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납치·살인’ 배후 유상원 “억울합니다, 억울합니다”

경찰, 유상원·황은희 부부 ‘공동정범’으로 검찰 송치
사인은 ‘마취제 중독’…피해자 남편도 범행 대상 삼아

서울 강남 40대 여성 납치·살해 사건의 배후로 지목된 재력가 부부 중 남편 유상원씨가 13일 오전 서울 수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연합뉴스

강남 납치·살인 사건의 배후로 지목된 유상원(51)씨와 황은희(49)씨 부부가 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겨졌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13일 오전 강도살인·예비살인 혐의를 받는 이들 부부를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 경찰은 애초에 이들 부부에 대해 강도살인교사 혐의를 적용했다가 “범행 가담 경위와 역할을 고려할 때 공동정범으로 판단된다”며 적용 죄명을 바꿨다.

이날 아침 8시께 수서경찰서를 나선 유씨는 연거푸 “억울합니다”라고 말했다. 이들 부부는 가상자산(암호화폐) 투자 실패로 갈등을 빚던 피해자 ㄱ(48)씨를 납치·살해하라고 이경우(36)씨에게 시킨 혐의로 지난 5일과 8일 각각 검거돼 구속됐다.

경찰은 이들 부부를 비롯해 실행한 3인조까지 5명에 대해 살인예비 혐의도 추가 적용해 입건했다. 범행을 꾸미던 단계에서 이들이 ㄱ씨 남편에 대해서도 살해를 음모·예비한 점이 확인됐다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실제 부부가 같이 있는 경우가 많아 범인들이 둘다 미행하기도 하고, 필요할 경우 둘다 살해하는 계획을 짰다고 이씨가 진술했다”고 설명했다.

이씨와 황대한(36)씨·연지호(30)씨 등 3명은 지난달 29일 강남구 역삼동의 한 아파트 앞에서 ㄱ씨를 납치해 다음날 대전 대청댐 인근 야산에 주검을 암매장한 혐의(강도살인·사체유기)로 지난 9일 구속 송치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ㄱ씨 사인은 ‘마취제 성분’ 중독으로 추정됐다. 경찰은 범행 차량에서 발견된 주사기와 마취제를 제공한 이씨의 아내도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이날 검찰에 송치했다.

앞서 경찰은 이씨가 범행을 계획해 부부에게 제안했고 이에 동의한 부부가 지난해 9월부터 총 7천만원을 이씨에게 전달한 것으로 파악했다. 또 사건 발생 직후 유씨가 이씨를 두 차례 만난 점과, ㄱ씨의 가상자산 계좌를 열어본 정황 등을 토대로 부부를 사건의 배후로 지목했다. 그러나 부부는 경찰 조사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혐의를 일관되게 부인했다.

윤연정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