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 고속버스터미널에서 흉기를 소지하고 배회한 20대 남성이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6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검찰청이 온라인에 ‘살인예고’ 글을 올린 피의자 6명을 구속했다고 9일 밝혔다. 검찰은 협박, 위계공무집행방해, 살인예비 등의 혐의를 적용했다. 과거에는 흉기를 소지하거나 다수를 대상으로 협박글을 올리는 사례가 경범죄처벌법 위반 혐의 등으로 가볍게 처벌받았지만, 최근 사회적 불안이 커지고 경찰력 등이 낭비되면서 검찰도 강경 대응하고 있다
신림역 흉기난동 사건 직후 서울 신림역에서 여성 20명을 살인하겠다고 예고한 26살 남성(7월27일), 서현역 사건 이후 서울 고속터미널에서 흉기를 들고 다닌 19살 남성(8월6일)이 잇따라 구속됐다. “혜화역에서 칼부림하겠다”는 글을 올린 29살 남성(8월7일)과 부평 로데오거리에서 여성 10명을 살인하겠다고 예고한 40살 남성(8월7일), 신림역에서 흉기난동을 예고한 29살 남성(8월8일)과 놀이동산에 흉기난동을 예고한 19살 남성(8월8일)에 대한 구속영장도 법원이 발부했다.
이중 서울 고속터미널에서 흉기를 들고 다닌 19살 남성에게는 ‘살인예비죄’가 적용됐다. 이 남성은 지난 4일 서울 서초구 고속터미널에서 흉기를 들고 배회하다 검거됐다. 당시에는 협박 혐의만 적용됐었는데, 당일 새벽 온라인에 “경찰을 죽이겠다”는 살인예고 글을 올린 사실이 드러나 살인예비 혐의가 추가됐다.
살인예비죄는 10년 이하의 형에 처할 수 있는 중범죄다. 대법원 판례를 보면, 살인예비죄가 성립하려면 △살인 대상이 특정되고 △범행 도구 등 실질적으로 살인할 수 있는 준비 행위가 있어야 한다. 검찰 관계자는 “‘신림역에 지나다니는 여자들’ ‘놀이공원에 있는 가족들’ 정도의 표현도 살인대상을 ‘특정’했다고 볼 수 있다. 흉기를 준비하는 행위가 더해지면 살인예비죄를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검거 사례 중 흉기를 준비하거나 위험성이 높아 보이는 경우에는 구속영장을 청구한다”라고 덧붙였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지난 6일 긴급회의를 열고 “온라인상 위협글에 대해 협박죄 외에도 살인예비, 위계공무집행방해 등 가능한 형사법령을 최대한 적용하고 구속수사를 적극 검토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법무부는 ‘살인 예고 글’을 처벌할 수 있는 관련 법률 개정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살인 예고 글 등 공중협박 행위에 대한 처벌과 관련해 법 개정을 추진한다”며 “불특정 다수에 대한 살인 예고와 같이 공중의 생명·신체에 대한 공포심을 야기하는 문언 등을 유포하거나 공공연하게 게시하는 행위를 처벌하고, 관련 정보의 유통을 차단할 수 있도록 방송통신위원회 등과 함께 근거 규정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정혜민 기자
jhm@hani.co.kr 전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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