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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법조리포트] “전관예우를 바라보는 두 시선”/고나무

등록 2006-04-20 08:49

법원장 출신 변호사의 영장심사 변론은 ‘문제’ 없나
“전관예우 오해를 없애기 위해서 법원장 출신 변호사가 선임된 사건은 무조건 영장을 발부해야 하는 것인가”

지난주 <한겨레>가 쓴 ‘전관예우는 죽지 않았다’는 기사(<한겨레>2006년4월12일자 13면 참조)가 나가고 난 뒤 여러 판사들은 이렇게 되물었다. 논란의 당사자인 전 서울중앙지법원장은 “법원장으로 근무할 땐 몰랐지만, 막상 변호사로 활동하니 ‘변론을 안하는 변호사가 변호사인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법원장 출신 변호사라고 변론을 안할 수야 없지 않나”라고 말했다.

“영장실질심사보다 더 중요한 본안소송에도 법원장 출신 변호사가 법정에서 변론을 하는 마당에 단지 법원장 출신이라는 이유로 판사가 변호인을 회피한다면 재판을 진행할 수 있을까요?”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판사로 일했던 한 부장판사에게 “직전 법원장이 변호인으로 영장실질심사에 들어왔다면 어떠셨겠나”란 질문을 던지자 돌아온 답이다.

“법원장 출신 변호사가 영장실질심사 법정에서 변론을 한 것이 법이나 규칙을 어긴 것이냐”라고 묻는다면 “그건 아니다”라고 답할 수 밖에 없다. 기사를 쓴 기자로서 매우 혼란스럽다.

이용훈 대법원장 “(전관예우 막는) 간단한 방법은 전관이 변호사 못하게 하는 것

그러나 이용훈 대법원장이 지난해 9월 국회인사청문회 때 한 말을 되새겨 보면 혼란은 명쾌하게 정리된다. 이 후보자는 당시 전관예우와 관련해 “간단한 방법은 전관이 변호사를 못하게 하는 것”이라며 “70년대에 이런 입법에 대해 위헌 결정이 났으나, 개인적으로는 그 결정에 의문”이라고 답했다. 전관예우에 대한 국민들의 시선과 법조인들의 인식 사이의 ‘거대한 간극’을 인정한 것이다.


법원장 출신 변호사의 ‘과거의 판단’과 ‘지금의 행동’이 불일치한 점도 굳이 사회면 4단을 털어 ‘진부한 물음’을 던진 이유다. 지난해 9월 영장전담 판사 등 서울중앙지법의 몇몇 부장판사들이 변호사, 기업인들과 ‘법구회’라는 친목모임을 만들어 정기적으로 골프를 쳤던 일이 언론에 의해 밝혀졌다.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 등이 국회에서 “이 모임의 회원인 전 영장전담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에게 구속사건이 몰렸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당시 서울중앙지법원장이었던 변호사는 결국 논란이 된 영장전담 부장판사의 보직변경 신청을 받아들였다. 그 판사는 “밖에서 법원을 흔드는 상황에서 계속 영장전담 자리를 지키는 것은 누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말 전관예우 의혹이 의혹에 그친 것이었다면 아무리 밖에서 법원을 흔들어도 보직을 변경할 필요가 있었을까? 그러나 법원장은 ‘남의 오이밭에서는 신을 고쳐신지 않는다’는 오래된 격언을 택했다. 그랬던 전 법원장 출신 변호사가 얼마전까지 원장으로 있던 법원의 영장실질심사 법정에 들어선 것은, 석달전에 자신이 따랐던 격언과는 맞지 않아 보인다.

이홍훈 서울중앙지법원장은 기사와 관련해 “전관예우는 더이상 없다”면서도 “법원장 출신 변호사가 선임된 사건을 형사수석부장이 전담재판하는 ‘특정형사사건 제도’가 위헌적 측면이 있음에도 국민정서를 생각해 유지하고 있으며 당분간 폐지 논의는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을 남긴 교도소 탈주범을 다룬 영화가 1월 개봉했다. 이 탈주사건을 다룬 ‘가는 비 온다’에서 시인 기형도는 “죽은 사람의 음성은 이제 누구의 것일까”라고 물었다. 기형도의 표현을 빌자면, ‘유전무죄’라는 죽은 이의 음성은 아직도 국민 대다수의 것이다. 법관들은 그건 죽은 음성이라고 말한다. 두 개의 시선 사이는 멀다. “국민들의 시선은 오해이며, 오해를 없애기 위해 법원은 할만큼 하지 않았냐”라는 답변에 “아직 할 일이 많다”고 답하고 싶었다. 기사를 썼던 이유다.

(참고 : 95년에 제정된 ‘특정형사사건에 대한 대법원 예규’를 보면, 퇴임한 지 1년이 안된 판사 출신 변호사가 선임된 사건을 ‘특정형사사건’으로 보고 이를 재배당하여 형사수석부에서 전담한다. 지금 국회에 제출된 최종안에는 판사·검사·시민으로 구성된 중앙법조윤리위원회(가칭)라는 독립기구에 법원장 출신 변호사들의 수임건수·내용·수임료 등을 신고토록하는 제안만 담겨 있는 상태다)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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