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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홀트 불법 입양’ 국가 책임 없단 법원…민변 4900자 반박문

등록 2023-05-18 13:45수정 2023-05-18 13:53

지난 2017년 <문화방송>(MBC) ‘휴먼다큐 사랑'에 출연했던 신송혁(아담크랩서)씨. <문화방송> 갈무리
지난 2017년 <문화방송>(MBC) ‘휴먼다큐 사랑'에 출연했던 신송혁(아담크랩서)씨. <문화방송> 갈무리

법원이 아이를 국외입양 보내면서 국적취득 확인 의무도 하지 않았다며 홀트아동복지회(홀트)에 손해배상 책임을 물으면서도 국가의 관리·감독 의무 불이행은 인정하지 않은 데 대해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이 장문의 성명서를 내며 강하게 비판했다.

법률 대리를 맡았던 민변은 18일 성명을 내어 국외입양인 신송혁(47·아담 크랩서)씨가 2019년 홀트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의 1심 선고 결과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민변은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은) 입양기관이 국외입양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불법행위를 했고, 그로 인해 입양인에게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발생했음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면서도 당시 ‘아동 수출국’이라는 오명을 얻게 한 국가의 반인권적인 국외입양 제도와 각종 관행에 대해선 위법하다고 보지 않은 점을 비판했다.

민변은 “옛 입양특례법상 국가는 입양알선기관에 대한 감독권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법원은 후견인으로서의 보호의무 및 국적취득확인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홀트의 불법행위 책임은 인정하면서, 이와 같은 홀트의 불법행위에 대해서 관리·감독권을 행사하지 않은 국가의 책임은 인정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특히 “국가가 입양기관에 사업지침을 하달하는 등 역할을 한 점은 인정하면서도 ‘불법행위에 이르렀다고 볼 수는 없다’고 본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판결”이라며 “형식적인 지침만을 하달하고서 뻔히 이루어지는 입양기관의 불법행위를 좌시하고 방기했는데 과연 감독권을 행사한 것이라고 볼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재판부가 국가에 대한 신씨의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하며 “기존 입양 제도나 보건사회부(현 보건복지부) 대응에 다소 미흡한 부분이 있더라도, 공무원들이 고의나 과실로 홀트에 대한 감독 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한 대목을 비판한 것이다.

또한 민변은 “국가가 아동의 입양에 관한 요건과 절차 등 필요 사항을 정하는 일반적 의무만을 부담한다고 판시하며 국가의 불법행위를 부인했다”고 지적한 뒤, “법원 판결대로라면 국가가 개별 국민을 보호할 책임을 방기했을 때 아무런 법적 책임을 지지 않게 된다. 이러한 결론은 매우 부당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신씨는 위법한 국외입양, 두 입양 가정에서의 학대와 파양, 시민권 미취득과 그로 인한 강제추방 등을 거치면서 안전, 생명, 인간의 존엄성이 지속적으로 중대하게 침해당했다. 이런 피해를 입은 신씨에게 국가의 개별적·구체적 보호의무를 인정하지 않은 점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신씨가 입양됐던 1979년 국가가 운영하던 대리입양 제도와 이 제도 하에 묵인돼온 고아호적 관행에 대해 법원이 위법하다고 판단해야 했다고도 주장했다. 당시에는 고아인 경우 홀트와 같은 입양알선기관의 기관장 동의만으로 입양보낼 수 있었다. 양부모가 아이를 직접 보지 않고 대리인을 통한 입양도 가능했다.

민변은 “대리입양 제도의 경우 입양부모 적격 심사를 할 수 없다. 아동의 입양가정 적응상태도 파악할 수 없다. 국외입양을 졸속으로 진행하게 하는 제도”라며 “아동의 행복추구권과 인격권을 침해하는 위헌적인 제도다. 위헌이 아니라는 법원 판단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또한 “대한민국은 부모가 양육하기 어려워 국가 보호가 필요한 아동을 국내복지 체계를 통해 보호하는 대신 해외로 입양 보내는 손쉬운 방법을 택했다. 1974~1988년 매해 5000~8000명 사이의 아동을 해외로 입양 보냈고, 우리나라는 국제사회에서 ‘아동 수출국’이라는 오명을 얻었다”고도 비판했다.

당시 호적법은 신씨처럼 친부모가 있더라도 부모의 양육의사가 없다면 고아로 인식했다. 이런 고아호적 관행을 통해 국외로 대리입양이 이뤄졌다. 민변은 “허위 고아호적 관행은 공문서 상에 친생부모 관련 정보를 고의적으로 누락시킴으로서 입양인의 친생부모 알 권리를 원천적으로 침해한다. 법원은 고아호적 관행의 중대한 위법성을 판결을 통해 확인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신씨 쪽은 재판 내내 홀트가 신씨를 고아로 꾸며 불법으로 국외 입양보냈다고 주장했는데, 재판부는 홀트가 신씨를 고아로 꾸민 건 아니라고 판단했다.

홀트가 고액의 국외입양 수수료를 받아 분만비, 판공비 등을 지출하거나 부동산을 취득했다고 보면서도 부당한 이득이나 신씨에 대한 손해 발생은 없었다고 판단한 것도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민변은 “입양을 통해 재정적 이익을 취하는 것은 아동매매에 해당하는 것으로, 신씨를 포함한 국외입양인의 인격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이라며 “입양 실비 외 추가 수수료를 받아왔다는 점이 국가기록원의 문서 등 증거자료에 의해 확인됨에도 그와 같은 중대한 위법행위를 인정하지 않은 법원의 판단에 심히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

*지난 줄거리: 지난 1979년 3살 때 홀트아동복지회를 통해 미국 양부모에게 입양된 신송혁(47·아담 크랩서)씨는 두 차례 파양되는 등 우여곡절 끝에 시민권을 얻지 못했고, 결국 2016년 자녀들이 미국에 있는데도 한국으로 추방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8부(재판장 박준민)는 홀트가 신씨 양부모에게 ‘신씨의 시민권 취득 절차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고지할 의무 등 신씨가 미국으로 출국한 이후 어떠한 후견직무도 수행하지 않아 신씨 추방에 책임이 있다며 신씨에게 1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신씨가 국가에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은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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