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인천 미추홀구 키니스장난감병원의 한 자원봉사자가 손님들이 보낸 고장 난 장난감 택배 상자들을 정리하고 있다. 박지영 기자
지난 15일 오후 4시께 인천 미추홀구 ‘키니스장난감병원’ 문앞에는 고객들이 보낸 고장 난 장난감 택배 상자 13개가 성인 키만큼 수북이 쌓여있었다. 이날 하루에만 전국에서 보낸 택배 상자 20여개가 이곳에 도착했다. 직접 장난감 수리를 맡기러 병원을 찾는 손님도 4∼5명은 됐다. 장난감 수리에 한창이던 한 자원봉사자는 “요즘 수리 맡기러 보내오는 택배들 때문에 쉴 틈이 없다”고 말했다. 김종일 키니스장난감병원 이사장은 “10여년 전보다 아이들 수가 10만명 정도 줄었지만, 장난감 수리 택배 수는 계속해서 느는 추세”라며 “지난해엔 택배가 3000여개 접수됐는데, 올해는 더 넘어설 것 같다”고 했다.
고물가 부담으로 허리띠를 졸라매느라 아이들이 쓰는 장난감과 교구 등이 고장 나면, 새로 구입하는 대신 수리해 계속 쓰려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키니스장난감병원은 정년퇴직자 등이 장난감 수리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는 비영리 민간단체다. 전국에서 고장 난 장난감들이 이곳으로 몰려드는 이유다. 이날 오후 28개월 된 아들과 함께 수리를 맡긴 장난감을 찾으러 장난감병원에 온 임지아(35)씨는 “요즘 물가도 너무 많이 올랐고, 장난감 같은 아기용품은 가격이 특히 더 올랐다. 둘째는 6개월 된 딸인데, 성별이 달라 첫째 장난감을 물려주지도 못하고 주변에서 받은 장난감을 최대한 고쳐 쓰려고 한다”고 했다.
지난 15일 인천 미추홀구 키니스장난감병원에 쌓인 수리가 끝난 장난감 택배 상자들. 하루 20여개 택배 상자들이 수리가 완료돼 손님들에게 다시 배송된다. 박지영 기자
실제 지난해부터 완구업계는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장난감 가격을 줄줄이 인상했다. 지난해 레고그룹이 레고 가격을 최대 25%가량 인상했고, 헬로카봇 등으로 유명한 초이락과 유아 교구로 잘 알려진 짐보리 등도 최대 20% 가까이 가격을 올리기도 했다. 포켓몬스터, 뽀롱뽀롱 뽀로로, 캐치티니핑, 헬로카봇 등 한국콘텐츠진흥원이 꼽은 3∼9살 어린이들이 가장 선호하는 캐릭터 장난감들의 정가는 5만원에서 10만원 초반대로 형성돼 있다.
이날 장난감 18개를 장바구니에 가득 담아 수리를 맡기러 온 김효정(31)씨도 “아파트 이웃들이 준 장난감을 수리해 아이들에게 주려고 장난감병원을 찾았다”며 “아이들이 장난감을 금방 싫증 내곤 하는데 생활비 부담으로 그때마다 새로 사 줄 수가 없다. 생일이나 크리스마스처럼 정말 특별한 날이 아니면 새 장난감을 사지 않는 편”이라고 했다.
중고거래 활성화도 장난감병원에 일거리를 늘렸다.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 등에 고장난 장난감을 싸게 판매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수리점을 찾게 되는 경우가 늘었다는 것이다. 경기 성남시 분당에서 장난감·전자 교육제품 수리센터를 운영하는 유원일(54)씨는 “한 달 전보다 손님이 20% 정도 늘었는데, 특히 중고로 산 물건들이 고장 나 찾는 분들이 많다. 중고거래 특성상 환불도 안 되고 값비싼 전자학습 교구 같은 경우 딱히 수리 맡길 곳이 없어 찾는 분들이 많아진 것 같다”고 했다.
박지영 기자 jyp@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