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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고발사주 재판, 손준성 챙겨주기 ‘검찰 카르텔’ 전형

등록 2023-06-27 06:00수정 2023-06-27 12:24

재판 1년 지지부진
‘증거부동의’로 기사 진위 다퉈
여태껏 정황 증거 조사 머물러
‘고발사주 의혹’으로 기소된 손준성 서울고검 송무부장이 지난 4월24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발사주 의혹’으로 기소된 손준성 서울고검 송무부장이 지난 4월24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이 윤 대통령과 가족 등을 피해자로 적시한 고발장을 정당을 통해 수사기관에 ‘대리 접수’하려 했다는 ‘고발사주 의혹’ 재판이 27일로 1년을 맞는다. 그러나 재판은 더디다. 이제야 주요 증인이 출석하고 있다. ‘고발장 전달자’로 기소된 손준성 검사(서울고검 송무부장)의 재판 지연 전략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내년 1월이 되면 윤석열 대통령이 임명하는 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이 온다. 새 처장이 오면 손 검사가 좀 더 유리한 환경에서 재판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 1년 지나 절반…손 검사 쪽 ‘재판 지연’ 전략 때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장 김옥곤) 심리로 진행되는 고발사주 재판은 아직 ‘정황 증거’ 조사 단계를 맴돌고 있다. 이달 초에야 핵심 증인 ‘제보자’ 조성은씨가 출석했을 정도다. 출석하지 않은 주요 증인은 아직 많다.

재판이 늘어지는 여러 이유 중 하나는 손 검사 쪽의 ‘기사 증거 부동의’ 전략 때문이다. 통상 재판에 언론 기사를 증거로 신청하면 ‘해당 기자가 기사를 썼다’는 전제 하에 내용의 진위를 다투게 된다. 그러나 손 검사 쪽은 ‘해당 기자가 해당 기사를 썼다는 사실’ 자체에 동의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런 식으로 문서의 증거능력 자체를 문제 삼으면, 문서 작성자가 직접 법정에 나와 ‘내가 작성한 문서가 맞다’고 증언해야 한다. 일일이 기자들이 법정에 나와 증언을 한 뒤에야 기사 내용의 진위를 다투다 보니 소송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 주요 관계자 진술이 담긴 공수처와 검찰 수사보고서 등을 증거로 쓰는 데에도 동의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증인 신문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분석도 있다. 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언론 기사들에 대한 증거 부동의는 통상적인 일이 아니다. 기자를 일일이 법정 증언대에 세우면 재판이 지연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재판 지연은 손 검사 쪽에 유리하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내년 1월이면 김진욱 공수처장의 임기가 끝나기 때문이다. 다음 공수처장은 윤 대통령이 임명한다. 새 처장이 누구냐에 따라 재판 전략이 달라질 수도 있다.

내년 2월 법원 인사 때 재판부가 교체될 수도 있다. 재판부가 바뀌면 주요 증인을 다시 불러야 할 수 있다. 선고일을 가늠하기 어려워진다. 손 검사 쪽 변호인은 23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재판을 지연시키려는 의도는 전혀 없다”며 “재판에 성실하게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2022년 10월20일 오전 대전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대전시·세종시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김웅 의원이 질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2년 10월20일 오전 대전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대전시·세종시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김웅 의원이 질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 법무부·검찰의 ‘손준성 챙겨주기’

지난 1년간 법정 밖 ‘손준성 챙겨주기’ 움직임도 활발했다. 대표적인 게 대검찰청의 ‘감찰 무혐의 처분’이다. 대검은 지난 3월 ‘손 검사를 감찰했으나 비위 혐의가 없다’고 결론냈다. 형사 재판에 넘겨져 1심 재판이 진행 중인 피고인을 법원 판단 전에 ‘혐의 없음’으로 부처에서 감찰 종결하는 건 전례를 찾기 힘든 일이다. 유죄 판결이 나면 ‘혐의 없음’이라는 감찰의 판단과 충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재판 중이지만 승진도 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취임 한달 뒤 손 검사를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에서 서울고검 송무부장으로 ‘영전’시켰다. 송무부장은 국가 소송을 맡고 국고손실 환수 사건 등을 지휘한다. ‘검사장’에 한발 다가간 자리로 평가받는다. 서울중앙지법과 5분 거리라 고발사주 재판 출석을 배려한 인사라는 평가도 나왔다.

