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31일 경남 진주에서 열린 혁신도시 기공식에서 노무현 대통령 부부가 참석자들과 함께 사업 시작을 알리는 축포의 단추를 누르고 있다. 진주/청와대사진기자단
‘지역균형발전’ 전면 재검토
국토부 “보완·개선 차원 아닌 것 같다”
행정중심 복합도시도 축소·변경 가능성
국토부 “보완·개선 차원 아닌 것 같다”
행정중심 복합도시도 축소·변경 가능성
새 정부가 혁신도시와 공공기관 이전에 대해 전면 재검토 작업에 들어감에 따라 노무현 정부가 추진해 온 균형발전 전략의 대폭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이에 대해 지방정부와 주민들이 강한 반발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중앙과 지방 사이의 발전 전략을 놓고 큰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노무현 정부는 역대 어느 정권보다 중앙과 지방간, 또는 지역간의 불균형 발전 해소에 큰 관심을 쏟았다. 대통령 자문기관으로 국가균형발전위원회를 설립하고 국가균형발전특별법을 제정했다. 행정수도 이전 작업을 추진하다 헌법재판소에 의해 제동이 걸렸으나, 정권 후반기에 행정중심복합도시, 기업도시, 혁신도시 등을 잇따라 추진했다. 기업도시는 민간기업 유치를 통해, 혁신도시는 공공기관의 이전을 통해 지역 발전의 동력을 만들자는 구상에 따른 것이다.
행정복합도시나 혁신도시 등 균형발전책을 두고는 경제적 효과가 부풀려졌다거나 성급하게 추진됐다는 비판이 나오긴 했다. 또 혁신도시 구상 중 하나인 산-학 연계 클러스터의 분양값이 다른 산업단지에 견줘 높고, 기반시설도 산업단지와 달리 사업 시행자가 부담하게 돼 있어 사업 진척을 더디게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하지만 서울과 지방의 격차를 해소하는 효과를 거둘 것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혁신도시 10곳과 행정복합도시 및 기업도시가 애초 계획대로 추진되면 서울 40만명을 포함한 수도권 140만명의 인구가 지방으로 이전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는 추정한 바 있다. 서울 또한 2개 구 정도의 이전 효과로 부족한 주택과 녹지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새 정부가 이런 균형발전 전략을 보류하거나 대폭 수정한다면 이미 발표한 수도권 규제완화와 맞물리면서, 수도권 과밀화와 비대화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황희연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 회장은 “혁신도시 같은 정책은 효과가 10∼20년 걸려야 나타난다”며 “지난 정부의 정책이 부진한 게 있더라도 새 정부는 정책의 연속성 차원에서 보완을 하며 효과를 극대화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황 회장은 혁신도시의 대안으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발표한 ‘5+2 광역경제권’ 구상이 대두될 가능성이 있다며, “단기간에 효과가 안 보인다고 어느 정도 진척된 정책을 폐기해 버리면, 광역경제권 구상 역시 같은 논리로 다음 정권에서 폐기되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새 정부가 최근 문제를 제기하는 혁신도시만 보더라도 10곳 중 5곳은 이미 착공에 들어갔고, 토지보상 작업도 절반은 마무리됐다. 다시 되돌리기에는 상처가 너무 크다. 혁신도시 등 균형발전책을 수술하겠다는 새 정부의 의지가 상당한 부작용을 빚을 수밖에 없어 보인다. 하지만 토지보상 작업이 더딘 지역을 중심으로 사업을 보류하거나 축소할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게 국토부의 분위기다. 국토부 ‘공공기관 지방이전 추진단’ 관계자는 “국토부로서는 산업클러스터와 배후 주거단지의 일부 토지를 유보용지로 두거나, ‘비즈니스 프렌들리’ 차원에서 최근 새 정부가 밝힌 ‘장기 임대형 산업단지’로 전환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며 “기본적으로 혁신 도시를 보완하거나 개선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청와대는 솔직히 보완·개선만이 아니라 여러 대안들을 이렇게도 저렇게도 고민하는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송창석 기자 number3@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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