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곡 살인’ 이은해, 항소심도 무기징역…“가스라이팅 살해는 불인정”

공범 조현수 징역 30년 유지

‘계곡 살인’ 피고인 이은해·조현수씨. 연합뉴스

‘계곡 살인 사건’으로 1심에서 각각 무기징역, 징역 30년을 선고받은 이은해(32)·조현수(31)씨가 2심에서도 형량이 유지됐다. 쟁점이 된 심리적 지배(가스라이팅)에 의한 살인 혐의는 인정되지 않았다.

서울고법 형사6-1부(재판장 원종찬)는 26일 2019년 6월 경기도 가평군 용소계곡에서 윤아무개씨를 물에 빠지게 해 살해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이은해씨에게 무기징역, 조현수씨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이들은 살인과 살인 미수 혐의 등을 부인하며 항소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검찰은 이들이 심리를 지배한 탓에 윤씨가 수영을 하지 못하는 데도 계곡에 뛰어들어 사망했다고 줄곧 주장해왔다.

1심은 이들이 계곡으로 뛰어내린 윤씨를 구조하지 않아 사망에 이르렀다며 부작위에 의한 살인만 인정했다. ‘부작위’는 마땅히 해야 할 행위를 하지 않은 상황을 뜻한다. 다만 부작위에 의한 살인이 직접 살인과 유사한 수준의 범행이었다고 판단했다. 2심도 1심처럼 “가스라이팅 요소가 있다고 판단하지만, 심리적 굴종 관계를 형성해 지배하지는 않았다”며 “(이씨가 윤씨를) 경제적으로 통제했지만 피해자 (윤씨) 자체를 통제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날 피해자 윤씨의 누나, 어머니, 매형이 재판에 참석했다. 아버지는 건강이 나빠져 나오지 못했다. 윤씨의 매형은 재판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2심에서 (1심) 판결이 번복되지 않아 그 부분을 존중한다”며 “1심에서 증인으로 참석해준 사람들에게 고맙다”고 밝혔다. 이어 “(이씨의) 가스라이팅이 이 사건에 시범적으로 적용될 거라고 기대를 했다”며 “현재로는 (재판에) 반영되기 어려운 것 같다. 앞으로 다른 가스라이팅 사건이 나왔을 때 반향이 일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이정규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