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질 실업 합계’ 공식 실업자수 4배 웃돌아
100만명 “그냥 쉬었다”…56만명 취업 준비
92만명은 주18시간 미만 노동 ‘불완전 취업’
100만명 “그냥 쉬었다”…56만명 취업 준비
92만명은 주18시간 미만 노동 ‘불완전 취업’
공식 실업자에 취업준비를 하고 있거나 그냥 쉬는 사람 등을 합한 ‘사실상 실업자’가 330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이에 비해 공식 실업자는 81만여명에 불과해, 수백만명이 정부 일자리 대책의 사각지대에 놓일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통계청 자료를 보면, 지난해 11월 공식 실업자 81만9000명에 취업준비자와 주당 근로시간이 18시간도 안 되는 초단시간 취업자, 고령층(60살 이상)도 아니면서 그냥 쉬는 사람 등을 더한 사실상 실업자가 329만9000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무려 248만명이 공식 실업자 통계에서 빠져 있는 셈이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적극적 구직활동에 나서지 못하고 있지만 잠재적으로 일자리를 구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간주할 수 있어 학계에선 ‘유사 실업자’ 등으로 분류한다. 공식 실업자 조사에선 지난 4주간 적극적 구직활동을 벌인 사람만 포함된다. 따라서 오랜 기간 입사시험 준비를 하고 있는 사람이나 일할 의사가 있지만 취업이 어려워 구직을 포기한 사람 등은 제외되기 쉽다.
공식 실업률과 실제 국민들이 체감하는 ‘고용한파’ 사이에 괴리가 큰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지난해 11월 실업률은 3.3%로 1년 전보다 불과 0.2%포인트 늘었다. 세계적 경제위기의 파고를 거쳤다는 점을 고려하면 양호한 성적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평균 실업률은 8.8%(2009년 10월 기준)에 이른다.
그러나 공식 실업자에 유사 실업자를 포함하면 사정은 달라진다. 최근 1년 사이에만 36만7000명이 사실상 실업자에 합류했고, 관련 통계가 정비되기 시작한 2003년에 비하면 82만1000명이 늘었다. 이들을 고려해 계산한 지난해 11월의 사실상 실업률은 12.6%로 치솟는다. 가사와 육아, 연로 등 다른 이유 없이 그냥 쉬는 사람들의 경우, 2003년 11월 68만4000명에서 지난해 11월엔 99만9000명으로 49.4%나 증가했다.
전병유 한신대 교수(경제학)는 “고용 없는 성장이 심화되고 2003년 이후 내수경기가 침체되면서 근로취약계층의 고용 여건이 악화돼왔다”며 “건설 일용직과 영세자영업자 등 경기에 따라 반복적으로 실업을 경험해온 이들이 지난해 경제위기로 대거 고용시장에서 밀려났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일용직과 영세자영업자들은 경제위기로 큰 부침을 겪었다. 지난해 11월 일용직 취업자는 1년 전보다 26만4000명이 줄었고, 같은 기간 영세자영업자 수도 35만3000명이나 급감했다. 이들은 대체로 실업급여 등 고용안전망에서도 벗어나 있어 재취업도 쉽지 않다.
이 때문에 고용문제 전문가들은 정부가 고용의 양적 창출뿐 아니라 양질의 일자리 만들기에도 나서야 한다는 주문을 내놓고 있다. 조준모 성균관대 교수(경제학)는 “금융 및 수출대기업이 브이(V)자형의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고용은 엘(L)자형으로 빙하기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지난해 거시경제 진작 차원에서 일자리 대책을 폈다면, 올해는 고용 양극화 개선 등 만성적 고용부진을 개선하기 위한 종합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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