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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고발 사주, 누구냐 넌?…흔적은 뚜렷한데 재판만 1년여

등록 2023-09-02 07:00수정 2023-09-02 16:42

[한겨레S] 커버스토리 사건의 재구성
일러스트레이션 장광석
일러스트레이션 장광석

“‘윤석열 검찰’이 2020년 총선을 앞두고 범여권 후보를 고발하라고 했다.”

20대 대선을 6개월 앞둔 2021년 9월2일에 터져나온 ‘고발 사주 의혹’은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에겐 치명타가 될 수 있는 사건이었다.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면 ‘윤석열 검찰총장 시절 검찰의 총선 개입’으로 번질 수 있는 사안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가 허점을 드러내며 2022년 5월4일 ‘검찰총장의 눈과 귀’라는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손준성)만 기소됐고 5일 뒤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됐다. 재판이 1년 넘게 진행되고 있지만 의문은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고발을 사주한 정황과 흔적이 남았지만 그 누구도 인정하지 않고, 관련자 모두 혐의를 완벽하게 부인한다. 사건은 결국 은폐될 것인가. 거대한 사건의 단초가 드러났던 때로부터 딱 2년. 진실을 찾기 위해 한겨레가 ‘고발 사주 의혹’ 안의 의혹을 정리했다.

추미애-윤석열 ‘전쟁’ 격화한 시점

형사소송법에서는 “누구든지 범죄가 있다고 사료되면 고발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수사기관은 ‘범죄가 있다고 사료’되면 직접 수사할 수 있다. 고발 사주 의혹이 사실로 확인된다면 수사권이 있는 검찰이 외부인에 고발을 사주 또는 청부해 수사에 착수하려 했다는 기막힌 일이 된다. 상식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일이지만 2020년 초 ‘윤석열 검찰총장’(최초 호칭 뒤 이하 생략)이 놓인 상황과 맥락을 살펴보면 의혹을 뒷받침하는 각종 정황이 드러난다.

2019년 7월25일 윤석열이 검찰총장에 취임했다. 검찰총장 임기제가 도입된 1988년 이래 고검장 경력 없이 검찰총장으로 직행한 이는 처음이었다.

파격적인 검찰 인사가 뒤따랐다. ‘특수통’이 각종 요직에 가며 ‘윤석열 사단의 인사 독식’ 평가가 나왔다. 한달 뒤 검찰은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수사에 착수했다. 조국은 장관 취임 한달여 만에 사퇴했다. 윤석열과 문재인 정부 관계는 돌이킬 수 없게 됐다.

2020년 1월 초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임명됐다. 5선 국회의원에 당대표까지 거친 이를 장관 자리에 앉힌 걸 두고 ‘윤석열 길들이기용’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추미애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대규모 검찰 인사가 단행됐다. 윤석열은 인사에 반대하며 ‘항명 논란’까지 불거졌다.

그러나 인사는 장관의 권한이었다. ‘윤석열 사단’은 각종 요직에서 사라졌다. 반년 만에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에서 부산고검 차장검사로 좌천된 한동훈 검사장이 대표적이다. 대검찰청 부장(검사장급) 자리도 물갈이 됐다. 대검 내 윤석열의 장악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었다.

‘악재’는 계속됐다. 가족 관련 의혹이 줄을 이었다. 2020년 2월, 탐사보도 전문매체 뉴스타파가 윤석열 아내 김건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을 보도했다. 3월에는 문화방송(MBC) 스트레이트가 장모 최은순의 ‘가짜 은행잔고증명서 작성’ 의혹을 보도했다.

3월 말에는 윤석열의 최측근 한동훈이 연루된 ‘채널에이(A) 사건’ 의혹이 터졌다. 이동재 전 채널에이 기자가 이철 밸류인베스트코리아 전 대표에게 한동훈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유시민 노무현재단 전 이사장의 비위 진술을 강요했다는 내용이었다.

