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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현장리포트] ‘해적’ 앞 무기력한 한국정부/최상원

등록 2006-04-13 17:48수정 2006-04-13 18:33

지난 4일 동원수산㈜ 소속 참치잡이 원양어선 제628동원호가 아프리카 소말리아 앞 바다에서 무장세력에게 나포된 지 열흘이 되었지만, 석방협상이 진척을 보인다는 소식은 아직 들리지 않고 있다.

외교통상부나 동원수산이 하는 말은 나포 직후부터 지금까지 “선원들은 모두 안전하며, 계속해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는 것뿐이다.

동원호를 나포한 무장세력의 정체는 아직도 불분명하다. 상대를 몰라도 너무 모르는 상황에서 과연 우리 뜻대로 협상을 이끌어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 ‘지피지기 백전불태’라는 말을 누구나 알지만, 동원호 석방협상에서만큼은 철저히 무시된 듯하다.

외교통상부는 지난 7일 동원호를 나포한 무장세력은 소말리아의 여러 군벌 가운데 ‘아프웨니에’라는 군벌에 속한 ‘소말리아 마린’이라는 무장세력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외교통상부는 또 소말리아 과도정부 대통령과 총리에게 피랍 선원들이 무사히 풀려날 수 있도록 적극적 협조를 요청했고 약속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동원수산은 무장세력에 대해 “자신들이 뭐라고 하든 관계없이, 그들은 사실상 해적”이라는 시각을 갖고 있다. 동원수산은 소말리아 반군지도자를 대리인으로 내세워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밝혀왔다.

외교통상부와 동원수산의 말을 종합하면, 동원호를 나포한 조직은 해적질로 운영자금을 마련하는 소말리아 무장세력이며, 이들은 현재 소말리아 정부와 반정부군 모두로부터 동원호 선원들을 풀어주라는 압박을 받고 있다.

납치한 소말리아 무장세력과의 협상 답보…현지 협상장엔 한국인 없어


하지만 아프리카 현지언론의 보도는 상당히 다르다. 현지언론들은 “제628동원호를 나포한 무장세력이 협상과정에서 40만 달러를 요구했으며, 이것은 몸값이 아니라 불법조업에 대한 벌금 성격”이라며 “40만 달러는 무장세력의 1차 요구사항일 뿐이며, 현재 무장세력은 한국 원양어선들의 예전 불법조업에 대한 벌금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소말리아 과도정부에 이번 사태의 원만한 해결을 요청한 우리 정부나 소말리아 반군지도자를 협상 대리인으로 내세운 동원수산의 협상전략은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다. 소말리아는 지난해 1월 케냐 등 주변국과 유엔의 도움으로 과도정부를 구성했으나, 예전부터 있던 여러 지방정부가 자체 군사력을 바탕으로 여전히 활동하고 있다. 심지어 일부 지방정부는 독립선언까지 하며 과도정부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제628동원호를 납치한 세력 역시 소말리아 한 지방정부에 소속된 해군 성격의 무장조직으로 추정되며, 이들은 소말리아 과도정부가 발행한 입어허가증을 무시한 채 자신들의 관할 해역에서 조업을 하기 위해서는 자신들로부터 입어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소말리아 현지 협상장에는 한국인이 아무도 참가하지 않고 있다. 우리 정부 관계자들은 소말리아에 이웃한 케냐에서 협상을 독려하고 있다. 동원수산에서 파견한 간부 2명은 소말리아 수산장관이 있는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 머물고 있다. 협상 진행상황은 대리인으로 내세운 사람이 전화로 알려줘야만 알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현재 6척의 한국 국적 원양어선이 제628동원호가 그랬던 것처럼 무장 납치세력의 공격을 받았을 때 달아나는 것 외에는 아무 대책이 없는 완전 무방비 상태에서 소말리아 앞바다에서 조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취재과정에서 만난 원양업계 한 관계자는 동원호 나포사건에 대해 “재수가 없어서 당한 일”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소말리아까지 맡고 있는 케냐 한국대사관은 홈페이지에서 소말리아에 대해 “군벌들이 세력 확대를 위한 자금 마련을 위해 외국인 납치는 물론 소말리아 연안에서의 외국 선박 및 선원 납치행위가 아직도 잔존”, “최근에는 각 군벌이 인근해역에서 불법조업을 자체 단속하고 있어 외국의 선박이 불법 나포되는 사건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음”이라고 거듭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우리 정부가 할 수 있는 것은 이것이 전부이다. 그리고 또다시 우리 어선이 나포되면 제628동원호 나포사건에서 보여주고 있는 모습을 되풀이할 것이다. 너무도 무기력하다.

부산/<한겨레> 최상원 기자 c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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