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퍽치기’‘아리랑치기’는 갔다. 이제는 ‘자백치기’?”
취객을 겨냥한 신종 범죄가 경찰 수사망에 걸려들었다. 이 신종범죄는 ‘자백치기’라고 이름이 붙여질 만하다. 술에 취해 정신이 없는 취객을 꼬여 신용카드 비밀번호를 ‘자백’받기 때문이다.
최근에 적발된 한 사례를 보자. 술에 만취한 김아무개씨는 지난달 17일 밤 10시30분께 서울 종로구에서 집에 가기위해 택시를 잡아탔다. 택시기사 권아무개(47)씨는 김씨가 곯아떨어진 것을 보고 ‘오늘도 한 건 하는군’이라며 쾌재를 불렀다. 권씨는 동서울고속버스터미널 근처를 지나다 김씨에게 “택시요금을 결제하는 데 필요하니 신용카드를 주고 비밀번호도 알려달라”고 말했다. 권씨의 친절한 말투에 취객은 비몽사몽 비밀번호를 털어놨다. 일종의‘자백’(?)을 한 셈.
권씨는 곧바로 취객의 돈 빼내기 작전에 돌입했다. 그는 우선 김씨의 신용카드를 가로챈 뒤 김씨에게는 다른 취객으로부터 훔친 카드를 돌려줬다. 자정이 조금 지난 시간 서울 중구의 한 편의점에 들른 권씨는 이곳에 설치돼 있는 현금지급기를 이용해 본격적으로 현금을 빼내기 시작했다. 그가 인출한 현금은 모두 280만원. 5번에 걸쳐 현금지급기에서 130만원을 인출하고, 7차례에 걸쳐 150만원의 현금 서비스를 받았다.
권씨는 그동안 이런 수법으로 2004년 9월부터 지난달까지 192차례 모두 3880만원을 가로챘다. 또 훔친 신용카드로 187회에 걸쳐 3740만원 어치의 신용구매도 했다.
하지만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 술에서 깬 피해자 김씨가 재빨리 신고하는 바람에 권씨는 18일 새벽 돈을 인출하던 현장에서 ‘꼬리’가 잡혔다.
종로경찰서 수사과는 “편의점의 폐쇄회로 사진을 일일이 확인하는 등 힘든 수사였다”며 “아무리 취해도 정신을 바짝 차리고 스스로 비밀번호를 털어놔선 안된다”고 밝혔다.
명심해야 할 것은 ‘자백치기’로 인한 피해는 보상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점이다. 일반적인 신용카드 피해와 달리, 스스로 비밀번호를 유출한 것이므로 은행에서 보상을 받지도 못한다는 것이다. 하나은행 법조타운지점 쪽은 “분실된 신용카드 피해는 본인서명 여부 등을 확인하고 일부 보상받을 수 있으나, 스스로 비밀번호를 말한 경우는 보상받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술이 사람을 마시는’주당들은 “술은 아무 것도 발명하지 않는다. 다만 비밀을 누설할 뿐이다”라는 독일의 극작가 실러의 조언을 자주 떠올려야할 것 같다. <한겨레>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
명심해야 할 것은 ‘자백치기’로 인한 피해는 보상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점이다. 일반적인 신용카드 피해와 달리, 스스로 비밀번호를 유출한 것이므로 은행에서 보상을 받지도 못한다는 것이다. 하나은행 법조타운지점 쪽은 “분실된 신용카드 피해는 본인서명 여부 등을 확인하고 일부 보상받을 수 있으나, 스스로 비밀번호를 말한 경우는 보상받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술이 사람을 마시는’주당들은 “술은 아무 것도 발명하지 않는다. 다만 비밀을 누설할 뿐이다”라는 독일의 극작가 실러의 조언을 자주 떠올려야할 것 같다. <한겨레>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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