검찰은 공수처가 ‘공범’으로 판단한 김웅 국민의힘 의원을 불기소 처분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2022년 5월 공수처 수사 당시 민간인 신분이었기 때문에 검찰에 기소권이 있었다. 공수처가 ‘기소해달라’고 사건을 넘겼지만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부장 이희동)는 ‘제3자가 (고발장) 자료를 전달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김 의원을 무혐의 처분했다. 무혐의 처분은 할 수 있다. 하지만 김 의원에 대한 추가 조사도 없이 공수처 결론을 뒤집었기 때문에 뒷말을 낳았다. 손 검사에게 유리한 처분이었다.

‘고발사주’ 의혹 최초 제보자인 조성은씨가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국민의힘 의원들을 고소한 사건에 대한 고소인 조사를 받기 위해 2021년 11월10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로 들어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발사주’ 의혹 최초 제보자인 조성은씨가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국민의힘 의원들을 고소한 사건에 대한 고소인 조사를 받기 위해 2021년 11월10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로 들어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 당시 대검의 ‘윤 가족 지키기’ 행보

공수처는 끝내 ‘누가 고발장을 작성했는지’ 밝히지 못했다. 다만 ‘고발장이 작성된 곳은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실(수정관실)로 보인다’며 사실상 ‘장소’를 특정했다. 대검에서 근무하던 누군가가 고발장을 작성했다는 뜻이다. 손 검사는 그렇게 작성된 고발장을 ‘전달’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기소됐다.

손 검사가 ‘건넸다’는 행위를 직접 증명하지는 않지만, ‘건넸을 수 있다’는 정황 증거는 1년 내내 재판에서 여러차례 공개됐다. 고발장이 전달된 2020년 4월3일, 제보자 조성은씨는 고발장과 함께 첨부 자료 88장을 건네받았다. 공교롭게도 전날 저녁 한동훈 당시 검사장은 손 검사 등이 참여한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 사진 60여장을 올렸다. 어떤 내용을 담은 사진이었는지는 한 장관의 휴대전화를 확보하지 못해 공수처가 알지 못한다. 고발장과 함께 특정인의 실명이 등장하는 판결문도 전달됐는데, 역시 공교롭게도 직전에 윤 대통령 ‘측근’ 김영일 당시 수사정보1담당관이 주변 수사관들에게 해당 인물의 실명을 처음 언급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공수처로 이첩하기 전 이 사건을 수사했던 검찰 수사팀 소속 수사관은 증인으로 나와 ‘(고발장) 메시지 최초 작성자 및 전달자가 손준성·김웅이라는 사실이 명백히 증명됐다’는 내용의 수사보고서를 썼다고 인정하기도 했다.

당시 대검 수정관실이 ‘윤 대통령 가족 방어’에 집중했던 정황도 다수 공개됐다. 검찰 수사관 증인 신문 과정에서 ‘총장의 눈과 귀’로 불리는 수정관실이 당시 ‘장모 팩트체크 파일’ 자료 등을 만들었다는 내용이 드러나기도 했다. 한 직원은 수정관실에서 윤 대통령 가족 관련 유튜브 반응을 살피라고 지시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이런 사실은 손 검사 쪽도 인정한다. 다만 정당한 업무였다는 입장이다.

오는 7월 김웅 의원이 증인으로 나온다. 김 의원은 공수처 조사에서 손 검사에게서 고발장을 받은 적 없다고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8월에는 수정관실에 있던 성상욱·임홍석 검사가 증인으로 출석한다. 이들은 한때 ‘고발장 작성자’로 거론되기도 했으나 공수처는 이들을 ‘작성자’로 특정하지 못했다. 임 검사가 공수처 수사가 시작되자 휴대전화에 안티포렌식 앱을 설치했다는 증언도 재판에서 나왔다.

공수처는 올해 안에 구형까지 마쳐 내년 2월 재판부 변경 전에 재판이 끝나길 바란다. 공수처 관계자는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에 유의하면서 실체적 진실 규명을 위해 공판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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