윤석열은 진상조사 지시에 강하게 반발하며 ‘한동훈 지키기’에 나섰다. 추미애가 4월2일 윤석열에게 채널에이 사건 관련 ‘진상확인 결과를 보고하라’는 공문을 보내고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이 ‘채널에이 사건의 진위를 확인하겠다’고 윤석열에게 보고했지만 그는 ‘감찰부 소관이 아니니 인권부에서 먼저 처리하라’고 지시했다. 한동수가 거듭 ‘감찰부 소관 업무이니 인권부와 병행해서 조사하겠다’고 하자 윤석열은 격앙된 목소리로 ‘조사해. 근데 일일보고를 해’라고 했다고 한다.(‘한동훈 감찰 방해’를 인정해 윤석열 징계가 정당하다는 1심 판결문 인용)

그사이 검찰은 분주했다. 그 흔적은 당시 한동훈(부산고검 차장)-권순정(대검 대변인)-손준성(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이 함께 있던 카카오톡 단체대화방 흔적으로 남아 있다. 문화방송의 채널에이 의혹 보도가 나온 2020년 3월31일, 3인 단체방과 한동훈-손준성 간 카카오톡 대화는 93회였는데, 그 기록은 4월2일 138회로 증가했다. 그날 오후 7시께 한동훈은 3인 단체방에 사진 60여장을 전송하기도 했다. ‘고발 사주’ 전날의 일이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대검 수정관실 조직적 움직임

4월3일 새벽 3시2분 조선일보는 채널에이 의혹 제보자 지아무개씨가 친여 브로커라 제보의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내용의 기사를 송출했다. 약 4시간 뒤인 오전 7시께 손준성이 조선일보 기사 링크와 지아무개 페이스북 게시글 갈무리 사진 88장, 그리고 “제보자×가 지○○임”이라는 텔레그램 메시지를 ‘누군가’에게 보냈다. 공수처는 ‘누군가’를 손준성 ‘사법연수원 동기’인 김웅 미래통합당 국회의원 후보로 본다.

김웅은 3시간 뒤 조선일보 기사 링크와 지아무개 페이스북 사진 파일을 조성은 미래통합당 선거대책위원회 부위원장에게 텔레그램으로 전달했다. 김웅이 전달한 첫번째 자료다. 텔레그램으로 전해진 해당 파일에는 최초 발신자가 손준성임을 뜻하는 ‘손준성 보냄’ 표시가 붙어 있었다. 그 직전에 김웅은 조성은과 통화하며 “고발장 초안을 만들어 보내드릴게요”라고 말한다.

두번째로 조성은이 받은 자료는 지아무개 실명 판결문이다. 그 판결문은 이날 오전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수정관실)에서 집중 검색된 자료였다. 처음으로 실명 판결문 검색에 성공한 이는 수정관실 연구관 임홍석 검사였다. 임홍석은 오전 9시14분부터 7분간 지아무개 실명 판결문을 검색하고 조회했다.

임홍석의 상관인 성상욱 수사정보2담당관은 9시47분께 손준성과 검찰 메신저로 대화했다. 대화 내용은 보관기간이 경과돼 공수처 수사로도 확인하지 못했다. 10시26분 김웅은 손준성으로부터 전해진 지아무개 실명 판결문을 받았다. 오후 1시47분, 그 판결문이 김웅에게서 조성은으로 전달됐다.

오후 3시20분에는 손준성이 김웅으로 의심되는 이에게 ‘1차 고발장’ 사진을 전달했다. 한 시간 뒤 김웅은 같은 파일을 조성은에게 전송했다. 조성은이 받은 세번째 자료다. 김웅은 직후 조성은에게 “제가 가면 ‘윤석열이 시켜 고발한 것이다’가 나오게 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니 ‘정당 차원에서 고발장을 들고 가라’는 얘기였다.

