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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작전 세력 놀이터 ‘김치코인’, 강남 납치·살인 비극 불렀다

등록 2023-04-11 13:11수정 2023-04-11 13:50

검찰 ‘코인 비리’ 중간수사결과 발표
강남 납치·살인 사건의 배후로 지목된 재력가 유아무개씨의 아내 황아무개씨가 10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강남 납치·살인 사건의 배후로 지목된 재력가 유아무개씨의 아내 황아무개씨가 10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강남 납치·살인 사건’의 범행 동기로 뒷돈을 받고 거래소에 상장됐던 가상자산(암호화폐) ‘퓨리에버 코인’ 투자를 둘러싼 금전적 갈등이 꼽히는 가운데, 검찰 수사에서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의 구조적인 병폐가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상장 심사 등이 까다로운 주식시장과 달리 가상자산 시장엔 국내 법령과 제도가 부재해 시장조작 세력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부(부장 이승형) 가상자산 비리 수사팀은 지난 1월부터 진행한 ‘코인거래소 상장 비리 및 코인 시장조작’ 중간 수사 결과를 11일 발표했다. 수사팀은 “국내 3대 가상자산 거래소 중 하나인 ㄱ거래소(코인원)의 상장 리베이트 비리 수사 결과, 코인 상장브로커 2명과 이들로부터 금품을 받고 코인을 상장시켜 준 코인원 임직원 2명을 모두 구속했다”고 밝혔다. 코인원 전 상장담당 이사 전아무개씨는 지난 2020년부터 상장브로커 고아무개씨와 황아무개씨로부터 모두 20억원, 코인원 전 상장팀장인 김아무개씨는 고씨와 황씨로부터 모두 10억4000만원을 상장 대가로 수수한 혐의(배임수증재) 등을 받는다.

한국 코인시장 병폐 구조도. 서울남부지검 제공
한국 코인시장 병폐 구조도. 서울남부지검 제공

수사팀은 수사과정에서 국내 거래소에서 주로 거래되는 이른바 ‘김치코인’에 붙은 시장조작 세력들이 선량한 코인투자자들에게 대규모 피해를 초래하는 구조적 병폐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우선 ‘리딩방·투자회사’를 가장한 코인 다단계업자들이 투자금을 불법 모집하면, 코인 발행업자·상장브로커·마켓메이킹(MM) 업자 등이 ‘뒷돈’으로 거래소에 코인을 상장한다. 이후 자전거래(스스로 매수·매도하는 거래)로 인위적인 시세조종 후 고가에 이를 매도해 수익을 발생시키는 구조다.

특히 수사팀은 이번 강남 납치·살인 사건 배경이 된 퓨리에버 코인의 경우도 발행재단이 영세하고, 재정 상황이 불량했지만 이런 과정을 거쳐 다수 투자자의 피해를 발생시킨 끝에 살인까지 이어지게 됐다고 판단했다.

‘퓨리에버 코인’ 시세 차트. 검찰은 해당 코인의 경우 2차례에 걸쳐 시세조종 작업이 있었을 것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서울남부지검 제공
‘퓨리에버 코인’ 시세 차트. 검찰은 해당 코인의 경우 2차례에 걸쳐 시세조종 작업이 있었을 것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서울남부지검 제공

아울러 수사팀은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들의 내부 상장심사 절차가 관련 법령과 제도의 부재로 껍데기만 남은 상태라고 지적했다. 가상자산의 경우 내재적 가치가 없어 거래소에 상장됐을 때 그 가치가 결정되기 때문에 거래소의 심사를 통해 건전하고 사업성 있는 가상자산이 상장되는 게 중요하다. 그러나 수사결과 코인원 등 일부 거래소들은 문지기 역할을 수행하긴커녕 시세조종을 조장하고, 코인 상장을 위한 감사도 특정 업체를 통해 형식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수사팀 관계자는 “주식시장 등의 경우 자본시장법과 같은 관련 법령에 따라 공시의무위반, 시세조종 등 불공정 행위를 엄단하고 있지만, 가상자산 시장의 경우 관련 법령과 제도의 부재로 인해 시장조작 세력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며 “코인 백서·언론홍보 내용에 대한 무조건적인 신뢰는 지양하고, 별다른 이유 없는 가격 급등락 등은 의심해야 한다”고 했다.

고병찬 기자 ki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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