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점 100년] 한·일 전문가 56명 설문조사
“식민지배 보상 부족, 원폭피해 조속 해결” 공감
올 하토야마 담화 ‘전향적 해법’ 기대 어려워
‘일왕 방한’ 한국선 조건부 찬성…일본선 반대
“식민지배 보상 부족, 원폭피해 조속 해결” 공감
올 하토야마 담화 ‘전향적 해법’ 기대 어려워
‘일왕 방한’ 한국선 조건부 찬성…일본선 반대
올해는 대한제국(조선)이 일본에 강제로 병합된 지 100년이 되는 해이다. <한겨레>와 한국의 ‘국치100년 사업 공동추진위원회’(위원회)는 과거사 문제 해결을 위해 오랜 시간 활동해 온 한·일 두나라의 진보적인 학자, 변호사, 시민단체 활동가 등에게 새로운 100년을 위해 한·일 두 나라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묻는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양국에서 각각 선정한 50명의 전문가에게 이메일 설문지를 보내, 12월20일부터 열흘간 회신을 보내온 한국 30명, 일본 26명의 전문가 답변을 대상으로 분석을 진행했다. 전문가 설문 결과는 일반시민의 정서와는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새로운 100년을 위한 바람직한 모범답안을 그려봤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으리라 본다.
전문가들이 답변은 비슷하면서도 미묘하게 갈렸다. 한-일 간의 해묵은 과거사 현안에 대한 진단과 해법을 두고서는 한국과 일본의 의견이 대체로 일치했지만, 일부 현안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의견을 내놓아 눈길을 끌었다. 새로운 100년을 위해 한·일 양국에서 해야 할 일에 대해서는 두 나라의 역사인식을 좁힐 수 있는 다면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쪽으로 대다수 전문가들의 의견이 일치했다.
일치하는 의견
1910년 한국 병합 이후 일본이 한국에 입힌 크고 작은 식민지배 피해와 관련해, 그동안 일본 정부가 보여 준 사과와 보상에 대해서는 두 나라 전문가 모두 ‘부족했다’고 의견이 일치했다. 오히려 한국 쪽에서 ‘보통이다’(1명), ‘부족한 편이다’(2명) 등의 소수 의견이 있었지만, 일본 쪽에서는 설문 참가자 전원(26명·100%)이 ‘부족했다’고 답했다. 올해 하토야마 정부는 1995년 ‘무라야마 담화’를 뛰어넘는 새로운 담화를 내놓아야 하고, 그 안에는 ‘식민지배에 대한 사죄와 반성 의지뿐 아니라 이를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까지 담겨야 한다는 데도 한국(28명·93%)·일본(24명·92%) 전문가들의 의견이 완벽하게 일치했다.
조선인 B·C급 전범, 원폭 피해자, 사할린 억류자 등 해묵은 현안을 놓고서도 ‘고령의 피해자들을 고려해 일본 정부가 하루빨리 새로운 법을 만들어 사과·보상을 해야 한다’고 같은 의견을 내놨다. 또 1923년 일본 도쿄 주변의 간토지방에서 발생한 대지진 이후 진행된 대규모 조선인 학살사건, 2002년 9월 ‘북-일 평양선언’ 이후 답보 상태에 빠진 북-일 국교정상화, 재일동포들의 지방참정권 부여 등 미묘한 현안에 대해서도 한·일 전문가들의 생각은 대체로 일치했다.(표 참조)
새로운 100년을 맞아 한국·일본 시민들이 가져야 할 자세를 묻는 주관식 질문에는 거의 대다수의 의견이 “편협한 자국 중심의 국가주의를 버려야 한다”, “서로를 인정하는 사회를 만들려면 공통의 역사인식을 만들어야 한다”, “(일본인은) 불편하더라도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동아시아 시민들을 위한 공통의 역사 교육방법을 개발해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도쓰카 에쓰로 류코쿠대학 법학대학원 교수는 “편협한 국가주의를 극복할 수 있는 교육 방법을 공동 개발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미묘하게 엇갈린 문제들 엇갈린 지점도 있었다. 올해엔 일제 침략과 식민지배를 사과한 1995년 무라야마 담화를 뛰어넘는 수준의 ‘하토야마 담화’가 나오리라는 기대감이 높다. 이를 반영하듯 한국에서는 하토야마 정부가 올해 가장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현안으로 ‘동아시아 국가들과의 과거사 문제 해결’(22명·73%)을 꼽았지만, 일본에서는 현재 미-일 간의 최대 현안으로 떠오른 ‘오키나와 후텐마 기지 문제 해결’(10명·38.4%)을 지적하는 사람이 가장 많았다. ‘실업과 경기 침체’(6명·23%) 등 국내 문제 해결을 지적하는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일부 일본인 전문가들은 하토야마 정부가 정치자금 문제와 경기 침체 등의 영향으로 지지율이 떨어져 “기대했던 역사적인 담화를 내놓지 못할 수도 있다”는 비관적 전망을 내놓았다. 하토야마 정부가 한국이 기대하는 만큼 과거사 문제에 전향적 해법을 내놓지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부분이다. 일본이 과거사를 해결하지 못하는 원인으로는, 한국 전문가들이 ‘일본의 진정성 있는 태도 부족’(21명·70%)을 꼽은 데 견줘, 일본에서는 ‘일본인들의 무관심’(14명·35%·중복 답변 허용)과 ‘일본의 진정성 있는 태도 부족’(14명·35%)이 똑같이 나왔다. 잘못된 과거를 가르치지 않는 ‘일본의 역사 교육’을 문제 삼는 의견도 많았다. 