닷새 뒤 ‘2차 고발장’이 전달된 4월8일에도 ‘수상쩍은’ 일은 끊이지 않았다. 임홍석은 오전 11시12분 ‘허위사실공표에 의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관련 판결문을 검색했다. 그리고 약 5시간 뒤인 오후 4시 최강욱 당시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후보를 같은 혐의로 고발하는 2차 고발장이 손준성으로부터 김웅에게 전달됐다. 이 고발장에는 임홍석이 조회한 판결문 사건번호와 그 내용이 인용돼 있었다. 오후 7시40분 김웅이 조성은에게 2차 고발장 사진을 전달했다.

고발장 내용은 더욱 공교롭다. 윤석열 부인 김건희와 측근인 한동훈이 ‘피해자’로 적혀 있었다. ‘1차 고발장’을 살펴보면, 여당의 전폭적 지지로 검찰총장에 취임한 윤석열이 ‘조국 수사’로 “역적 같은 존재”가 됐고 김건희와 최은순, 그리고 한동훈에 대한 의혹 보도가 계속되고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지씨를 매개로 황희석-최강욱-유시민 등이 기자들과 함께 ‘일련의 허위 기획보도’ 행위를 일삼아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 했으니 “국가와 사회, 피해자 개인들에게 미치는 중대한 해악을 신속히 중단시켜 주시기 바란다”고도 쓰여 있었다. 피고발인에는 관련 의혹을 보도한 문화방송, 뉴스타파 기자들도 포함됐다.

최강욱만 겨냥한 ‘2차 고발장’도 수상쩍은 건 마찬가지다. 고발장은 최강욱이 ‘조국 사건’ 관련 허위사실을 공표했다고 적혀 있었다. 문제는 접수 시기다. 제보자 조성은은 1·2차 고발장을 받긴 했지만 미래통합당에 전달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그러나 4개월 뒤인 8월, 미래통합당은 해당 고발장과 판박이고 토씨만 다른 고발장을 대검에 접수했다. 당시 고발장을 작성했던 이는 정점식 미래통합당 법률자문위원장 쪽에서 고발장 초안을 받았다고 밝혔다. 조성은이 고발장을 전하지는 않았지만, 같은 내용의 고발장이 미래통합당에 접수돼 ‘고발 실행’에까지 이른 것이다.

고발장이 접수된 뒤 최강욱은 2020년 10월 기소됐고 2021년 6월 1심에서 벌금 80만원을 선고받았다. 항소심은 고발 사주 의혹 관련 사실관계가 확인된 뒤 법률적 판단을 하겠다며 재판 진행을 미룬 상태다.

공수처 미적대자 하드 갈고 앱 깔고

1년이 훌쩍 지난 2021년 9월2일, 인터넷매체 뉴스버스가 ‘고발 사주 의혹’을 보도했다. ‘윤석열 검찰’이 김웅을 통해 미래통합당 쪽에 고발을 사주했다는 내용이었다. 사실이라면 수사기관이 수사에 착수해야 할 사안이었다. 윤석열과 손준성 모두 전·현직 검사라 공수처가 직접 기소할 수 있었다.

그러나 수사는 출발부터 늦었다. 언론 보도 뒤 일주일이 넘은 9월10일이 돼서야 공수처는 김웅·손준성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그마저도 9월6일 김한메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 대표가 윤석열·손준성 등을 고발하자 8일 고발인 조사를 거친 뒤에야 실시했다.

그사이 ‘증거인멸’로 보일 만한 일들이 잇따라 벌어졌다. 뉴스버스 보도 당일 김웅은 휴대전화를 교체했다. 임홍석은 열흘 전 교체했던 수정관실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다시 포맷했다. 또 7일에는 텔레그램과 카카오톡 대화내역을 삭제했다. 11일에는 휴대전화에 안티포렌식 앱을 설치했다. 공수처의 수사 결과이지만 임홍석은하드디스크 교체 사실이 없다”, “안티포렌식 앱도 이미 사용하고 있었다”며 증거인멸 의혹을 부인했다.

