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일 새벽 숭례문이 전날 발생한 화재로 전소돼 진화작업 중 까맣게 타버린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숭례문 화재] 주변 주민들 “국보 1호가 불에 타다니…” 망연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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잦아든 줄 알았던 화마가 결국 국보 1호를 삼켜버렸다. 시뻘건 불길 속에서 한없이 타들어가던 숭례문의 2층 누각은 11일 새벽 1시54분께 거의 흔적도 없이 무너져 내렸다. 기와가 무너지며 난 ‘와르르’ 굉음에 모여든 시민들은 추운 날씨에도 발을 동동 구르며 안타까워했다.
11일 새벽 0시46분께 숭례문 2층 누각 앞부분과 서까래 등이 머금은 물기를 이기지 못하고 조금씩 무너졌다. 초록색 단청은 붉은 불길에 싸여 검게 그을린 채로 힘없이 1층으로 떨어져내렸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머지 2층 누각은 빠른 속도로 무너져 내렸다. 40여분이 지나자 기와와 함께 가운데 부분마저 완전히 내려 앉았다.
현장을 지켜보고 있던 이청자(64)씨는 “9시가 지나서는 명동 입구까지 연기 냄새가 나 큰 불이 났다고 생각했다”며 “국보가 타고 있는데 지켜보고만 있으니 안타까울 뿐”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10일 저녁 9시5분께 숭례문 2층 누각은 흰 연기가 자욱했다. 겉으로는 불길이나 불씨가 보이지 않아 불길은 곧 잦아들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10시30분께부터 연기는 더욱 거세지기 시작했다. 소방당국은 상황을 비상 2호에서 3호로 바꿔가며 소방인원과 장비를 계속 늘려 진압을 시도했다. 그러나 허사였다. 화재를 진압하던 소방관은 “목재가 물을 많이 머금고 있고 안쪽의 불길을 잡기는 어려운 상황이라 2층은 곧 무너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불씨는 2층 누각 천정 부분에서 계속해서 옮겨 붙어가기 시작했다. 11시30분께 기와와 단청 사이로 보이기 시작한 불길은 삽시간에 2층 천정 전체로 옮아갔다. 이 과정에서 소방관이 숭례문 남쪽 현판 부근의 불길을 진압하다 현판이 바닥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기와와 서까래를 들어내서 불길을 잡을 것이라는 소방당국과 문화재청의 예상은 빗나갔다. 소방관은 2층 전체로 번진 불길로 10여미터 떨어진 곳에서 호스로 물을 뿜어낼 뿐 거센 불길에 다가서지 못했다. 온통 까맣게 타버린 600년 역사의 숭례문은 이렇게 스러져 갔다.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숭례문 화재현장] 2층 누각 ‘와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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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례문 화재] 발생에서 진압까지 시간대별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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