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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많고 탈도 많던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가 12일 막을 내린다. 약 4∼5개월 전으로 돌아가보자.
윤석열 대통령은 “새만금에서 개최되는 잼버리를 전폭 지지하겠다”(3월29일)고 공언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번 잼버리가 “한국의 저력과 위상을 보여줄 좋은 기회”(3월3일)라며 모든 부처의 협력을 당부했다.
정부는 ‘안전한 잼버리’를 강조했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3월과 7월 정부 합동 안전점검을 실시했다. 주무부처인 여성가족부의 김현숙 장관도 잼버리 개영을 일주일 앞둔 지난달 25일 “세계 잼버리를 준비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무엇보다 안전”이라고 했다.
이처럼 ‘안전하다’ ‘아낌없이 지원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모두 빈말이었다. 홍보에만 열을 올렸을 뿐, 준비는 미흡했다. 잼버리 대원들이 텐트를 설치하는 야영지엔 진흙탕과 물웅덩이가 군데군데 있었다. 폭염 대비책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됐지만, 축구장 1200개 크기(약 8.8㎢)에 이르는 야영지엔 덩굴터널 57개, 그늘쉼터 1722개 정도가 전부였다. 덩굴터널도 덩굴이 다 자라지 못해 그늘막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참가 규모가 150여개국 4만3천여명(참가 신청자 기준)인 점을 고려하면, 기존 시설로는 폭염 대응에 역부족이었다. 지난달 28일부터 전북 부안군에 폭염경보가 발령됐는데도 냉방버스 배치 같은 추가 조처는 없었다. 온열질환자가 매일 수백명씩 속출하고, 일부 썩은 달걀 제공과 화장실 위생 불량 등 비위생적 생활 환경이 문제가 된 뒤에야 정부는 총력을 기울였다. 지난 6일 냉방버스 262대 배치, 그늘막 69동 추가 설치를 완료했다. 기존에 70명에 그쳤던 화장실·샤워실 청소 인력도 1400여명으로 늘렸고, 대형 선풍기 200여개를 보급했다. 진작 이렇게 할 수 있었는데, 그 전엔 왜 안 했을까.
준비 부족은 졸속 행정으로 이어졌다.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케이팝 콘서트가 예정됐던 6일 당일, 콘서트 날짜를 11일로 미루고 장소도 전주월드컵경기장으로 바꿨다고 했다. 이 결정으로 11일 전후에 열릴 예정이었던 전북 현대 구단의 안방 경기가 취소됐다. 이후엔 태풍 ‘카눈’의 한반도 북상에 따른 정부의 비상 대피 계획에 따라 잼버리 참가자들이 지난 8일 야영지를 떠나면서, 콘서트 장소는 서울월드컵경기장으로 다시 변경됐다.
이처럼 어른들이 자초한 혼란 속에서도, 청소년들은 즐거움을 찾았다. 한국스카우트연맹 관계자는 잼버리에 참여한 청소년들의 상황을 이렇게 전했다. “굉장히 재밌고 즐거워했어요. 각 나라 대원들이 모인 서브캠프별로 작은 공연장이 있는데, 아프리카나 동남아시아 등에서 온 청소년들이 터번 등 자기 나라 전통 복장을 입고 전통 춤을 추거나 노래를 불렀어요. 우쿨렐레를 가져와서 연주한 아이도 있었고요. 우리나라 청소년들도 다른 나라 친구들이랑 항건, 배지, 전통 부채 같은 걸 서로 교환하면서 잘 어울렸죠. 참 보기 좋았어요. 그래서 더 안타깝죠. 더 좋은 환경에서 놀 수 있었는데….”
빈말을 남발한 어른들은 반성해야 한다. 오는 16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출석시켜 현안질의를 실시한다. 정부가 사전 안전점검을 제대로 했는지, 대통령이 약속했던 ‘전폭적 지지’가 왜 늦어진 것인지 규명돼야 한다.
오세진 젠더팀 기자 5sjin@hani.co.kr
지난 8일 전북 부안군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야영지에서 철수가 결정된 뒤 스카우트 대원들이 버스를 타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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