공수처 내부에서도 ‘수사를 너무 늦게 착수했다’는 한탄이 나왔다. 언론을 통해 사건이 공개된 상황에서 뜸을 들이다 ‘증거인멸’ 시간만 벌어줬다는 후회였다. 김진욱 공수처장 등 지휘부가 대선후보 윤석열이 엮인 사건이 부담스러워 착수 시기를 재다가 적기를 놓친 게 패착이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실패가 예정된 수사’였다. 손준성 구속영장은 두차례 청구됐지만 모두 기각되면서 수사 동력을 잃었다. 결국 2022년 5월 공수처는 손준성만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했다. 김웅은 2020년 4월 당시 공직자가 아닌 민간인 신분이라 검찰로 사건을 넘겼다. 윤석열과 한동훈 등은 조사도 하지 않고 무혐의 처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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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이 카톡방에 올린 사진 60장

2023년 8월28일까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장 김옥곤) 심리로 진행되는 고발 사주 의혹 재판은 18차례 진행됐다. 증인은 모두 23명이었다. 재판부는 8월28일 공판에서 “11월 안에 재판을 종결했으면 한다”며 “1월 안에 선고하는 방향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아직 임홍석 등 주요 증인 출석이 남아 있어 선고가 2024년 초에 나올 수 있을지는 확실치 않다.

지난 1년 동안 진행된 재판에서 ‘고발 사주 의혹’을 뒷받침하는 정황은 수없이 나왔다. 공수처로 사건을 넘기기 전 서울중앙지검에서 이 사건을 수사했던 검찰 수사관은 증인으로 나와 ‘최초 전달자는 손준성이라는 사실이 명백히 증명됐다’는 내용의 수사보고서를 썼다고 증언했다. 또한 당시 수정관실이 ‘장모 팩트체크 파일’이나 최은순 ‘입장 파일’을 공유하는 등 ‘윤석열 가족 방어’에 집중했다는 상황도 드러났다. 한동훈이 고발 사주 의혹 전날 내용 모를 사진 60장을 권순정-손준성이 있는 카카오톡 단체방에 올렸다는 것도 공판 과정에서 드러난 내용이다.

다만 핵심 쟁점이 남아 있다. 손준성과 김웅 사이 ‘제3자’의 존재 유무다. 공수처는 둘 사이 ‘제3자가 없다’고, 즉 손준성이 김웅에게 직접 고발장을 전달했다고 본다. 손준성이 고발장 등을 전달한 시간과 김웅이 조성은에게 이를 다시 전달한 시간 사이가 가깝다는 ‘시간적 근접성’이 주요 근거다. 설령 제3자가 있더라도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손준성의 ‘선거에 부당하게 영향을 미칠 의도’가 김웅에게 고스란히 전달됐다고 보기 때문이다.

손준성 쪽 입장은 반대다. ‘당시 고발장을 보낸 기억 자체가 없다’고 한다. 어떤 이유로 고발장이 김웅에게 전달됐는지 아예 모른다는 것이다. 따라서 공수처가 손준성 혐의를 증명하기 위해서는 ‘손준성이 김웅에게 고발장을 직접 전달했다’는 걸 입증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만약 미래통합당 국회의원 후보였던 김웅이 아닌 제3자에게 고발장이 전달됐다면,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 했다’는 손준성 혐의가 성립되지 않는다고도 한다. 재판부도 공수처에 “제3자가 (고발장을) 받았다면 공소사실 유지가 안 되는 게 아닌가. 그 부분에 대해 검토해보시라”고 지적한 바 있다.

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재판부 발언은 ‘손준성이 제3자에게 전했을 가능성’도 포함하도록 공소사실을 정리하라는 지침”이라며 “원칙적으로는 검사가 전부 입증책임을 지는 게 맞다. 다만 손준성이 제3자의 존재를 밝히지 않으면 판사는 정말 무죄가 맞는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가장 중요한 건 손준성의 ‘고의’에 대한 판단 여부”라며 “설령 ‘제3자 가능성’이 배제되지 않아도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 했다’는 손준성 고의가 인정되면 유죄도 가능한 구조”라고 짚었다.

