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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단독] ‘LH 출신’ 출자 감리업체, 4년간 LH 용역 166억 따냈다

등록 2023-08-07 05:00수정 2023-08-07 12:54

경기 오산시 세교2A-6블록아파트 주차장에 1일 오후 기둥 보강을 위한 구조물이 설치돼 있다. 국토교통부는 이곳을 포함해 지하주차장 공사에서 철근이 누락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아파트 15개 단지를 공개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경기 오산시 세교2A-6블록아파트 주차장에 1일 오후 기둥 보강을 위한 구조물이 설치돼 있다. 국토교통부는 이곳을 포함해 지하주차장 공사에서 철근이 누락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아파트 15개 단지를 공개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한국토지주택공사(LH) 퇴직 직원들이 임원이나 주주로 있는 신생 감리업체가 설립 4년 만에 엘에이치 용역 계약만 160억원대 규모를 따낸 것으로 확인됐다. 이 업체는 무너져내린 인천 검단 신축 아파트 지하주차장과 철근이 대거 빠진 오산 세교2지구 아파트단지의 감리를 맡은 곳으로, ‘전관특혜’가 부실을 키웠다는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6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2019년 8월에 설립된 ㅈ엔지니어링건축사무소는 4년 동안 엘에이치가 발주한 감리 용역 17개를 공동이행 방식으로 수주했다. 공동이행은 복수의 업체가 시공 비율을 나눠 용역을 수행하는 방식으로, 이 업체에 할당된 계약 금액은 전체 1130억원 중 166억원에 이른다. 이 업체가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 동안 올린 매출은 85억원이고, 같은 기간 수주한 엘에이치 용역 계약 금액이 162억원에 달하는 점을 고려하면, 신생 기업의 매출 비중이 엘에이치 용역에 쏠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 업체에는 엘에이치 고위직 출신들이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엘에이치 기술총괄처장 등을 지낸 허아무개씨와 엘에이치 주택기술기준처장 출신인 윤아무개씨는 각각 이 회사의 지분을 6.67%씩 보유하고 있다. 허씨(대표)와 윤씨(사내이사) 모두 이 회사 임원이었으나, 현재는 허씨만 사내이사를 맡고 있다. 허씨에 이어 대표 자리에 오른 김아무개씨 역시 이 회사 지분 6.67%를 보유하고 있는데 김씨 역시 엘에이치 출신으로 추정된다. 엘에이치 출신 인사들이 재취업을 넘어 지분까지 보유하며 이권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 때문에 실적이 전무한 신생업체가 감리 용역을 휩쓸 수 있었던 배경에 전관특혜가 작용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이 업체는 법인 설립 4개월 남짓 만에 77억원 규모의 아산 탕정지구(2-A2) 감리 용역을 수주했는데, 당시 해당 용역에서 시공 비율이 가장 높은 대표업체는 ㅁ종합건축사무소였고 허씨는 직전까지 이곳에서 부회장을 지냈다. 전관 업체들끼리 서로 밀어주고 당겨주며 이익을 나눠 가졌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ㅈ건축사무소가 공동으로 수주한 17개 용역 중 6개의 대표업체가 ㅁ건축사무소이고, 나머지 10개 용역의 대표업체들도 모두 엘에이치 출신이 임원을 맡거나 재취업해 시민단체가 전관 업체로 분류한 곳들이다.

더구나 ㅈ건축사무소는 부실 감리 논란에도 휩싸여 있다. 지난 4월 지하주차장이 무너져내린 검단 아파트의 감리를 이 업체를 포함한 5개사가 맡았는데, 붕괴의 직접적 원인이 된 지점이 이 업체 담당이었다. 최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철근 누락’ 아파트단지 중 한 곳인 오산 세교2지구(A-6)의 감리도 이 업체를 포함한 4개사가 맡았다. 해당 아파트는 무량판 구조 기둥 90개 중 75개에서 철근이 빠진 것으로 조사됐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시민입법위원장인 정지웅 변호사는 “엘에이치 출신들이 출자한 회사가 친정이 발주한 공사들을 제대로 관리·감독할 수 있었겠느냐”며 “전관들의 주식 보유는 이해충돌, 일감 몰아주기 소지도 훨씬 크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지난 4 일 ㅈ건축사무소 대표와 통화를 위해 사무실로 전화를 걸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심우삼 기자 wu3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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