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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전세사기’ 27살 취준생 “부모님 만난 지 좀 됐어요…”

등록 2023-04-20 12:00수정 2023-04-20 23:21

‘대출 9900만원’ 전세금 1억1천만원 피해
“괜찮다 하시지만 더 힘들어하셔 맘 아파”
18일 오후 인천시 미추홀구 경인국철(서울지하철 1호선) 주안역 광장에서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가 출범 기자회견을 열고 전세사기 피의자들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18일 오후 인천시 미추홀구 경인국철(서울지하철 1호선) 주안역 광장에서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가 출범 기자회견을 열고 전세사기 피의자들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제는 부모님도 (전세사기를 당한 걸) 알게 되어 (어차피) 잃은 돈이니까 지금부터라도 열심히 살자고 말씀하시는데, 부모님이 더 힘들어하시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고 안 뵌 지도 좀 됐어요.”

인천시 미추홀구에서 건축업자 남아무개(61)씨 일당으로부터 전세사기 피해를 당한 27살 취업준비생 ㄱ씨는 현재 달마다 전세 대출 이자와 관리비 등으로 60만원가량을 내고 있다. 한때는 직장을 다녔지만 지금은 부모님 손을 빌려 대출이자 등을 내고 있다고 한다. ㄱ씨는 “(집값) 신고가가 높아 경매에 넘어가도 재산상의 문제가 없다”고 말했던 공인중개사가 남씨와 ‘한패’였다는 사실을 깨닫고 분노한다.

ㄱ씨는 20일 아침 <문화방송>(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전세사기를 당하게 된 과정에 대해 설명했다. ㄱ씨가 세들어 살고 있는 집의 주인은 건축업자 남씨의 딸(34)이다. 그는 아버지에게 명의를 빌려준 ‘바지 임대인’으로 범행에 가담한 혐의로 18일 불구속 입건됐다. 이에 앞서 건축업자 남씨는 지난해 1~7월 공범과 짜고 인천시 미추홀구 일대 아파트와 빌라 등 공동주택 161채를 전세 계약해 전세 보증금 125억원을 가로챈(사기) 혐의로 3월15일 구속 기소됐다.

남씨 일당의 피해자들은 애초에 근저당권이 설정돼 있는 채로 전세계약을 맺었다. 남씨 일당은 토지매입비나 건설비 등 필요 비용을 금융권에서 조달하고, 피해자들에겐 근저당권이 걸린 집을 싸게 임대하는 수법을 썼다.

왜 피해자들은 근저당권이 걸린 집을 선택하게 된 걸까. ㄱ씨는 “공인중개사가 여기는 (집값) 신고가가 높으니까 근저당 때문에 경매에 넘어가도 아마 재산상의 문제는 많이 없을 것이며, 만약 문제가 생기더라도 우리가 공제증서, 이행보증서를 써줄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공인중개사가) 집주인과 집주인 아버지 재력에 대해 많이 자랑하고 과시하면서 절대 경매에 넘어갈 일이 없는 물건이다, 우리는 그런 걱정할 만한 물건을 절대 취급하지 않는다고 말했기 때문에 계약하게 된 것 같다”고 했다. ㄱ씨는 “해당 공인중개사는 지금 구속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ㄱ씨는 9900만원을 대출 받아 마련한 전세 보증금 1억1천만원을 모두 날리게 될 상황에 처해있다. 미추홀구 피해자들이 사는 전셋집들의 경우 선순위 저당권을 잡고 있는 금융기관들이 많다. 경매에서 전셋집이 낙찰돼 시중 은행과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등의 채무를 변제하고 나면, ㄱ씨와 같은 임차인이 손에 쥘 수 있는 돈은 얼마 안 된다. 더구나 인천의 경우 ‘최우선 변제금’(살던 집이 경매나 공매로 넘어갔을 때 은행 등 선순위 권리자보다 앞서 세입자가 배당받을 수 있는 금액)을 받을 수 있는 전세보증금 기준이 8500만원 이하(현재 기준)라 ㄱ씨는 여기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뒤늦게 정부가 경매 일시 유예 등 해법을 모색하고 나선 가운데, ㄱ씨는 “사기꾼 집단들에게 재산·부동산을 모두 환수해서 저희들(피해자)에게 보상을 하라는 게 아니”라며 “그냥 전세금을 온전히 돌려줬으면 하는 바람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최근 두 달 새 인천 미추홀구 전세 사기 피해자 가운데 세 명이 생활고 등을 겪다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유진 기자 y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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