2020년 4월 김웅 당시 미래통합당 국회의원 후보가 조성은 선거대책위원회 부위원장에게 전달한 고발장(위쪽 회색 문건)과 4개월 뒤 미래통합당이 대검찰청에 제출한 최강욱 당시 열린민주당 의원(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고발장. 문장이나 약물기호가 판박이처럼 똑같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2020년 4월 김웅 당시 미래통합당 국회의원 후보가 조성은 선거대책위원회 부위원장에게 전달한 고발장(위쪽 회색 문건)과 4개월 뒤 미래통합당이 대검찰청에 제출한 최강욱 당시 열린민주당 의원(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고발장. 문장이나 약물기호가 판박이처럼 똑같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사건 관련자들 권력의 핵심으로

손준성의 유죄가 인정된다고 해도 핵심 의혹은 여전히 남는다. 손준성 유죄 판결은 ‘21대 총선에 영향을 미칠 의도로 손준성이 김웅에게 고발장을 보냈다’는 점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손준성이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없는 김건희나 한동훈이 피해자로 적시된 고발장을 왜 김웅에게 보냈는지, 범행의 ‘동기’가 해소되지 않는다. ‘고발장 작성자’ 역시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2차 고발장’ 관련 의혹도 풀리지 않았다. 조성은이 전달하지 않은 고발장과 같은 내용의 고발장을 미래통합당이 어떻게 입수해 고발까지 했을까. 정점식 쪽에서 고발장 초안을 전달해 미래통합당 쪽에서 ‘판박이’ 고발장을 작성해 접수했다는 사실은 언론 보도로 드러났지만, 공수처는 미래통합당 관계자들을 불러 조사했는데도 정점식 쪽이 어떻게 그 고발장을 받게 됐는지 그 출처를 밝혀내지 못했다. 손준성을 기소할 때 정점식을 무혐의 처분한 이유다.

김웅의 공모 여부도 오리무중이다.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은 김웅은 지난 7월 재판 증인으로 나와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그러면서도 “정치인이 아니게 되면 제가 생각하는 내용을 나중에 이야기하겠지만, 지금 정치인이라 제보자는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정치인으로 남도록 다음 총선에서 공천해달라는 발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손준성과 김웅 등 사건의 수면 위로 드러나 있는 이들이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생짜로 부인하지만 검찰발 고발 사주의 흔적은 그대로다. 결국 핵심은 누가 고발을 사주했느냐다. 윗선과 배후로 지목됐던 윤석열과 한동훈을 공수처는 이미 무혐의 처분했다. 그럼에도 찜찜함은 해소되지 않는다. 공수처가 윤석열과 수시로 연락을 주고받던 한동훈 휴대전화는 입수하지도, 손준성 휴대전화는 열어보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수정관실의 전신인 범죄정보담당관실 출신 변호사는 “‘총장의 눈과 귀’인 수정관실이 총장 승인 없이 움직인다는 건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며 “‘채널에이’ 사건(한동훈)이나 ‘주가조작 의혹’ 보도(김건희) 등 완전 다른 결의 사건 피해자가 한 고발장에 담긴 것도 이상하다”고 했다. 다른 검찰 출신 변호사도 “‘총장 가족과 측근이 피해자’라는 내용의 수사에 나서면 역풍을 맞을 수 있다. 고발 사주가 사실이라면 일종의 정무적 판단 아니었겠냐”라고 말했다.

‘고발 사주 의혹’ 당시 ‘윤석열 검찰’의 핵심이었던 이들은 승승장구하고 있다. 대통령 윤석열, 법무부 장관 한동훈을 필두로 권순정은 법무부 핵심 보직인 기획조정실장을 맡았다. 성상욱은 전국 최대 검찰청 서울중앙지검에서 인권보호부장이 됐고 ‘라임 술접대 검사’ 당사자인 임홍석은 징계를 받지 않았다. 올해 하반기 검찰 인사 때 ‘피고인’ 손준성의 ‘검사장 승진’이 확실하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흔적은 있으나 누구도 시인하지 않는 ‘고발 사주 의혹’의 진실은 밝혀질 수 있을까.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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