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발한 성격의 세로(왼쪽)는 평소 차분한 성격을 가진 코코한테 다가가 장난을 많이 친다. 세로가 무는 시늉을 하거나 몸을 밀어 대면, 코코는 귀찮다고 두 뒤 발로 뒷발질을 하거나 “끼잉끼잉”하고 소리를 내면서 의사 표현을 한다고 사육사는 설명한다. 서울어린이대공원 제공.
홀로 지내다 지난 3월 탈출까지 했던 수컷 얼룩말 ‘세로’에게 새로운 여자친구 ‘코코’가 생긴 지 벌써 3개월이 넘었다. 2년새 부모를 모두 잃고 불안정했던 세로와 낯선 곳에 온 코코는 요즘 어떻게 지낼까.
지난 26일 한겨레와 인터뷰한 세로의 ‘인간 엄마’ 허호정(48) 서울어린이대공원 사육사는 “세로가 새로 온 코코와 사이좋게 너무 잘 지내고 있다”며 “지난 6월 말에 처음 합사하고 나서 친해지는 과정을 거쳐서 지금은 안정기에 진입했다”고 말했다.
2019년생인 세로보다 3살 어린 코코는 지난 6월21일 광주광역시 우치공원에서 서울어린이대공원으로 옮겨져 합사했다. 이후 8일 동안 철망으로 세로와 격리된 상태에서 서로 익숙해지는 시간을 보낸 뒤, 2∼3주 동안 서열정리 등 서로에 적응하는 시간을 보냈다. 허 과장은 “(합사) 첫날에 세로가 코코의 목덜미를 물거나 몸으로 압박하는 등의 힘겨루기를 해 코코보다 힘이 세다는 것을 보여주는 과정이 있었다”며 “밤에는 코코의 밥도 뺏어 먹어 나중에는 내실을 철장으로 분리했는데, 이 과정에서 코코도 위협을 느꼈을 텐데 무사히 잘 적응했다”고 설명했다.
세로가 지난해 급작스럽게 부모를 잃고 혼자가 돼 힘들어하면서 예정보다 빠르게 어린 코코와 합사하게 돼 우려도 있었지만, 이제는 어린이대공원에서 인정하는 둘도 없는 짝꿍이다. 사육사가 방사장을 청소하거나 내실을 청소할 때 한 마리씩 다른 쪽으로 이동시키려 문을 열어 놓아도 절대 혼자서는 나가지 않는다. 허 과장은 “둘이 같이 살게 된 게 몇 년이 된 것도 아닌데, 청소할 때 한 마리를 밖으로 보내려고해도 홀로는 절대 안 나가려 한다”며 “둘이 완전히 단합한 것처럼, 강한 유대감이 생긴 거 같다”고 말했다.
세로(왼쪽)와 코코가 사육사가 건네주는 당근을 받아먹고 있다. 이들은 주식인 티모시와 알파파 건초, 저녁에만 먹는 말 전용 배합사료 이외 간식으로 당근과 고구마를 틈틈이 먹는다. 서울어린이대공원 제공.
처음 엄마로부터 분리를 경험한 코코도 이제는 어엿한 어린이대공원 가족이다. 허 과장은 “저희가 작년부터 세로한테 간식으로 길게 썬 당근이나 고구마, 사과를 직접 손으로 먹여줬는데, 코코는 안 받아먹어 버릇한 아이라서 처음에 많이 낯설어 했던 걸로 기억한다”며 “처음에는 화난 것처럼 주둥이로 간식을 툭툭 치기만 하고 먹지 않거나, 먹더라도 무서워서 빨리 낚아채듯 물어갔는데 이제는 이름만 불러도 앞다퉈 간식을 받아먹는다”고 설명했다. 옆에서 세로가 받아먹는 모습을 계속 보면서 코코도 세로의 행동을 따라 하게 된 셈이다.
이들이 아침마다 의식처럼 매일 반복하는 행위를 보며 사육사는 “둘을 보고 있으면 서로에 대한 사랑이 절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아침에 내사에서 잠을 자고 일어나 방사장으로 나가면 둘은 항상 ‘모래 목욕’을 한다. 모래 바닥에 한 마리씩 누워 온몸을 비비고 반대편으로 굴러서 또 몸을 비비며 모래 목욕을 한다. 다른 한 마리는 그 옆으로 다가가 몸을 또 비빈다. 허 과장은 “머리부터 엉덩이까지 계속 서로 몸을 부딪쳐 가며 서로 씻겨주고 털어준다”며 “아침마다 이러한 모습을 보면 너무 예쁘고 사랑스럽다”고 설명했다.
내년 여름이면 새로운 식구가 생길 수도 있다고 허 과장은 귀띔했다. 허 과장은 “얼룩말의 임신 기간은 11∼12개월이라, 올해 여름에 만났으니까 아마 내년 여름쯤에는 좋은 소식이 있지 않을까 싶다”며 “둘이 매일 같이 붙어 있고 사이가 좋아서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다”고 말했다.
얼룩말 세로는 지난 3월23일 동물원 우리의 나무 데크를 파손하고 탈출해 차로 등을 달리는 모습이 목격되면서 화제가 됐다. 세로는 지난해와 재작년 연이어 부모가 숨진 뒤 생활에 다소 어려움을 겪었다. 얼룩말은 야생성이 강하고 무리 지어 생활한다.
윤연정 기자 yj2gaz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