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의 항소심 첫 재판이 30일 열린다. 이 재판이 관심을 끄는 건 현재 검찰에서 수사 중인 김 여사의 연루 의혹이 성립될지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1심은 기소된 피고인들이 서로 짜고 주가를 조작했다는 핵심 공소사실을 유죄로 봤다. 그러면서 김 여사 명의 계좌 5개 중 3개가 이들의 범죄에 활용됐다는 사실관계를 인정했다. 항소심 재판부가 ①이들의 ‘주가조작’을 인정할지 ②김 여사 명의 계좌 5개 중 몇개를 ‘주가조작’ 연루 계좌로 볼지 등이 관심꺼리다. ①이들의 ‘주가조작’ 혐의 자체를 인정하지 않거나 ②인정한다해도 김 여사 명의 계좌는 범죄에 활용되지 않았다고 본다면, 김 여사는 연루 의혹을 일단 벗게 된다.
독일 수입차 공식 딜러 회사인 도이치모터스는 2008년 말 코스닥 상장사와 합병한 뒤 우회 상장했다. 시세 조종은 2009년 12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3년간 이뤄졌다. 2250원이었던 주가는 3145원으로 상승했고, 최고 7940원(2011년 3월31일)까지 치솟았다.
권오수 전 회장 등 피고인 9명은 ‘주가조작’ 자체를 부인한다. 각자 나름의 판단으로 투자를 했을 뿐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그러나 1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재판장 조병구)는 권 전 회장은 경영상 필요로, 다른 피고인들은 시세차익을 목적으로 주가조작에 나섰다며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9명 중 6명의 ‘공모관계’는 인정하면서도, 주가조작을 주도한 1차 ‘주전 선수’(주포) 이아무개씨와 전주 손아무개씨 등 3명은 공소시효가 지났거나 공범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피고인들과의 공모 관계가 인정되어야 ‘주가조작’이라는 사건의 실체가 존재할 수 있고, 실체가 있어야 김 여사 공모 여부를 따져볼 수 있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검찰은 공소시효 만료로 ‘면소’되거나 공모가 인정되지 않은 부분을, 피고인 쪽은 1심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은 주장을 중심으로 항소심에서 다툴 것”이라고 말했다.
1심이 각 거래행위마다 내린 유·무죄 판단이 어떻게 달라질지도 관심거리다. 1심은 공소시효가 지나지 않은 통정·가장매매 행위 130건 중 101건, 현실거래 시세조종 행위 3702건 중 3083건을 유죄로 봤다. 김 여사의 계좌가 동원된 거래 중 유죄 부분은 각각 48건(통정·가장매매), 1건(현실거래)이었다.
공소시효가 남은 김 여사의 계좌 4개 중 3개는 주가조작 일당이 운용한 것으로, 김 여사의 어머니 최은순씨의 계좌 1개는 권 전 회장의 차명 계좌로 1심은 판단했다. 검찰은 지난 4월 권 전 회장을 다시 불러 조사했는데, 김 여사와 어머니 최은순씨가 주가조작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등을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1심의 쟁점은 ‘범죄의 기간 구분’이었다. 기간 구분이 중요한 이유는 ‘공소시효’ 때문이다. 주가조작 사건의 공소시효는 10년이다. 검찰이 2021년 10월 기소하면서 공소시효가 정지됐기에 2011년 10월 이후의 범행은 공소시효가 남아 있다.
검찰은 2009년 12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3년간 시세조종 행위를 5단계로 나누면서도, ‘하나의 범죄’(포괄일죄)라고 주장했다. 행위 전체의 공소시효가 살아있다는 주장이다.
반면 권 전 회장 쪽은 주가조작을 주도한 선수의 교체(이아무개씨→김아무개씨) 시점(2010년 10월20일)을 기준으로 사건을 구분해야 한다고 맞섰다. 2010년 10월 이전 행위는 공소시효가 완료됐다는 주장이다.
공소시효 판단은 김 여사 연루 계좌 갯수를 결정할 핵심 쟁점이다. 1심은 권 전 회장 쪽 주장처럼 ‘2010년 10월20일’을 경계로 이전 단계 행위는 공소시효가 지났다고 봤다. 이 시점에 ‘주포’가 바뀌면서 시세조종에 이용한 계좌와 범행 방식 등에 큰 변화가 생겼다는 것이다. 이 판단에 따라 김 여사 계좌 5개 중 4개 계좌에 대한 행위만 공소시효가 남아있게 됐다.
항소심은 서울고법 형사5부(재판장 서승렬)이 맡는다. 재판부는 최근 자본시장 교란 사건에 엄한 처벌을 내렸다.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11억원의 시세차익을 얻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동채(64) 에코프로그룹 회장에 징역 2년에 벌금 22억원, 추징금 11억원을 선고하며 법정구속하고 “본인의 행동을 되돌아보라”고 질책했다.
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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