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폼랩스 공동창업자이자 가상자산(암호화폐) 루나·테라 폭락 사건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신현성 전 차이코퍼레이션 총괄대표가 지난해 12월2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이 가상자산(암호화폐) 테라·루나 발행사인 테라폼랩스의 공동 창립자인 신현성(38) 전 차이코퍼레이션 총괄대표의 구속영장을 다시 청구했다. 지난해 12월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된 지 4개월 만에 새로운 혐의를 추가한 것이다. 법원이 신 전 대표에 대한 영장을 판단하면서, 가상자산의 증권성을 인정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27일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단(단장 단성한)은 신현성 전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청구했다고 밝혔다. 금융투자상품 투자사기(자본시장법 사기적 부정거래 및 특경법상 사기) 혐의와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위반, 형법상 배임증재 및 업무상 배임 혐의가 추가됐다. 신 전 대표는 2020년 3월 테라·루나 코인을 차이코퍼레이션의 결제 시스템에 탑재하겠다고 거짓으로 홍보해 케이티(KT)인베스트먼트, 삼성넥스트 등 복수의 벤처캐피털(VC)로부터 약 1400억원 투자를 유치한 혐의를 새롭게 받는다.
신 전 대표는 테라·루나의 폭락 가능성이 크다는 걸 알고도 이를 투자자들에게 알리지 않고 계속 발행한 뒤 루나를 고점에서 팔아 1400억원대의 부당 이득을 챙긴 혐의(자본시장법상 사기적 부정거래 등)도 받고 있다. 또한 차이코퍼레이션이 보유한 고객 정보를 테라폼랩스 등에 유출한 혐의(전자금융거래법 위반)도 받는다. 검찰은 이러한 혐의로 지난해 11월29일 신 전 대표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12월2일 법원에서 기각됐다.
신 전 대표의 영장 심사 과정에서 가상자산이 ‘증권성’이 있는 투자계약증권으로 인정될지도 주목된다. 앞서 검찰은 가상자산이 증권에 해당한다며 신 전 대표에 대해 자본시장법 관련 혐의를 적용했으나, 법원은 구속영장을 기각하며 “자본시장법의 위반 여부에 대해 피의자의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번 재청구에서도 가상자산에 증권성이 있다고 보고 자본시장법상 사기적 부정거래 혐의 등을 적용했다. 검찰은 특히 최근 미국 뉴욕 검찰이 권도형(32) 테라폼랩스 대표를 기소할 때 가상자산의 증권성을 인정했다는 점에 기대를 걸고 있다.
신 전 대표 쪽은 검찰이 추가한 혐의를 부인했다. 신 전 대표 쪽 변호인은 이날 오전 기자들에게 보낸 입장문에서 “블록체인을 활용한 결제 시스템 사업을 계획해 실행했고, 투자자들에게도 사업구조를 있는 그대로 설명해 전문 투자자들의 실사 및 검증을 받아 투자가 이뤄졌다”며 “심지어 신현성도 170여억원을 투자하여 가장 큰 금액을 투자한 사람 중 한명”이라고 했다. 신 전 대표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기일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이우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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