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금영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 서울지회장이 7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중회의실에서 열린 ‘지금 소희, 콜센터 사업장을 고발한다’ 기자회견에서 콜센터 사업장 노동자들의 노동환경 개선과 건강권 보장을 촉구 등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특성화고 현장실습생으로 콜센터에서 일하다가 숨진 홍수연양의 비극적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다음 소희>의 개봉을 계기로 감정노동과 실적 압박에 고스란히 노출된 콜센터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이 주목받고 있다. 세계 여성의 날을 하루 앞둔 7일 일선의 콜센터 노동자들이 노동환경 개선과 건강권 보장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오전 민주노총 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가 서울 중구 정동 민주노총 중회의실에서 연 ‘지금 소희, 콜센터 사업장을 고발한다’ 기자회견에서다.
“전체 노동자의 95% 이상이 여성인 건강보험고객센터의 상담노동자들은 방광염, 신우신염과 근골격계질환 등 질병을 달고 삽니다.”
김금영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 서울지회장이 자신과 동료들에게 병증으로 나타난 업무의 부담을 말했다. 이런 질병에 노출되어 있지만 12개 센터의 용역업체가 각기 다르고 경쟁관계에 놓여 있어 실적 압박은 일상이 되었다. 악성 민원도 큰 부담이나 원청과 하청의 위·수탁이라는 고리 속에 갇힌 노동자가 정신건강에 관심을 두는 건 사치라고, 때문에 불안·공황장애, 우울증 등 정신 질환도 끊임 없이 발생하고 있다고 그는 말한다.
7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중회의실에서 열린 ‘지금 소희, 콜센터 사업장을 고발한다’ 기자회견 뒤 각 지부를 대표해 참석한 콜센터 사업장 노동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서 있다. 신소영 기자
“은행 영업점은 점점 줄어들고, 영업점에서 해온 일들이 이젠 비대면 업무로 바뀌어 전문성을 가진 업무도 콜센터 상담사의 몫이 되었습니다.”
현진아 대전지역일반지부 하나은행 콜센터 지회장의 말이다. 하루에도 몇번씩 수정되고 바뀌는 업무들을 교육 없이 메일 공지와 게시로 전달하는 일이 허다하지만, 밀려들어오는 고객들의 전화에 제대로 확인할 시간조차 주어지지 않는다고 현 지회장은 말한다. 고금리 속 은행들은 실적 잔치를 벌였지만 높은 대출금리로 인한 고객들의 원망은 상담사들의 몫이었다.
“제가 하는 말이 컴퓨터 화면에 입력되는 걸 보고 있노라면 내 일자리를 내가 없앨지도 모르겠구나 싶어 마치 스스로의 목을 조르는 듯 소름이 끼칩니다.”
최초아 대전지역일반지부 KB국민은행콜센터메타엠지회장은 국민은행 콜센터의 도급사 중 하나인 메타엠에서 3년째 인터넷 모바일뱅킹에 대한 상담을 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AI음성상담 및 자연어로 발화된 음성을 텍스트로 변환한 뒤 다시 음성으로 변환하는 STT(Speech to Text)/TA(Text Analysis) 시스템을 도입했는데, 이 시스템의 오류 개선 등을 위한 데이터로 상담사들의 상담 내용을 활용하고 있다. 상담한 고객들이 문제를 제기하지 않아도 시스템이 해당 대화를 인식하지 못하면 상담사의 발음 때문이라며 교육하겠다고 한다. 노동자는 자신을 대체할 시스템의 완성을 위해 사용되는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고 최 지회장은 말한다.
“사랑합니다 고객님”
이날 기자회견 끝자락, 질의응답시간에 한 기자가 꾸밈 노동을 강요받은 적은 없냐고 물었다. 한동안 이어진 정적을 깨고 김영애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이 답했다. “콜센터 사업장 노동자들은 복장 규정 같은 꾸밈노동 강요가 아니라 전화기 너머의 상대방이 욕설이나 성희롱을 할 때마저 “사랑합니다, 고객님”이라고 말해야 하는 감정노동을 강요당하고 있습니다.”
여성 집중, 감정노동, 저임금, 비정규직, 간접고용, 전자감시, 높은 이직율 등은 콜센터 산업을 상징하는 열쇳말이다. 지난해 3월 발표된 국가인권위원회의 ‘콜센터 노동자 인권상황 실태조사’에서 공공·민간 부문 상담사 1990명 가운데 48%가 경제적 어려움과 스트레스 등으로 ‘죽고 싶다고 생각해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여성친화정책 마련 △직접고용 보장 △감정노동자를 위한 사업장 안 건강권 보호조치 △저임금과 성 불평등, 근무 여건 개선을 촉구한 노동자들은 회견을 마친 뒤에야 시작 전 미처 묻지 못한 서로의 안부를 나눴다. 그 얼굴에 그제서야 잠시 환한 미소가 비추었다. 현장의 사진을 모아본다.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관계자 등이 7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중회의실에서 열린 ‘3.8 세계여성의날 정신계승 지금 소희, 콜센터 사업장을 고발한다’에서 각 사업장의 노동환경을 증언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관계자 등이 7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중회의실에서 열린 ‘3.8 세계여성의날 정신계승 지금 소희, 콜센터 사업장을 고발한다’에서 각 사업장의 노동환경을 증언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7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중회의실에서 열린 ‘지금 소희, 콜센터 사업장을 고발한다’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요구사항이 적힌 손팻말을 들어 보이고 있다. 신소영 기자
신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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