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기 난동과 살인 예고 게시물 등으로 국민 불안감이 커진 7일 오후 서울 강남역 지하쇼핑센터에서 경찰특공대 대원들이 순찰하고 있다. 경찰은 다중 밀집지역 43곳에 소총과 권총 등으로 무장한 경찰특공대 전술요원 107명을 배치하고 서울 강남역과 부산 서면역 등 11곳에는 전술 장갑차를 투입했다. 연합뉴스
최근 무차별 범죄가 잇따르면서 정치권과 경찰청에서 경찰 직무집행에 대한 형사책임 감면 조건을 완화하는 방안이 논의되는 가운데, 참여연대가 “경찰 물리력의 적극적인 행사가 범죄를 예방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반대 목소리를 냈다.
30일 참여연대는 성명을 내어 “최근 일어난 강력범죄에 대한 대책으로 경찰이 형사책임 감면을 제시하고 있지만 물리력의 적극적인 행사가 범죄를 ‘예방’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 근본적 대책이나 그에 대한 사회적인 논의 없이 ‘형사책임감면’이 마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듯이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며 “형사책임감면과 관련한 개정안은 철회되고, 개정 논의는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행 경찰관직무집행법은 살인, 폭행, 강간, 가정폭력, 아동학대 등 일부 범죄에 한해 ‘범인 검거 과정에서 타인에게 피해가 발생한 경우 경찰관에게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다면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는데, 국회엔 이 적용 대상 범죄와 그 범위를 넓히는 안들이 올라와 있다. ‘고의·중과실’이라는 표현을 삭제하고 특수공무집행방해죄 등을 형사책임감면의 적용대상이 되는 범죄로 추가하는 개정안(윤상현 국민의힘 의원 대표 발의)과 적용대상 범죄를 아예 삭제하는 개정안(이만희 국민의힘 의원 대표 발의)이 대표적이다.
여당인 국민의힘과 경찰은 ‘신림역·서현역 무차별 범죄 사건’, ‘신림동 공원 여성 성폭력 살해’ 등 강력 범죄가 잇따르고 국민 불안이 높아지자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경찰관의 적극적인 현장 대응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참여연대는 “지난 2022년 1월 시민사회의 인권침해 우려와 반대에도 불구하고 경찰의 형사책임감면을 위해 경찰관 직무집행법이 개정됐지만, 이후 실제 범죄의 예방, 적절한 현장대응 등과 관련해 어떤 실효적인 효과가 있었는지 확인되지 않았다”며 “형사책임감면은 되려, 강력범죄에 대한 대응의 책임을 일선 현장의 경찰 개개인에게 전가하는 결과로 귀결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참여연대는 형사책임 감면이 권한 오·남용과 인권침해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며, 적합한 경찰관 교육과 훈련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5월 당·정이 집회·시위와 관련해 경찰에 대한 면책조항을 신설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는 만큼 형사책임감면은 단지 최근 일어난 강력범죄에 대한 대응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참여연대는 그러면서 “형사책임감면이 아닌 위급한 상황에서도 적법한 절차에 따라 정당한 직무를 집행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과 훈련이 선행되고,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고 인권을 보장하는 현장대응 방안에 대해 사회적인 논의가 이어져야 한다”고 했다.
고병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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