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 회장(왼쪽)과 노소영 아트센터나비 관장. 연합뉴스
노소영(62) 아트센터나비 관장이 SK그룹 최태원(63) 회장의 동거인 김아무개씨에게 위자료 등 “30억원을 배상하라”고 소송을 냈다. 최 회장과 노 관장은 이혼 소송 중이다.
27일 노 관장의 소송대리인단은 서울가정법원에 소장을 내어 “김씨가 혼인생활에 파탄을 초래했고, 그로 인해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며 손해배상금 30억원을 청구했다. 손해배상액을 상정한 이유로는 △김씨가 최 회장에게 배우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부적절한 관계를 시작한 점 △적어도 2007년부터 현재까지 15년 이상 부정행위를 지속해온 점 △최 회장과의 사이에 혼외자까지 출생한 점 △원만한 혼인생활이 부정행위로 파탄에 이른 점 △가족이 극심한 고통을 겪은 점 △부정행위를 언론과 SNS를 통해 공개하는 등 2차, 3차 가해를 지속하는 점 △부정행위 지속으로 거액의 금전적 이득을 취한 점 등을 꼽았다. 노 관장 쪽은 “부정행위를 하더라도 불륜으로 인한 이익의 극히 일부만 위자료로 토해내면 된다는 부정적 인식이 사회에 퍼지지 않을 수 있도록 (손해배상금은) 적정한 금액으로 산정돼야 한다”며 “법원에서 공정한 판단을 해달라”고 요구했다.
노 관장 쪽은 최 회장과 김씨의 부정행위를 2005년부터 어렴풋이 짐작했다고 주장했다. “최 회장이 2005년경 ‘뉴저지에 사는 주부’와 장시간 전화통화를 했고 2007년 큰딸의 생일에는 ‘진정한 행복을 찾아 가정을 떠나겠다’는 충격적인 발언을 가족에게 했다. 2009년부터 각방을 사용하고 자녀들로부터도 멀어졌다”는 것이다. 특히 2009년 5월 노 관장이 유방암 판정을 받았는데, 그 시기 최 회장과 김씨는 혼외 자녀를 임신해 2010년 7월에 낳았고, 2011년 9월에 최 회장과의 별거가 시작됐다고 한다.
최 회장이 회삿돈 450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수감됐던 2013~2015년에 “노 관장은 항소심 내내 공판에 참석하는 것은 물론, (2년 7개월간) 사흘이 멀다 하고 면회를 갔으나 돌아오는 것은 쌀쌀한 냉대와 무시였다”고도 밝혔다. 노 관장은 “종종 면회실 밖에서 망부석처럼 서서 면회하고 나오는 사람들에게 남편의 안부를 묻곤 했다”고 말했다. 또 수감생활 중 최 회장은 노 관장에게 ‘내가 김씨에게 이혼하라 했고, 아이도 낳게 했어. 모든 것은 내가 계획한 것이고 시킨 것’이라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고 한다.
최 회장이 2015년 12월 혼외 자녀가 있다고 밝힌 것도, “2015년 2월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으로 간통죄가 폐지됐기 때문”이라고 노 관장 쪽은 주장했다. 노 관장 쪽은 “최 회장이 언론에 김씨를 ‘마음의 위로가 되는 한 사람’이라고 묘사하고, ‘그 사람과 함께하는 삶을 꿈꾸게 되었다’고 고백하며 수치스러운 가정사를 만천하에 공개했을 때 가족들이 겪은 참담함은 말로 다 표현할 수가 없다. 세 자녀는 정신적인 공황 상황에 이를 정도로 깊은 충격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2017년 7월 최 회장이 이혼 조정을 신청했지만 노 관장은 이혼을 거부하고 가정을 지키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김씨는 공식 석상에 최 회장과 동행하며 배우자인 양 행세했고, 이 같은 부정행위를 언론과 에스엔에스(SNS)를 통해 대중에게 보란 듯이 공개해 미화했다”고도 노 관장 쪽은 주장했다. 이어 “이 같은 행태는 이혼 청구를 거부하면서 가정의 유지를 호소했던 노 관장을 조롱하고 축출하는 행위”라고 덧붙였다.
김씨가 경제적 이익을 누리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노 관장 쪽은 “김씨가 공익재단을 설립해 최 회장으로부터 100억원 이상의 지원을 받았고 에스케이(SK)그룹 계열사로부터 빌라를 저렴하게 사들여 수억원의 시세 차익을 거두는 등 막대한 경제적 이익도 누렸다”고 주장했다. 반면 노 관장 쪽은 “2018년경부터 아트센터나비에 대한 에스케이그룹의 지원은 일절 끊기고 20년간 운영해 온 아트센터 장소에서 나가라는 내용증명을 받았다”고 했다.
28일 최 회장의 변호인단은 입장문을 내어 “왜곡된 사실과 인신공격적 주장으로 공정한 재판을 받을 소송 당사자 권리가 침해됐다”고 주장했다. 특히 “노 관장이 제기한 민사소송은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소송으로, 이는 불법행위 사실을 안 날로부터 3년이 지나면 시효가 소멸하므로 그 진위를 따지기 전에 인정될 수 없다”고 했다. 최 회장 쪽은 “이러한 사정을 잘 아는 노 관장이 이혼소송 제기 후 5년이 지나 1심도 아닌 항소심 과정에서 느닷없이 이러한 소송을 제기하면서 사실을 왜곡한 보도자료까지 미리 준비했다가 무차별적으로 배포한 것은 여론을 왜곡해 재판에 압력과 영향을 미치려는 매우 악의적인 행위”라고 주장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딸인 노 관장은 최 회장과 1988년 9월 결혼해서 세 자녀를 뒀다. 그러나 최 회장은 2015년 혼외 자녀가 있다고 공개적으로 밝히고 2017년 7월 노 관장과의 이혼 조정을 신청했다. 애초 이혼에 반대하던 노 관장은 2019년 이혼에 응하겠다고 입장을 바꿨고 위자료 3억원과 더불어 재산분할금으로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 50%를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1심은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위자료 1억원, 재산분할로 665억원 및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해 양쪽이 모두 항소했다. 항소심은 서울고법 가사2부가 심리한다.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