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비자금 조성 및 경영권 편법승계 등을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는 정몽구 회장이 24일 오전 서초동 대검찰청으로 출두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현장] 오전 10시 현대차 직원 100여명 도열속 대검 출두
정몽구 현대자동차 그룹 회장이 출석하기로 한 24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안팎은, 정의선 기아차 사장이 출석했던 4일 전보다 훨씬 차분한 분위기였다.
대부분 검은색 정장을 차려 입은 현대차 직원 100여명은 대검찰청 좌우 담벼락에 4열 또는 2열 횡대로 서 있었고, 대검 청사 안쪽에서는 10여명의 현대차 임원들이 정 회장을 기다렸다. 100여명의 취재진은 열띤 취재 경쟁을 벌였다.
대검 정문 앞에서는 현대차 부품 하청업체를 운영하다 대금을 제때 받지 못해 부도가 났다는 60대 여성이 1인 시위를 벌이며 정 회장 면담을 요구하기도 했다.
출석 예정 시각보다 5분 이른 오전 9시55분, 검은색 에쿠스 승용차가 대검 정문을 통과했고 정 회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차에서 내린 정 회장은 변호인의 수행을 받으며 천천히 민원실 계단을 올랐다. 시선을 내리깔다가 고개를 들어 앞을 쳐다보기도 하고 옆으로 고개를 돌리는 등 자신에게 쏠린 취재진의 눈길을 부담스러워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포토라인에 선 정 회장은 “국민들한테 죄송합니다. 검찰에서 성실하게 답변하겠습니다”라고 답했다. 이어 “비자금 조성 혐의를 시인하십니까”라는 기자의 질문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곧바로 검찰청사 안으로 들어갔다.
정회장, 범죄 혐의 시인땐 25일 구속영장 청구될 수도
검찰은 출두한 정 회장을 상대로 현대차와 글로비스 등 계열사들을 통한 수백억원대의 비자금 조성과 경영권 편법 승계, 부채 탕감 로비 지시 여부에 대해 집중 추궁할 계획이다. 검찰은 정 회장의 소환조사를 끝으로 현대차그룹의 기업 관련 비리 수사를 마무리하고, 이번 주말까지 정 회장과 아들인 정의선 기아차 사장, 임직원 등을 일괄적으로 사법처리할 방침이다.
그러나 정 회장이 범죄 혐의를 순순히 시인할 경우 이르면 25일께 구속영장이 청구될 수도 있다.
한편 검찰은 비자금 조성과 경영권 편법승계 비리 의혹 등 기업관련 비리 수사를 이번 주에 끝내고 다음 주부터는 현대차 비자금 용처 파악을 통한 정ㆍ관계 로비의혹 수사를 본격화할 계획이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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