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분당 흉기 난동'' 사건 이후 비슷한 범행을 저지르겠다는 예고성 글이 인터넷에 잇따라 올라온 4일 범행 예고 장소 중 한 곳인 경기도 성남시 오리역에 경찰특공대가 배치돼 있다. 연합뉴스
신림동 흉기 난동 사건에 이어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에서도 흉기 난동 사건이 발생하자 시민들의 불안감이 극에 달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살인 예고’ 협박글이 수십건 올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경찰은 인파가 모이는 곳마다 경찰력을 대거 배치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3일 서현역 흉기 난동 사건이 발생한 직후 온라인에는 ‘살인 협박’, ‘흉기 난동’ 등을 예고하는 글이 다수 게시됐다. 4일 오후 6시 현재 경찰이 파악한 글만 27~28건이다. 이 가운데 강남역·잠실역 등 서울 시내를 범행 장소로 지목한 글이 수십건에 이르렀다.
시민들은 ‘일기예보 챙겨 보듯 흉기난동 예고를 챙겨 봐야 하는 세상이 됐다’며 범행 장소로 지목된 곳을 공유하며 불안감을 달랬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사는 김주영(24)씨는 “집 근처 한티역도 협박글에 등장한 장소 중 하나였다”며 “외출하기가 무섭고 지하철 타기도 겁난다. 사람 많은 곳을 기피하게 되는 것 같다. 살인 예고가 진짜 실행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계속 든다”고 했다.
직장인 박아무개(36)씨도 “회사가 강남 근처에 있어 강남역을 매일 지나가는데, 흉기 난동 예고글을 봤다”며 “모방 범죄로 비슷한 사건이 벌어질까 두렵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학원가에는 자녀를 직접 데리러 온 부모들로 붐볐다. 강남역 인근에서 만난 김아무개(47)씨는 “고등학생 딸 학원 끝나는 시간에 맞춰 가서 집에 데려다놓고 왔다”며 “아들도 직접 데려가려고 학원 앞에 왔다”고 말했다. 대치동 특정 학원을 지목하는 협박글도 올라와 경찰이 출동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4일 오전 서울 서초구 고속버스터미널에서는 한 남성이 흉기를 들고 다니다 경찰에 체포되기도 했다. 서초경찰서는 오전 10시39분 ‘흉기를 들고 다니는 남자가 있다’는 신고를 받고 현장에서 20대 남성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해당 남성이 소지한 흉기 2점을 압수했다. 인명 피해는 없었다.
불안감을 부채질하는 가짜뉴스도 유포됐다. ‘대구 피시(PC)방에서 흉기 난동 발생’, ‘경기 포천 종합버스터미널에서 흉기 난동 및 방화 사건 발생’ 등의 글이 온라인 커뮤니티와 에스엔에스를 달궜다. 모두 허위로 드러났다.
주말을 앞둔 시민들은 ‘외출 공포’를 호소했다. 5일 인천 송도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에 갈 예정인 고아무개(26)씨는 “페스티벌은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이라 아무래도 불안하다. 주최 쪽에서도 소지품 검사 등으로 최대한 안전을 보장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날 협박글에서 범행 장소로 지목된 강남역·잠실역 등은 물론 스타필드 같은 대형 쇼핑몰 등에도 경찰을 배치했다. 전국 다중밀집지역에 경찰 2160여명을 투입했고, 완전무장한 경찰특공대 전술요원(SWAT) 99명도 전국에 배치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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