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이종욱 세계보건기구 부인 가부라키 레이코
[이사람] 고 이종욱 WHO 사무총장 부인 가부라키 레이코
“남편이 바로 ‘나의 홈(집)’이었습니다.”
가부라기 레이코(61)는 남편이 지금 앞에 있는 것 같다며 내내 글썽였다. 지난 5월 숨진 이종욱 전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의 부인인 가부라기는 남편과의 운명적인 첫 만남과 결혼생활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76년 한센인마을서 의대생·자원봉사자로 만나
남편 사망 뒤 페루 빈곤층 주부들 뜨개질 가르쳐
‘파라다이스 공로상’ 대신 받으려 한국 방문 그가 남편을 처음 만난 것은 지난 1976년 한센병 환자들이 모여 살던 경기 안양시 나자로마을에서였다. 어려운 이웃을 돕겠다며 혈혈단신 한국을 찾았지만 외로움에 부대끼던 일본인 아가씨에게 ‘미래의 남편감’이 준 첫 느낌은 “잘생긴 한국 남자”였다고 한다. 새파랗게 젊은 의대생으로만 여겼던 남편이 환자들을 정성껏 치료하고 친절하게 대하는 모습에서 ‘살아 있는 예수’의 모습을 보았을까. 수녀가 되려던 그는 3년 뒤인 79년 가정을 꾸렸다. 다행히 양쪽 집안의 반대가 없어 결혼 생활은 수월했다고 한다. 늘 서로를 존중하는 아름다운 부부였지만 여느 집처럼 다툼도 ‘가끔’ 있었다. 그는 남태평양의 작은 섬 피지에서 봉사활동을 하던 때 남편이 새우를 먹고 싶다고 했지만 바쁘다며 안 된다고 했던 일을 들려줬다. 고인이 “내가 먹고 싶은 걸 안 해준다”며 ‘귀여운 투정’을 부렸다고 말하는 대목에서 그는 연거푸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남편이 숨졌을 때는 상실감이 너무나 커 앞으로 살 수 없을 것만 같은 절망감에 빠지기도 했지만 미국 유학 중인 아들 충호(28)씨가 있어 견딜 수 있었다고 한다. 가부라기는 5년여 전부터 페루의 자선단체인 ‘파트너 인 헬스’에서 빈곤층 주부들에게 뜨개질과 수를 가르치고 있다. 한해 10달러에 그쳤던 그곳 여성들의 수입이 지금은 700달러에 이를 만큼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고 한다. 남편 못지않게 그 역시 타인을 위한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가부라기는 이 전 총장의 ‘2006 파라다이스상 특별공로 부문’을 대신 받기 위해 지난 12일 페루에서 우리나라로 왔다. “기쁘다”는 짤막한 수상 소감을 전한 그는 오는 15일 대전 국립현충원에 안장된 남편을 찾는다. 상금 4천만원은 모두 칠레의 결핵퇴치 단체에 기부할 예정이다. 글·사진 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
남편 사망 뒤 페루 빈곤층 주부들 뜨개질 가르쳐
‘파라다이스 공로상’ 대신 받으려 한국 방문 그가 남편을 처음 만난 것은 지난 1976년 한센병 환자들이 모여 살던 경기 안양시 나자로마을에서였다. 어려운 이웃을 돕겠다며 혈혈단신 한국을 찾았지만 외로움에 부대끼던 일본인 아가씨에게 ‘미래의 남편감’이 준 첫 느낌은 “잘생긴 한국 남자”였다고 한다. 새파랗게 젊은 의대생으로만 여겼던 남편이 환자들을 정성껏 치료하고 친절하게 대하는 모습에서 ‘살아 있는 예수’의 모습을 보았을까. 수녀가 되려던 그는 3년 뒤인 79년 가정을 꾸렸다. 다행히 양쪽 집안의 반대가 없어 결혼 생활은 수월했다고 한다. 늘 서로를 존중하는 아름다운 부부였지만 여느 집처럼 다툼도 ‘가끔’ 있었다. 그는 남태평양의 작은 섬 피지에서 봉사활동을 하던 때 남편이 새우를 먹고 싶다고 했지만 바쁘다며 안 된다고 했던 일을 들려줬다. 고인이 “내가 먹고 싶은 걸 안 해준다”며 ‘귀여운 투정’을 부렸다고 말하는 대목에서 그는 연거푸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남편이 숨졌을 때는 상실감이 너무나 커 앞으로 살 수 없을 것만 같은 절망감에 빠지기도 했지만 미국 유학 중인 아들 충호(28)씨가 있어 견딜 수 있었다고 한다. 가부라기는 5년여 전부터 페루의 자선단체인 ‘파트너 인 헬스’에서 빈곤층 주부들에게 뜨개질과 수를 가르치고 있다. 한해 10달러에 그쳤던 그곳 여성들의 수입이 지금은 700달러에 이를 만큼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고 한다. 남편 못지않게 그 역시 타인을 위한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가부라기는 이 전 총장의 ‘2006 파라다이스상 특별공로 부문’을 대신 받기 위해 지난 12일 페루에서 우리나라로 왔다. “기쁘다”는 짤막한 수상 소감을 전한 그는 오는 15일 대전 국립현충원에 안장된 남편을 찾는다. 상금 4천만원은 모두 칠레의 결핵퇴치 단체에 기부할 예정이다. 글·사진 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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