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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수도권 폭우 또 ‘인재’…

등록 2006-07-13 00:44

정발산역 폭 8m 터널구멍 합판으로 ‘땜질’
백석동 배수관 “4~5년전도 넘쳐 물난리”
경기도, 호우예비특보 2시간 지나 첫 회의
지하철과 주택가가 물에 잠기는 등 수도권의 이번 폭우 피해 역시 ‘인재’인 것으로 속속 드러나고 있다.

지하철역 인근 공사장의 무신경=12일 오전 경기 고양시 지하철 3호선 정발산역이 순식간에 물에 잠긴 것은 역 인근 공사장에서 지하철역 지하층 구내로 연결되는 통로 공사를 벌이면서 지하 옹벽에 구멍을 뚫어놓고도 ‘합판’으로 허술하게 막아놓은 때문으로 드러났다. 공사장에서 빗물과 흙더미가 연결통로를 통해 지하철역 지하층으로 쏟아져 들어온 것이다.

고양시건설사업소는 올해 말 완공을 목표로 고양시 문화센터인 ‘아람누리’ 건설공사를 대기업인 ㅅ사에 맡겨 진행하고 있었다. ㅅ사는 지난 5월 중순부터 아람누리 지하층과 정발산역을 잇는 연결통로 공사를 시작해 높이 6.2m, 너비 8m, 길이 9m에 이르는 터널을 뚫었다.

이태영 고양시건설사업소 소장은 “지난 7일 두께가 1m에 이르는 지하철역 콘크리트 옹벽을 해체하기 전에 연결 통로와 지하철역사의 레벨 차를 맞추기 위해 지름 30cm짜리 구멍을 냈다”며 “이를 가리기 위해 ‘합판’으로 막아놓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아침 300mm가 넘는 비가 쏟아지자 빗물이 공사장을 거쳐 지하터널 안으로 흘러들었고 높이 6m짜리 연결통로는 금세 거대한 수중터널로 변해버렸다. 정발산역을 침수시킨 물은 인근 마두역과 백석역까지 흘러들었다.

한 토목 전문가는 “보통 지하층에서 공사를 할 때는 침수사고에 가장 신경쓰기 때문에 이렇게 한달 이상 침수 위험이 있는 구멍을 낼 때는 콘크리트 가벽을 세운다”며 “시공사 쪽이 지하층 구조물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펌프장·배수시설 미비=펌프장 시설이 부족한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고양시는 이날 오전 6시께부터 배수펌프장 13곳을 단계적으로 모두 가동했지만, 대부분 배수용량이 1분당 몇백t에 불과해 사실상 무용지물이었다. 1분에 5천t 이상을 배수하는 대화·신평 배수펌프장마저도 기습 폭우에는 역부족이었다.

배수시설을 제대로 정비하지 않은 것도 침수 피해를 늘렸다. ‘계획도시’인 일산 신도시 쪽 도로마저 대부분 물에 잠긴 건 이 때문이라는 것이다. 하수가 역류하면서 집에 침수 피해를 입은 백석동 주민 유봉규(50)씨는 “4~5년 전에도 똑같이 배수관이 넘쳐 물난리가 났었다”며 “근본적으로 신도시 계획이 실패한 것”이라고 울분을 터뜨렸다.


기상청 늑장 예보 논란=기상청은 11일 오후 11시까지도 “서울 경기 강원 영남에 10~40mm 가량의 비가 올 것”이라고 예보했다. 그러다 이날 새벽 3시30분께 서울 경기 대전 충청 지역에 호우예비특보를 내렸고 새벽 5시 호우주의보, 8시10분에 호우경보를 각각 발령했다.

늑장 예보로 피해가 커졌다는 지적에 대해 기상청 쪽은 “적난운 세포가 급속히 발달해 일어나는 집중 호우에 대한 예측 선행 시간은 미국도 50분 내외”라고 해명했다. 기상청의 늑장 예보로 대책을 제대로 세우지 못했다는 경기도 쪽의 주장에 대해선 “경기도의 상황실 책임자들이 바뀌는 기상 예보를 제때 확인하지 않은 채 오보 탓을 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경기도 역시 호우예비특보 발령 2시간반 뒤인 오전 6시께 상황회의를 열었고, 호우경보 발령 뒤인 오전 7시30분께야 김문수 경기지사에게 보고해 늑장대처 논란을 빚었다.

수원/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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