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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김건희 여사 ‘코바나 협찬 의혹’ 수사서 드러난 검찰의 ‘기소하지 않을 힘’

등록 2023-03-10 19:00수정 2023-03-12 17:02

[한겨레S] 다음주의 질문
김건희 여사가 지난달 19일(현지시간) 취리히 미술관을 방문해 미술 작품을 관람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건희 여사가 지난달 19일(현지시간) 취리히 미술관을 방문해 미술 작품을 관람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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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힘은 누군가를 기소하는 데서 나오는 게 아니라, 누군가를 기소하지 않는 데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어느 날 언론계 선배한테 들은 말이다. 당시만 하더라도 어떤 의미인지 가늠이 잘 되지 않았지만, 속뜻을 이해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 김영철)는 지난 2일, ‘코바나컨텐츠(코바나) 대가성 협찬’ 의혹을 받는 김건희 여사와 윤석열 대통령 등의 청탁금지법 및 뇌물, 변호사법 위반 혐의에 대해 모두 불기소 처분했다.

이 사건은 10여곳의 대기업이 김건희 여사가 대표로 있던 코바나가 주최한 전시회에 협찬했는데, 서울중앙지검장에 이어 검찰총장으로 지명된 당시 ‘윤석열 검사’를 염두에 둔 뇌물성 협찬이 아니냐는 의혹이 핵심이었다. 하지만 검찰은 “코바나가 받은 협찬금은 공연·전시 분야에서 통상적으로 이뤄지는 계약에 따른 것이고, 반대급부로 전시 홍보나 광고, 입장권 등이 제공됐다. 충분한 조사를 했지만 청탁이나 대가성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한마디로 당시 코바나 협찬은 김건희 대표의 배우자인 윤석열 검사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닌, 통상적이고 정당한 계약에 따른 것이라는 결론이다. 검찰 관계자는 ‘청탁’과 ‘대가성’이 없었다는 점을 수차례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결론에 이르기까지 어떤 수사 과정이 있었는지는 석연치 않다. 검찰은 협찬사 관계자들을 불러 조사하고 이들의 휴대전화까지 포렌식했지만, 김 여사에 대해서는 강제 조사는커녕, 소환 조사도 없이 두차례 서면 조사에 그쳤다. 당시 협찬사 가운데 실제 검찰 수사 대상이 있었는지, 이들 수사는 어떻게 결론을 내린 것인지 질문이 이어졌지만, 검찰의 구체적인 설명은 없었다. 결국 “협찬사를 불기소 처분했지만 대가성은 없었다고 판단했다는 뜻이냐”는 기자의 우회성 질문에 검찰 관계자는 “그런 취지로 말씀드리겠다”고만 밝혔다.

신정훈·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9일 국회 의안과에 ‘김건희 특검법안’을 제출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신정훈·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9일 국회 의안과에 ‘김건희 특검법안’을 제출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그리고 며칠 뒤, 검찰의 애매한 답변은 고발인 쪽이 공개한 불기소 결정문에서 명확히 확인할 수 있었다. 불기소 결정문에 따르면, 당시 코바나 후원 기업 중 검찰 수사 대상이었던 기업은 △도이치모터스 △컴투스·게임빌(현 컴투스홀딩스) △신안저축은행 △삼성카드 등 모두 4곳이었다. 하지만 이들 4개 기업은 우연히도 모두 불기소 처분을 받고 사건이 종결됐다. 결국 이 사건과 관련해 검찰 처분을 종합하면, ‘코바나 협찬 기업 가운데 검찰 수사를 받은 기업이 있었고, 이들은 모두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검찰의 처분 과정에는 문제가 없었다. 코바나 협찬은 정상적인 계약에 따른 것일 뿐, 부정한 청탁이나 대가성은 발견되지 않았다. 이에 김 여사와 윤 대통령, 당시 협찬사 등 피고발인들은 모두 혐의가 없다’고 정리된다.

이 같은 일련의 처분 과정이 공교롭다고 느껴지는 점, 무언가 석연치 않은 것은 검찰이 이 사건 수사에 얼마나 의지가 있었을까라는 의문이 남기 때문이다. 검찰은 이번 처분으로 김 여사와 관련한 코바나 의혹을 모두 정리했다. 이제 검찰에 남은 김 여사 관련 사건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이다. 이 사건의 주범인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은 지난달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김 여사에 대한 검찰 처분은 1년 넘게 감감무소식이다. 검찰이 신속·엄정한 수사는 물론 국민이 납득할 만한 수사 의지를 보여주길 기대한다.

손현수 법조팀 기자 boys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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