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언론 대책 문건
“우호여론 형성” 문건 추진하고 시장 만날 땐 정보형사 주선
포항건설노조의 포스코 본사 점거 당일, 포항지역 일부 언론사 사장들이 포항시가 주최한 ‘노사분규 대책회의’에 참석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 포스코는 파업 대응책으로 지역언론의 사설·기고 등을 통해 회사 쪽에 유리한 여론을 형성한다는 구체적 방안을 사전에 세웠고, 실제 언론에 보도된 내용 상당부분이 포스코 쪽 계획과 일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역언론사 사장과 대책 논의?=포항시는 지난 13일 오후 4시 시청 상황실에서 박승호 시장 주재로 노동부와 지역 경제계 인사, 언론사 사장 등 11명을 참석 대상으로 하는 ‘노사분규에 따른 지역안정 대책회의’를 열었다. 포항시가 회의를 준비하며 만든 문건에는 건설노조 파업의 ‘조기 해결을 위한 대책 협의’를 위해 연 회의로, 시는 참석자들의 토론 뒤 성명서나 선언문까지 채택하려 한 것으로 나와 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한 지역방송사 국장은 “언론이 미처 파악 못한 문제들에 대한 정보공유 차원에서 간 것일 뿐”이라며 “언론 쪽에선 나와 ○○일보 사장만 참석했다”고 밝혔다. 노조는 이날 오후 2시께 포스코 본사를 점거해 농성에 들어갔다.
지역언론 통해 우호 여론 형성=포스코는 회사 쪽에 우호적인 사설·기고문 등을 지역언론에 실리게 하는 구체적 계획도 세운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미디어오늘>이 인터넷판으로 보도한 포스코의 ‘건설노조 파업 동향 및 대응 관련 보고’(’06. 7. 7 포항제철소) 문건(사진 왼쪽)을 보면 포스코 쪽에 우호적인 사설·기고문·기자수첩 등이 언론사 이름과 함께 나열돼 있다.
실제 이들 언론사 가운데 한 곳은 10일치 사설 ‘경제부터 살려놓고 봐야 한다’를 싣고 “파업기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지역경제가 입는 타격은 심각하고, 노조원이 입는 피해도 늘어난다”고 주장했다. 또 같은날 이 신문에는 포항청년회의소 회장의 기고 ‘포항건설노조 파업 이대론 안된다’, 11일치 다른 신문에는 ‘누구를 위한 파업인가’라는 기고가 실렸다. 포스코와 무관한 인사들이 기고한 이 글들은 사나흘 전에 작성된 포스코 문건에 제목까지 똑같이 적혀 있었다.
문건 작성자인 장성환 포스코 섭외부장은 “기자들과 접촉해 보면 특정 사안에 대해 해당 언론사가 어떻게 쓸지 감을 잡을 수 있다”며 “이에 맞춰 회사에 내부보고용으로 문건을 작성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포스코 문건에 등장한 한 지역언론사 간부는 “사태가 심각한데도 다른 언론에서 많이 다루지 않아, 이런 보도가 필요하다는 자체 판단에 따라 쓴 것”이라고 말했다.
“본때를 보여라”=포스코가 건설노조의 사옥 점거 전부터 정보과 형사의 주선으로 박승호 포항시장과 만나 건설노조에 대한 강경 대응 방안을 논의한 사실도 드러났다.
<한겨레>가 입수한 포스코의 ‘건설노조 파업 관련 박승호 포항시장 면담 결과’(섭외부 지역협력팀, 2006.7.12) 문건(사진 오른쪽)에는, 장 섭외부장 등 포스코 쪽 인사 2명, 포항북부경찰서 정보과 최아무개 경사와 박 시장이 지난 12일 밤 9시20분께 시내버스터미널 앞 ㄹ레스토랑에서 만나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돼 있다.
문건에는 “포스코에서 건설노조의 파업행위를 근절하고자 하는 의지에 공감을 표시하면서 본때를 보이고 과감하게 나가야 한다고 역설”, “(회사의) 입장을 바꿔선 안 되고 초지일관해야 향후 파업을 예방할 수 있음” 등 박 시장이 면담에서 밝힌 의견이 적혀 있다. 문건에는 “회사에 우호적인” 정보과 형사의 역할로 면담이 성사된 것으로 기록돼 있어 눈길을 끈다.
이에 대해 박 시장은 21일 밤 “포스코 관계자는 의견수렴 차원에서 만났을 뿐”이라며 “상대방 말에 맞장구를 쳤을 수는 있어도 한쪽의 편을 드는 발언은 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박용현 손원제 이재명, 포항/박영률 기자 pi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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