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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용산 초등생 살해범에 무기징역 선고…‘사형제’ 논란 가열될듯

등록 2006-04-13 19:31

용산 초등학생 살해유기 사건 1심 선고공판이 열린 13일 서울 서부지법 제11형사부(김윤권 부장판사)가 피의자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하자, 유족들이 법정 밖으로 나서며 사형을 선고하지 않은 데 강력히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용산 초등학생 살해유기 사건 1심 선고공판이 열린 13일 서울 서부지법 제11형사부(김윤권 부장판사)가 피의자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하자, 유족들이 법정 밖으로 나서며 사형을 선고하지 않은 데 강력히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재판부 죄질 나쁘나 참회시간 갖도록…
재판장 “사형은 문명국가에서 이례적 형벌”
유족들 재발 않도록 반드시 사형해야
“사형선고” 탄원서 제출…검찰도 “즉시 항소”

용산 초등생 허아무개(11)양 살해범에게 1심 재판에서 사형이 아닌 무기징역이 선고됐다. 재판부가 최근의 사형제 폐지 운동의 흐름을 반영하는 태도를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허양의 가족은 판결에 거세게 항의하며 피고인에 대한 사형 선고를 요구했다. 사형을 구형한 검찰도 즉시 항소하겠다며 판결에 불만을 나타냈다.

서울 서부지방법원 제11형사부(재판장 김윤권)는 13일 허양을 성추행하려다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아무개(53)씨에게 무기징역을, 사체 유기를 도운 아들(26)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 김씨는 나이 어린 피해자를 성추행한 뒤 무참히 살해한 것으로 그 범행의 결과가 너무나 중하고 참혹해 사형을 선고해야 한다는 검사의 주장도 설득력이 있다”면서도 “피고인이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고, 체포된 뒤에는 죄를 뉘우치고 있는 점을 고려해 피해자와 유족에게 참회할 시간을 갖도록 무기징역을 선고한다”고 밝혔다.

재판장은 “사형은 인간의 생명 자체를 영원히 박탈하는 궁극의 형벌로, 문명국가의 이성적인 사법제도가 상정할 수 있는 극히 예외적인 형벌”이라는 의미심장한 한마디를 덧붙였다. 재판부가 이번 판결을 앞두고 사회적 의제로 떠오른 사형제 폐지론에 대해 깊이 고민했음을 드러낸 셈이다.

그러나 법정은 일순간 고통과 비극의 장으로 아우성쳤다. 허양의 부모 등 유족들은 판결이 내려지자마자 방청석을 박차고 일어나 울부짖으며 재판부에 항의했다. 이미 허양의 부모는 김씨에게 최고형인 사형을 선고해 달라는 탄원서를 재판부에 제출한 상태였다.

허양의 아버지(38)는 “우리 딸아이에겐 앞으로 수십년의 인생이 남아 있었다. 저 사람 때문에 10년밖에 못 살고 죽었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반드시 사형에 처해야 한다”고 소리쳤다. 허씨는 “재판장의 자식이 이런 일을 당했더라도 무기징역밖에 안 내리겠느냐”고 묻기도 했다.

검찰도 곧바로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곽규택 담당검사는 “사형제 폐지론이 일고 있는 것은 알지만 사회적 공감대를 어떻게 만드느냐는 문제가 남아 있다”며 “실정법상 사형제가 엄연히 존재하고 있는 만큼 피고인에게 사형을 선고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재판엔 강금실 서울시장 예비후보가 예고 없이 찾아와 재판을 지켜봤다. 강 후보는 판결 뒤 “피고인이 동종 범죄로 집행유예 기간인데도 이런 사건이 발생한 데 대해 마음이 아프다. 이는 우리 사회가 범죄를 방치하고 예방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범인의 처벌뿐만 아니라 예방과 치료에도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판결은 사형제 폐지와 폐지 반대 운동을 벌이는 쪽에도 상반된 반응을 낳았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김명식 팀장은 “피고인의 범행은 전국민의 분노를 샀지만 사형을 선고하는 것은 또다른 인간의 생명권을 박탈하는 것일 뿐”이라며 “사형제 폐지로 나아가는 대세에 부합하는 판결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대한변호사협회 하창우 공보이사는 “재판장이 사형제 폐지에 대한 소신을 갖고 있어 이런 판결이 나온 것 같다”며 “어린이와 여성에 대한 성폭행과 살인 등 잔혹한 범죄에 사형을 선고해 경각심을 일으키지 않는다면 재발 가능성이 많다고 본다”고 말했다.

유신재 기자 oh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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