속사유로 들며 “이 대표는 주민들을 위한 공공 환수 또는 시민구단 운영 등과 같은 외관을 형성함으로써 주민들을 기망하고 공정하고 투명한 지역 행정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극단적으로 훼손한 ‘내로남불, 아시타비’(나는 옳고 다른 이는 틀리다)의 전형을 보였다”며 “성남시장의 지위와 권한을 이용해 공적 조직을 동원해 10년 이상 장기간에 걸쳐 계속해 저지른 범행이다. 불법수익의 규모만 고려해도 유례를 찾기 힘든 중대한 범죄”라고 적었다.
이에 이 대표는 이날 전국지역위원장들에게 보낸 글에서 “성남시장으로 재직하며 재량권 범위 내에서 위례·대장동 사업을 진행했고, 이는 모두 적법한 절차를 준수했다. 지방자치단체장의 정책적 판단을 업무상 배임 등으로 처벌하는 것은 우리 법의 태도에 위배된다”며 “특히 대장동 사업은 성남시가 5503억원의 공익을 얻었다는 사실이 대법원 판결에서 이미 인정됐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 대표가 ‘증거인멸’을 하고 있다고 영장에서 밝혔다. 검찰은 “최근 이 대표 최측근으로 알려진 국회의원이 구속수감 중인 정진상, 김용과 접견 내용이 녹음되지 않는 장소 변경 접견을 신청해 이들에 대한 회유를 시도한 바 있다”며 “대장동 관련 수사 과정에서 이 대표 측근 또는 공범인 정진상, 김용, 유동규, 김만배 등에 의한 증거인멸과 실체 진실 은폐 시도가 지속적으로 자행됐다”고 주장했다. 증거인멸 우려를 강조한 검찰은 “증거인멸과 실체 진실 은폐시도가 지속될 것이라는 점은 삼척동자도 알 수 있을 정도로 명백하다”는 다소 거친 표현까지 사용하기도 했다.
이에 이 대표는 “수사 대상이 된 피의자는 법에 따라 원하는대로 진술하거나 진술을 거부할 권리가 있고, 이 경우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며 “진술의 방식이나 내용을 이유로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것은 위헌·위법적 처분”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몇 년에 걸친 수사와 압수수색으로 존재하는 증거들은 이미 모두 검찰이 확보했다고 봐야하고, 검찰도 인정하는 것처럼 검찰은 이미 필요한 진술을 모두 확보한 상황이다. 관련자들의 진술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검찰 주장이 부당하다고 항변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에 관해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한편 검찰은 이 대표가 선거 과정에서 공약했던 ‘1공단 공원화’ 등 이행을 위해 지역 토착 세력과 손을 잡았다고 봤다. 검찰은 이 대표가 지난 2013년 유 전 본부장에게 ‘1공단에 공원만 만들면 되니 대장동 개발사업은 알아서 하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판단했다. 이후 유 전 본부장은 대장동 민간업자들로부터 금품을 수수하고 향응을 받는 관계로까지 발전했다고 한다. 검찰은 “이 대표와 정진상, 유동규는 임기 내 1공단 공원 조성 공사 착공 등 공약 이행과 민간업자들의 선거지원 등에 보답하기 위해 1공단 공원화 비용을 빌미로 한 김만배 등의 이익 극대화 요구를 그대로 수용했다”고 했다.
특히 검찰은 유동규·정민용이 이익 배분 방식을 놓고 공사 내부에서 나온 문제 제기를 묵살했고, 이 대표가 이를 묵인했다고 봤다. 검찰은 “공사 개발사업1팀은 2015년 2월 대장동 공모지침서 공고를 앞두고 공사 이익 배분 방식에 반대 의견을 제시했으나, 의견이 반영되지 않자 정민용 당시 전략사업실장에게 부당함을 지적했다. 1팀은 ‘1공단 공원 조성비를 제외한 사업이익금에서 공사 배분 비율이 70% 이상인 경우 만점’을 주는 기준을 정민용에게 전달했으나, 이를 보고받은 유동규로부터 질책당했다”며 “이후 정씨는 공사가 추가 이익을 배분받지 못하는 것으로 공모지침서를 확정해 공사 내부 합리적 반대의견을 재차 묵살했다. 이 대표는 김만배 등 업자들이 요구한 기준을 반영한 공모지침서를 승인했다”고 했다.
검찰은 또 ‘천화동인 1호 배당금 428억원 약정 의혹’을 이 대표 혐의로 적진 못했지만, 김만배가 유동규 쪽에 약속한 것은 맞다고 봤다. 검찰은 향후 수사에서 이같은 약속이 유동규를 거쳐 정진상·이 대표로까지 흘러갔는지 집중 수사할 전망이다. 검찰은 “유씨는 김씨로부터 이익배당 과정에서 이 대표 쪽 지분에 상응하는 구체적 금액이 확정되면 그 돈을 교부하겠다는 계획을 듣고, 정진상을 통해 이 대표에게 보고했다”며 “이후 김씨는 유씨 쪽에 교부할 구체적 금액을 428억원으로 특정했고, 돈을 받을 구체적 방법을 검토했다”고 적었다.
손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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