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 “남아있는 어린이 죽이는 음주운전
이런 사고 다시는 없도록 엄벌해달라”
검찰, 결심공판에서 징역 20년 구형
이런 사고 다시는 없도록 엄벌해달라”
검찰, 결심공판에서 징역 20년 구형
사고가 발생한 서울시 강남구 청담동 언북초등학교 후문 쪽 이면도로. 서혜미 기자 ham@hani.co.kr
■ 피해자 가족 입장문
존경하는 판사님, 저는 지난해 12월2일 오후 학교에서 돌아오던 중 음주 뺑소니 사고에 의해 하늘나라로 떠난 동원이의 아빠입니다. 아이의 신원을 파악하지 못하여 저녁 퇴근시간이 되어야 소식을 들은 저는 아닐 거라고 되뇌이며 병원으로 갔습니다. 그러나, 그날 따라 출근하는 저에게 더 큰 목소리로 그리고 더 깊이 고개를 숙이며 ‘회사 잘 다녀오세요’라고 했던 동원이가 차디찬 주검으로 수술대 위에 누워있었고 저는 정신을 잃고 쓰러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동원이는 저에게 둘도 없는 친구였으며, 저의 부족한 점까지 작은 목소리로 조언해주는 속 깊은 아이였습니다. 독서광으로 지적 능력도 뛰어났지만 무엇보다 따뜻한 가슴을 가졌기에 장차 커서 이 세상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저희는 품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저희의 이런 꿈은 2022년 12월 2일 오후 4시 방과 후 수업을 마치고 학교 후문을 나오던 중 음주 뺑소니 운전자에 의해 산산조각 나고 말았습니다.
저는 한치 앞도 볼 수 없는 아득한 심연에서 더듬어가며 잃어버린 아이를 찾고 있는 막막함으로 살고 있습니다. 하루에도 수 차례 동원이에 대한 생각이 날 때면 그리움이 성난 파도와 같이 밀려와 저는 그 파도가 잔잔해질 때까지 몇 시간이고 목 놓아 울 수밖에 없습니다.
저와 저희 가족은 그날 이후로 다시는 그 이전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너무나 큰 절망과 고통 속에 있습니다. 지금이라도 당장 아빠 하고 외치며 들어올 거 같아 우리는 동원이의 책, 장난감, 사진, 침구 어느 하나도 치우지 못하고, 매일 밤 그것이 아니라는 사실에 가슴이 메어져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습니다. 동원이의 동생은 아직도 큰 충격에 그 사건을 인정하지 못하고 거부하는 상태이며 그 상처가 언제 터질지 몰라 저희는 노심초사하며 살고 있습니다.
매 순간 부정하고 싶지만, 우리 동원이는 더 이상 이 세상에 없습니다. 허나 동원이의 평소 심성을 고려할 때 분명히 동원이는 동원이 동생, 친구, 그리고 이 세상의 모든 아름다운 사람들을 위해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기를 하늘나라에서도 바랄 것이라 확신합니다. 남아 있는 가족, 친구를 죽이는 어린이 음주 사망사고는 더 이상 발생해서는 안 됩니다.
존경하는 판사님, 우리 아이는 백주 대낮 방과 후 수업을 마치고 하교하던 중 학교 후문 앞 횡단보도에서 음주운전자에 의해 희생되었습니다. 가해자는 대낮에 제대로 운전을 하지 못할 정도의 만취한 상태에서 운전을 하여 학교 후문 앞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우리 아이를 치고 선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현장을 떠났습니다.
가해자가 사고 이후의 쓰러져 있는 아이를 방치하고 떠나는 모습, 그 이후 아이를 구호하지 않고 방관하는 모습, 그리고 본 재판정에서 뺑소니 혐의를 부인하며 변명으로 일관하는 모습은 저희를 너무나 고통스럽게 하고 있습니다.
그 며칠 전에도 너무나 아름답게 생기 넘치던 아이가 추모공원에서 한 시간 반 동안의 화장 후에 하얀 백골이 되어 우리 앞에 나왔습니다. 그 오랜 화염 속에서도 동원이의 두개골은 그 형태를 유지하고 있었고, 엄지 손가락 한 마디 정도 움푹 들어간 자욱과 새끼 손톱 만한 두개골 파열이 저를 향해 사고 당시의 고통을 말해 주고 있었습니다. 아이의 두개골이 파괴될 정도로 역과하고 가면서 단차가 거의 없는 빗물배수로인 줄 알았다는 가해자의 변명은 저희를 두 번 죽이고 있습니다.
부디 공정한 판결로 음주운전은 너무나 큰 범죄 행위이고, 뺑소니는 절대 생각할 수 없는 선택이며, 이들이 결합된 어린이보호구역 사망사고는 그 어떤 사망사고보다 중한 범죄임을 판시하시어, 이 사회에 다시는 이와 같은 안타까운 사고가 일어나지 않게 해 주십시오.
제가 드리는 마지막 소원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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