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5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시간을 확인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수사중인 검찰이 지난해 9월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시작으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배임·제3자뇌물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본류 재판인 배임·제3자 뇌물(대장동·위례 개발사업 비리, 성남에프시 후원금 의혹) 사건 재판이 최소 1~2년 장기화할 거란 예상이 나오는 가운데, ‘곁가지’ 재판인 공직선거법 위반은 핵심 증인들이 잇따라 법정에 출석하며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은 2021년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이 대표가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이 불거지자 언론 인터뷰를 통해 당시 사업실무자인 고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전 개발1처장을 알면서도 “모른다”고 답해 허위사실을 공표했다고 보고 있다. 이재명 대표는 김 전 처장을 알았을까? 몰랐을까?
‘알았냐 몰랐냐’가 재판의 주요 쟁점이 될거란 예상과 달리, 법정에서 검찰과 변호인은 ‘안다’는 것이 행위이냐 인식이냐를 두고 첨예한 논쟁을 벌였다. 이 대표 쪽은 “알고 모르는 것은 ‘인식’일 뿐이기 때문에 허위사실 공표의 대상인 ‘행위’가 되지 않는다”며 “따라서 이 대표가 김 전 처장을 알았다 하더라도 공직선거법 상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공직선거법 250조는 당선을 목적으로 출생지 신분 직업 재산 ‘행위 등’에 관해 허위의 사실을 공표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이 대표의 변호를 맡고 있는 김종근 변호사는 <한겨레>에 “아는 사람을 모른다고 말하는 것은 인식에 반하는 언어 사용으로 지탄을 받을 수 있을지는 몰라도, 범죄 행위로 처벌을 받을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김 처장을 몰랐다고 말하는 건 김 처장과의 교류를 부인하는 취지이기 때문에 ‘행위’에 해당한다. 따라서 허위사실 공표로 볼 수 있다”고 반박한다.
법학자들과 법조인 등 전문가들은 이런 주장을 어떻게 볼까? 일각에선 따져볼만 하다고 보는 의견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직선거법은 처벌 조건을 엄격하게 해석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행위로 드러나지 않는 인식을 허위사실공표죄 법문의 구성요건에 포섭시키기가 어려워 보인다”고 했다.
하지만 또 다른 전문가들은 “알고 모르는 것은 행위가 맞다”고 입을 모았다. 한 고등법원의 판사는 “‘알다’와 ‘모르다’라는 단어가 기본적으로 ‘형용사’가 아니고 ‘동사’이기 때문에 행위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행위로 볼 수 있다면서도 “다만 전후 맥락을 봤을 때 의도적으로 몰랐다고 말한 것이 아니고 착각할 만한 상황이 있었다면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하지 않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 대표 쪽은 무리한 혹은 잘못된 법 적용이라며 반발하고 있지만, 재판부는 이 대표가 성남시장 재직 시절 김 처장을 ‘알면서도 모른다고 말했는지’ 아니면 ‘정말 모를 수 있었는지’ 확인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검찰은 이 대표가 △수차례 보고를 받았고 △표창장도 직접 수여했으며 △호주-뉴질랜드 출장을 동행하고 함께 골프장에 갔다는 이유로 김 전 처장을 알 수밖에 없었다고 보고 있다. 다첫 차례 진행된 재판에선 이 대표에게 불리한 정황과 유리한 정황이 모두 나온 상황이다. 오는 6월2일엔 여섯번째 공판이 서울중앙지법 408호 법정에서 열린다. 이날 법정엔 호주 출장 당시 이 대표의 수행비서였던 김진욱씨가 증인으로 출석한다.
이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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