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선거법 위반 재판에 출석하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모습.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자신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에서 황무성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과 고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이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라며 일부 내용을 공개했다. 문자메시지를 통해 자신이 ‘황 전 사장의 사직을 종용했다’는 의혹을 반박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다만 사전에 증거로 제출되지 않은 자료라서 법정에서 모두 공개하지는 못했다.
이 대표는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재판장 강규태) 심리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공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황 전 사장을 상대로 사퇴 종용 논란이 불거진 2021년 12월5일 “(유 전 본부장에게) 장문의 문자 보낸 거 맞지 않느냐”며 문자메시지를 읽어내려가며 직접 질문에 나섰다.
“황 사장님. 정말 이상합니다. 왜 사장님 퇴직 문제를 대장동과 엮고 언론 플레이하는지 이해가 안 됩니다. 당시 대장동 사업은 부동산 경기 안 좋아서 별로 이슈도 없었습니다. 사장님이 다 수긍하고 결재하셨던 것이고요. 지난번에 만나서 말씀하셨지만 사장님 사직 건 입에 담기도 괴롭지만, 황 사장 사기사건 기소 건과 개인 이권 손대서 시작된 거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사장님 추천한 입장에서 불명예 퇴직할까봐 고언 드린 거 잘 알고 계시면서 왜 그러십니까.”
황 전 사장은 그날 유 전 본부장에게 메시지를 보냈지만 “(답장을) 받은 기억이 없다”고 답했다. 그러자 이 대표는 황 전 사장이 문자를 보낸 시간이 오전 7시40분이었으며, 9시42분에 답 문자를 받았다고 반박했다.
이 대표의 문자메시지 공개에 검찰은 “사전에 협의해서 참고자료나 증거를 제출해달라”며 “어떤 경위로 (해당 문자를) 확보하게 된 것인지 밝혀달라”고 요구했다. 이 대표는 “유한기 전 본부장이 지인에게 보낸 문자 내용”이라고 설명하면서도, 이 문자메시지를 언제, 어떻게 입수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이날 공판에선 고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으로부터 ‘이재명 대표가 직접 전화를 걸어왔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는 증언도 나왔다. 이 대표는 2021년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이 대표가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이 불거지자 언론 인터뷰를 통해 당시 사업 실무자인 김 전 처장을 알면서도 “모른다”고 답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기소됐다.
이날 증인으로 나온 정민용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전력사업실장(변호사)은 2017년 3월7일 이재명 대표가 성남시장이던 때 대장동 개발사업으로 ‘성남시 1공단 공원조성사업' 추진하겠다고 기자회견을 한 뒤 김 전 처장에게 전화를 건 것으로 알고 있다고 진술했다. 이 실장은 당시 성남도시개발공사에서 대장동 개발사업 계획을 세운 인물이다.
검사: “증인은 2017년 3월 7일 경 기자회견 직후 김문기가 증인에게 피고인(이재명)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는 내용을 명확히 기억하는가요?”
정민용: “네, 왜냐면 3월에 기자회견 때 저희가 다 가서 (기자회견에) 서 있었습니다.”
검사: “김문기가 피고인이 직접 전화했다고 한 게 맞는가요? 비서실이나 다른 사람이 아니라 피곤으로부터 직접한 것인가요?”
정민용 : “시장님이 직접 전화했다고 했습니다.”
재판부도 진술의 신빙성을 재차 검증했다.
재판장: “제가 의문 드는 건 피고인이 김문기에 전화해서 구체적인 액수를 숫자까지 알려달라 전화한 건데, 애초에 (성남시에서 작성한) 보고서에는 금액이 특정 안 돼서 전화한 것인가요?”
정민용 : “(김문기) 처장께서 ‘시장이 직접 전화해서 항목을 (하나하나) 다 체크했어’라고 자랑스럽게 말했습니다. (공익환수) 5503억이 크게 다섯 묶음인데 두 가지는 시장이 이미 아는 것이지만, 나머지 세 가지에 대한 구체적인 걸 물어보셨다는 취지로 이해합니다.”
한편, 이 대표 쪽 변호인은 이날 증인신문에 앞서 이 대표의 “몰랐다”는 발언에 대해 ‘김 전 처장을 공식적으로는 알지만, 개인적으로는 몰랐다’는 의미였다고 변론했다. 변호인은 “이 대표가 당시 받았던 질문은 김 전 처장을 ‘개인적으로’ 아느냐는 것”이라고 설명한 뒤 “(예컨대) 재판장이 변호인을 개인적으로 아는가(라고 물어본다면) 알 수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아니다. 공적 자리에서 대화 몇 번 나눈다고 관계가 깊어지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안다고 얘기할 정도로 정보가 있다고 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또 변호인은 “‘안다’와 ‘모른다’는 순전히 주관적 내용으로 허위라고 입증하려면 이 대표의 머릿속에
당시 안다는 인식이 있었다거나 알았다고 볼만한 정황을 통해 증명해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에서는 가장 가까운 게 5년 전으로, 이 무렵 인식이 제대로 형성됐고 2021년 12월까지 계속 존속됐다는 점이 (검찰로부터) 증명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5년 전’은 2016년 1월12일 이 대표가 성남시장실에서 김 전 처장과 정 전 실장 등으로부터 대장동·제1공단 결합 도시개발사업 현안 보고를 받았던 일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이때부터 10차례에 걸쳐 업무보좌를 받아 이 대표가 김 전 처장을 알고 있었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지난 이야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재판에 증인들이 나오고 있다. 검찰은 2021년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이 대표가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이 터지자 언론 인터뷰에서 당시 사업실무자인 고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전 개발1처장을 알면서도 “모른다”고 말해 허위사실을 공표했다는 혐의로 기소했다. 지금까지 법정에서는 ‘알았냐 몰랐냐’가 아닌, ‘안다’는 것이 행위이냐 인식이냐를 두고 법정 논쟁이 불거졌다. 이 대표 쪽은 “알고 모르는 것은 ‘인식’이라 허위사실 공표 대상인 ‘행위’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가 김 전 처장을 알았더라도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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