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태선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31일 오전 서초구 서울행정법원에서 열린 방송통신위원회 해임 처분 집행정지 신청 심문기일에 출석하며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권태선 전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장이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를 상대로 낸 이사 해임처분 집행정지 사건의 첫 심문이 31일 열렸다. 행정소송법을 보면, 행정 처분을 집행해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생기면 집행을 멈출 수 있게 돼 있다. 법원이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이면 권 전 이사장은 이사장 자리를 유지할 수 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재판장 김순열)의 심리로 열린 심문에 권 전 이사장은 출석하며 “저에 대한 해임이 정권에 의한 MBC 장악과 공영방송 체제 붕괴로 이어질 것은 누구나 짐작할 수 있다”며 “사법부가 방송의 자유와 독립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지켜주시기를 간곡히 요청한다”고 말했다.
법정에서도 권 전 이사장 쪽 대리인은 “(집행정지가 기각되면) 권 전 이사장은 어떤 금전으로도 배상할 수 없는 손해를 입게 된다. 위법한 처분을 정지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방통위 쪽 대리인은 “(집행정지가 받아들여지면) 오히려 피신청인(방통위) 권한이 사실상 형해화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권 전 이사장 쪽은 이날 해임 처분의 위법성을 조목조목 짚었다. 첫째, 방통위가 권 전 이사장을 해임하던 지난 21일 전체회의에서 정원 5명 가운데 2명(김효재 전 방통위원장 직무대행과 이상인 위원)만 참석했는데 안건 처리를 강행한 것은 부적절하다고 했다. 권 전 위원장 쪽 대리인은 “심의 자체가 불가능한 구조에서 방통위는 다원성을 전제로 하는 구성 원칙을 의도적으로 훼손하고 해임 사유를 신중하게 심의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둘째, 해임 사유도 부적절하다고도 했다. “해임 사유에는 권 전 이사장이 취임 전에 발생한 일이거나 감사원도 혐의가 확실하지 않다고 인정하는 일 등이 담겨 있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방통위 쪽은 ‘정당한 해임’이라고 반박했다. 방통위 쪽 대리인은 “이사가 제대로 직무를 수행하기 어렵다는 객관적 사유가 발생하면 이사를 해임 처분할 수 있다”며 “해임 처분 경위와 행위에 비춰볼 때 권 전 이사장은 임무를 방임하고 위법 행위를 저질러 공익에 심각한 침해가 생겼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9월 중순까지 집행정지 사건의 결론을 내겠다고 밝혔다. 권 전 이사장 쪽은 9월11일 김기중 방문진 이사 해임 청문이 진행될 예정이라 “이사진 변경 전에 정의가 회복되는 게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앞서 방통위는 지난 21일 전체회의를 열어 ‘문화방송(MBC)과 관계사 경영 및 문화방송 사장 선임 과정에 대한 관리 감독 의무를 소홀히 했다’는 등의 이유로 권 전 이사장을 해임했다. 권 전 이사장은 서울행정법원에 해임 취소 소송과 집행정지 신청을 냈다. 방문진은 문화방송의 최대주주로 사장 임명권 등을 갖고 있다. 언론단체는 권 전 이사장 해임 등을 두고 ‘불법적인 공영방송 장악’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전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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