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아씨에 대해 재청구된 구속영장이 발부된 것은 `막연한 소문' 수준이었던 각종 의혹이 수사 결과 구체적인 범죄 혐의로 확인되면서 법원이 증거인멸 및 도주 우려가 높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서부지법 형사11부 장진훈 부장판사는 11일 밤 "증거인멸과 도주의 우려가 있다. 구체적인 사유로 사안이 중대하다"며 신씨와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지난달 18일 기각됐던 신씨에 대한 첫번째 구속영장과는 달리 이번 영장에는 각종 범죄 혐의는 물론 이들의 증거인멸 시도와 말맞추기 행각에 대한 소명 자료도 충분히 제시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첫번째 영장 청구 때 사문서 위조 및 행사, 업무방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 신씨의 학력위조와 관련해 이미 확인된 혐의만을 적시하고 횡령 등 추가 혐의는 영장이 아닌 참고자료로만 제출했다가 법원의 `퇴짜'를 맞은 바 있다.
그러나 이번 재청구 영장에는 신씨의 횡령과 뇌물수수의 공범 혐의 등 무려 10여개의 범죄 혐의가 구체적으로 나열돼 있어 당초 "판단할 기록이 없는 혐의를 두고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는 할 수 없다"고 판단했던 법원의 태도도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신씨가 자신이 일하던 성곡미술관에 대한 기업체 후원금과 미술 조형물 알선 리베이트를 개인 용도로 횡령한 혐의, 변 전 실장의 권한을 이용해 동국대 교수로 임용되고 거액의 미술관 후원금을 유치했다는 뇌물수수 및 제3자 뇌물수수 공범 혐의, 김석원 전 쌍용그룹 회장의 특별사면을 주선했다는 특가법상 알선수재 혐의 등이 새로 추가된 혐의들이다.
특히 신씨가 수사 과정에서 증거인멸을 시도했다는 구체적인 정황 증거가 나와 불구속 수사 원칙을 강조했던 법원의 마음을 움직인 것으로 해석된다.
법원 관계자는 "신씨가 변 전 실장과 1년여 전부터 대포폰을 통해 상당히 많은 통화를 했는데 9월 초 해지됐다. 차명전화로 번호를 바꿔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높다고 봤다. 신씨는 또 박 관장에게 `횡령금을 받았다고 말해달라'고 진술해줄 것을 전화로 부탁하기도 했다"며 구체적인 증거인멸 정황이 파악됐다고 말했다.
신씨와 변 전 실장이 미리 말맞추기를 한 뒤 검찰 조사에 임했다는 정황과 구체적인 증거가 없는 혐의 내용에 대해서는 일절 부인하는 식으로 일관했다는 점 등도 증거인멸이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법원이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변 전 실장의 경우도 기획예산처 장관, 청와대 정책실장 등의 직위를 이용해 사찰에 대한 편법 국고 지원을 지시하고 각종 특혜를 대가로 신씨의 교수 채용과 기업체의 미술관 후원 등을 이끌어낸 혐의가 중대하고 증거인멸 및 도주가 우려된다고 판단돼 역시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법원 측은 변 전 실장에 대해 "특별교부세를 개인적인 목적을 위해 이용했다는 점에서 사안이 중대하다"며 증거인멸 우려뿐 아니라 죄질이 나쁘다는 점도 영장발부의 사유가 됐다고 전했다.
강건택 기자 firstcircle@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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