일부 일본 쪽 인사는 “일본인들은 수치심을 배워야 한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천황제’와 관련한 질문에는, 일본 쪽에서 오히려 근본적인 해결책을 요구하는 답변을 쏟아냈다. 한국에서는 일본 정부가 과거사 문제를 전격적으로 해결한다면 일왕이 방한할 수도 있다는 ‘조건부 찬성 또는 조건부 반대’(15명·50%) 의견이 많았다. 이에 견줘 일본에서는 설문 응답자들의 진보적 성향을 반영한 듯 ‘반대’(16명·61.5%)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일부 일본인들은 ‘천황제 폐지’, ‘천황이 실질적인 외교권이 있는 것처럼 행동하는 것은 헌법 위반’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또 일본 민주당이 야스쿠니 신사 문제의 해법으로 내놓은 ‘종교로부터 자유로운 국립추도시설 설치’에 대해, 한국 쪽 응답자들은 ‘A급 전범’과 ‘조선인·대만인의 합사 철회’ 등을 추가로 요구(13명·43.3%)했지만, 일본 쪽 응답자들은 ‘침략전쟁의 상징인 야스쿠니 신사는 존재 자체가 문제’(13명·46.4%·중복 답변 허용)라는 의견을 내놨다. 독도 문제에 대해서는 한국 쪽 응답자들이 ‘일본 정부는 교과서, 방위백서 등에서 독도를 삭제하는 등의 적극적인 대책을 내놔야 한다’(15명·50%)고 주장한 데 견줘, 일본에서는 ‘독도를 양국이 평화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10명·38.4%)는 응답을 가장 많이 내놓았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새로운 100년을 맞아 한국·일본 시민들이 가져야 할 자세를 묻는 주관식 질문에는 거의 대다수의 의견이 “편협한 자국 중심의 국가주의를 버려야 한다”, “서로를 인정하는 사회를 만들려면 공통의 역사인식을 만들어야 한다”, “(일본인은) 불편하더라도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동아시아 시민들을 위한 공통의 역사 교육방법을 개발해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도쓰카 에쓰로 류코쿠대학 법학대학원 교수는 “편협한 국가주의를 극복할 수 있는 교육 방법을 공동 개발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미묘하게 엇갈린 문제들 엇갈린 지점도 있었다. 올해엔 일제 침략과 식민지배를 사과한 1995년 무라야마 담화를 뛰어넘는 수준의 ‘하토야마 담화’가 나오리라는 기대감이 높다. 이를 반영하듯 한국에서는 하토야마 정부가 올해 가장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현안으로 ‘동아시아 국가들과의 과거사 문제 해결’(22명·73%)을 꼽았지만, 일본에서는 현재 미-일 간의 최대 현안으로 떠오른 ‘오키나와 후텐마 기지 문제 해결’(10명·38.4%)을 지적하는 사람이 가장 많았다. ‘실업과 경기 침체’(6명·23%) 등 국내 문제 해결을 지적하는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일부 일본인 전문가들은 하토야마 정부가 정치자금 문제와 경기 침체 등의 영향으로 지지율이 떨어져 “기대했던 역사적인 담화를 내놓지 못할 수도 있다”는 비관적 전망을 내놓았다. 하토야마 정부가 한국이 기대하는 만큼 과거사 문제에 전향적 해법을 내놓지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부분이다. 일본이 과거사를 해결하지 못하는 원인으로는, 한국 전문가들이 ‘일본의 진정성 있는 태도 부족’(21명·70%)을 꼽은 데 견줘, 일본에서는 ‘일본인들의 무관심’(14명·35%·중복 답변 허용)과 ‘일본의 진정성 있는 태도 부족’(14명·35%)이 똑같이 나왔다. 잘못된 과거를 가르치지 않는 ‘일본의 역사 교육’을 문제 삼는 의견도 많았다. 일부 일본 쪽 인사는 “일본인들은 수치심을 배워야 한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천황제’와 관련한 질문에는, 일본 쪽에서 오히려 근본적인 해결책을 요구하는 답변을 쏟아냈다. 한국에서는 일본 정부가 과거사 문제를 전격적으로 해결한다면 일왕이 방한할 수도 있다는 ‘조건부 찬성 또는 조건부 반대’(15명·50%) 의견이 많았다. 이에 견줘 일본에서는 설문 응답자들의 진보적 성향을 반영한 듯 ‘반대’(16명·61.5%)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일부 일본인들은 ‘천황제 폐지’, ‘천황이 실질적인 외교권이 있는 것처럼 행동하는 것은 헌법 위반’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또 일본 민주당이 야스쿠니 신사 문제의 해법으로 내놓은 ‘종교로부터 자유로운 국립추도시설 설치’에 대해, 한국 쪽 응답자들은 ‘A급 전범’과 ‘조선인·대만인의 합사 철회’ 등을 추가로 요구(13명·43.3%)했지만, 일본 쪽 응답자들은 ‘침략전쟁의 상징인 야스쿠니 신사는 존재 자체가 문제’(13명·46.4%·중복 답변 허용)라는 의견을 내놨다. 독도 문제에 대해서는 한국 쪽 응답자들이 ‘일본 정부는 교과서, 방위백서 등에서 독도를 삭제하는 등의 적극적인 대책을 내놔야 한다’(15명·50%)고 주장한 데 견줘, 일본에서는 ‘독도를 양국이 평화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10명·38.4%)는 응답을 가장 많이 내놓았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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