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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검찰총장 ‘장고 끝에 강수’ 둔 이유는?

등록 2006-04-27 00:29수정 2006-04-27 16:16

‘경제정의론’이 ‘경제위기론’ 제압…‘원칙에 따른 수사’에 방점
정상명 검찰총장이 26일 오랜 고민 끝에 `정몽구 회장 구속방침'이라는 강수(强手)를 선택한 것은 `경제위기론'보다 `경제정의론'이 법적ㆍ경제적 설득력을 더 갖췄다고 봤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수사기관은 경제적 득실을 따지기 이전에 `원칙과 정의가 무엇인지' 수사를 통해 천명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따라서 현대차의 갖가지 비리 혐의가 드러난 마당에 정몽구 회장을 불구속하는 것은 그런 `정의'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정 총장의 결심이 막판에 경제위기론을 물리친 배경으로 보인다.

국내 재계 서열 2위의 기업집단인 현대차 그룹이 총수 유고 상태에 빠진다면 대외 신인도가 하락되고 협력업체와 지역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걱정할 수 있지만 우리 산업구조가 그렇게 허약하지는 않다는 판단도 강수를 두게 한 요인이다.

◇ `경제정의론'이 `경제위기론' 제압 = 현대차를 비롯한 재계에서 끊임없이 제기한 경제위기론의 핵심은 현대차 같은 덩치 큰 기업집단이 총수의 공백으로 공황상태에 빠질 경우 그 경제적 악영향이 크다는 것이다.

더욱이 현재 유가급등ㆍ환율불안 등 경기적 불안 요인이 겹치면서 현대차 경영 공백이 예상보다 훨씬 클 수 있다는 전망도 `경제위기론'을 뒷받침하는 한 논거가 됐다.

하지만 검찰은 현대차가 단기적으로는 신인도가 하락할지 몰라도 부패한 기업의 환부를 도려냄으로써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고 대마불사(大馬不死)의 사고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기업에 득이 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그룹의 경영권 승계 비리는 정 회장 부자가 과거의 `오너 경영' 체제를 벗지 못하고 무리한 `세습경영'을 시도하다 벌어진 것인 만큼 기업이 실력있는 전문 경영인에게 운영을 맡기도록 하는 게 오히려 나을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만일 검찰이 이번 기회에 기업비리를 엄단하지 않고 `경제논리'에 휘말려 기업 총수에게 면죄부를 준다면 우리나라 기업문화를 바로잡지 못했다는 책임론이 제기돼 역풍을 맞는 상황도 우려한 것으로 관측된다.

정 회장이 구속된다고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구조의 기반이 흔들릴 정도로 산업구조가 허약한 것도 아니고, 단기적인 충격은 시장에서 금세 흡수될 것이라는 낙관적인 경제 전망도 제시된 것으로 보인다.

◇ `원칙에 따른 수사'에 방점 = 정상명 검찰총장은 수사팀이 정몽구 회장 조사를 마칠 무렵 정 회장 대신 정의선 사장을 구속수사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는 쪽에 비중을 두고 정 회장을 선처하는 방안을 신중하게 검토했다.

정 회장은 고령(68세)이기 때문에 구속되더라도 보석 등의 방법으로 석방될 수 있는 반면 정 사장은 경영권 승계 비리의 최대 수혜자이기 때문에 처벌 필요성이 높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룹 비리의 총괄 책임자인 정 회장을 제외한 채 아들인 정 사장만 구속영장을 청구할 경우 수사가 원칙과 균형을 상실했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는 판단이 `정 회장 구속'이라는 강수를 선택하게 된 결정적인 배경이 됐다.

특히 구속영장의 범죄사실을 구성할 때 주범격인 정 회장을 뺀 채 정 사장만 언급할 수 있는 방법이 없고 이후 재판 과정에서 법원의 판단이 뒤바뀌어 정 회장에게 실형이, 정 사장에게는 집행유예가 선고되는 상황도 감안했다.

검찰이 무리하게 정치적ㆍ경제적 판단을 하느라 수사 결과와 사법처리 수위를 일치시키지 못하는 것보다는 `원칙에 따른 수사 결과'를 내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라는 결론에 방점을 찍은 것이다.

김상희 기자 lilygardener@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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