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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비폭력 시위 정착됐는데…” 윤 대통령 진압 압박에 경찰 난색

등록 2023-05-24 07:00수정 2023-05-24 16:22

민주노총 건설노조 대전세종지부 건설노동자들이 10일 오후 대전경찰청 앞에서 지난 2일 사망한 강원지부 양희동 노조원의 사망과 관련해 건설노조 강압수사 책임자 처벌과 윤석열 정권 퇴진을 요구하며 집단 삭발식을 진행한 뒤 집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노총 건설노조 대전세종지부 건설노동자들이 10일 오후 대전경찰청 앞에서 지난 2일 사망한 강원지부 양희동 노조원의 사망과 관련해 건설노조 강압수사 책임자 처벌과 윤석열 정권 퇴진을 요구하며 집단 삭발식을 진행한 뒤 집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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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과거 정부가 법 집행을 포기해 불법 시위가 만연해 있다며 경찰에 ‘엄정 대응’을 지시했지만, 일선 경찰관들은 과거와 달리 비폭력 집회·시위 문화가 이미 자리잡았다며 대통령 지시가 현실과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의 ‘엄정한 법 집행’ 주문에 발맞춰 경찰이 강경 진압에 적극 나설 경우 안전사고를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3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윤 대통령은 지난 16~17일 서울 도심에서 열린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건설노조) 집회를 두고 “국민의 자유와 기본권을 침해하고 공공질서를 무너뜨린 행태”라며 “직무를 충실히 이행한 법 집행 공직자들이 범법자들로부터 고통받거나 신분상의 불이익을 받는 일이 없도록 국가가 보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이 물리적 충돌 등으로 소송 등에 휘말릴 경우 뒷감당해줄 테니 집회에 강경 대응하라는 취지다.

일선 경찰관들은 윤 대통령의 이날 발언이 현실과 괴리가 있다는 반응이다. 비폭력 집회·시위 문화가 거의 정착된 상황인데, 안전사고 우려가 있는 과잉 진압을 부추기는 꼴이기 때문이다. 서울 일선 경찰서 한 경비과장은 “예전처럼 폭력적인 집회는 없다. 위법이라고 해봐야 도로 행진하다가 노선 이탈하거나 소음 기준을 초과하는 정도”라며 “옛날과 달리 집회의 자유를 폭넓게 보장해주다 보니 (폭력성이) 많이 완화됐다. (이런 상황에서 강제해산하고) 체포에 나서면 충돌이 많이 일어나게 되고 위험해진다. 체포한다고 자극했다가 사람 다치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말했다. 경비 경험이 많은 서울경찰청 기동본부 소속 한 경찰관도 “이태원 참사 이후 ‘밀집도’ 관리가 중요해졌는데, 전 차로를 점거한 시위대를 인도 등으로 밀어붙여 해산시키다가 사고가 나면 큰일”이라고 지적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 대통령이 건설노조의 도로 점거 등을 지적하며 ‘엄정한 법 집행’을 당부했기 때문에 경찰이 이를 적극 해석해 강제해산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일선 경찰관들은 강제해산을 실행하는 건 물리적으로도, 법리적으로도 어렵다고 지적한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경찰의 시위대 직접 해산은 ‘최후의 수단’이다. 금지통고 받은 불법 집회여도 비폭력 집회일 경우, 경찰이 직접 해산에 나서면 법원에서 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서울 일선 경찰서 한 경비과장도 “이런 이유 때문에 불법 집회 때 (강제해산보다) 채증 뒤 추후 출석 조사를 요구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대법원은 2021년 “집회·시위로 인하여 타인의 법익이나 공공의 안녕질서에 대한 직접적인 위험이 명백하게 초래된 경우에 한하여 해산을 명할 수 있다. 이런 요건을 갖춘 해산명령에 불응하는 경우에만 처벌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해당 판결에서 대법원은 “경찰 행정상 즉시강제는 그 본질상 행정 목적 달성을 위하여 불가피한 한도 내에서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것”이라고도 밝혔다. 강제해산은 불가피할 때 예외적으로만 사용해야 한다는 뜻이다.

일선에서는 경찰이 추가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소음 기준 관련 대응을 강화하는 것뿐이라는 관측이 많다. 서울 일선 경찰서 한 정보과장은 “소음 기준을 어겨도 충돌을 우려해 스피커를 뺏지는 않았는데, 대통령 강경 진압 주문이 나왔으니 그 정도는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상 집회·시위에서 소음 기준을 위반하면, 경찰은 확성기 등을 일시보관할 수 있다.

박지영 기자 jyp@hani.co.kr 윤연정 기자 yj2gaze@hani.co.kr 고병찬 기자 ki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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