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6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위례신도시 특혜 개발 의혹 사건 첫 정식 재판에 출석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6일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 특혜 의혹 사건 첫 재판에 나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상식적 입장에서 봤을 때 (검찰의 공소장이) 기본적으로 말이 되는 소리냐는 생각이 든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이 대표 쪽은 단식 뒤 건강 문제로 오래 앉아있기 힘들다는 뜻을 밝혔고, 이날 재판은 1시간20여분 만에 종료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재판장 김동현)는 이날 오전 10시30분부터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 특혜, 성남FC 불법 후원금 등 혐의로 기소된 이재명 대표의 첫 정식 재판을 열었다. 공판준비기일과 달리 정식 재판은 피고인이 출석할 의무가 있어 이 대표는 이날 법정에 섰다. 지난 9월27일 백현동 아파트 개발 특혜 의혹 등 혐의로 검찰이 청구한 구속 영장이 기각된 뒤 9일 만에 다시 법정에 출석한 것이다.
검찰이 ‘위례신도시 개발 특혜’ 의혹 사건과 관련한 모두진술을 마치자, 이 대표는 “검찰이 기록을 다 갖고 있는데 제가 무슨 유착을 했다는 건지 피고인의 입장을 떠나서 모멸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민간사업자였던 사람들은 내가 혐오해 마지않던 부동산 투기 세력들이었고, 이들이 (경기도) 성남(시)에서 발붙이지 못하게 하는 게 중요한 내심의 목표 중 하나였다”며 “그들이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을 통해서 뇌물을 주고 부정거래를 했지만 저는 전혀 그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고, 그들이 원하는 것들을 제 입장에서는 단 한 개도 들어준 게 없다”고 했다.
위례신도시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해서도 이 대표는 “그들과 유착됐으면 조용히 수의계약을 하면 되지 요란하게 공개 입찰을 거쳐 불법까지 하겠냐. 입찰 규정이 없어서 수의계약을 해도 되는 것을 내가 몰랐겠느냐”고 반문했다. 또 “저에 대한 수사는 검사를 수십명 투입해 수백번 압수수색을 하는 등 몇 년 째 하고, 지금도 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또 할 것이며 제가 살아 있는 한 계속하지 않겠나”고 검찰 수사를 비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위례신도시 특혜 의혹 사건 첫 재판에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지팡이 짚고 법정에 출석한 이 대표는 24일간 단식으로 후유증을 앓고 있다고 밝혔다. 이 대표 쪽 변호인은 “(이 대표) 근육이 많이 소실돼 앉아 있는 것도 힘든 상황이다. 얼마 전 영장(실질) 심사에서 8∼9시간 앉아 있어 큰 후유증을 겪고 있고 회복도 더디다”며 재판을 오전에 끝내달라고 요청했다.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여 위례신도시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한 검찰 쪽의 공소사실 모두진술만 듣고 1시간 20여분 만에 첫 재판을 끝났다.
이 대표는 피고인석에 나란히 앉은 정진상 전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에 대한 ‘신체접촉 허가’를 재판장에게 요청하기도 했다. 그는 “보석 조건 때문에 정진상 (전 실장)과 전혀 접촉하지 못하는데 이 법정 안에서라도 휴정하거나 재판이 종료되면 대화하지 않을 터이니 그와 신체접촉을 할 수 있도록 허락해 달라. 한번 안아보고 싶다”고 말했다. 재판장이 허가하자 이 대표는 재판이 끝난 뒤 정 전 실장을 포옹하고 등을 두들기고 악수했다.
지난 3월 이 대표는 성남시장 재직 때 민간사업자들에게 유리한 대장동 개발 사업 구조를 승인해 성남도시개발공사에 4895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 측근들을 통해 직무상 비밀을 업자들에게 흘려 7886억원을 챙기게 한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됐다. 또 성남FC 구단주를 겸임하며 4개 기업의 후원금 133억5000만원을 받는 대가로 건축 인허가나 토지 용도 변경 등 편의를 제공한 혐의 등도 받는다.
재판부는 공판준비기일을 6차례 열고 지난 9월15일 첫 정식 공판을 열 예정이었지만 단식 중이던 이 대표 쪽 요청으로 한 차례 연기됐다. 다음 공판은 오는 17일이다. 앞으로는 많게는 일주일에 2차례 재판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정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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