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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검사 상가 갈 때 ‘이건희 전용기’ 내줘

등록 2010-02-01 08:41수정 2010-02-02 21:29

김용철 변호사
김용철 변호사
김용철 변호사 책에 드러난 ’관리의 삼성’
삼성사건 재판장은 2002년 관리 대상
검사 처남 주식손실 보전해 준 적도
이 전 회장 “공짜제품 뿌려 경쟁사 망하게”




“스튜어디스가 무릎걸음으로 와서 시중을 들었다. 동행한 검사들은 신기하다는 듯 연신 두리번거렸다.”

100여명이 탈 수 있는 여객기를 16인승으로 개조한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의 전용기에는 김용철 삼성 구조조정본부 법무팀장과 몇몇 현직 검사들이 타고 있었다. 후배 검사의 상가에 급히 갈 일이 생기자, 이학수 당시 삼성 부회장이 김 팀장에게 회장 전용기를 탈 수 있도록 해준 것이다. 전용기 탑승을 받아들인 검사들과 삼성 사이의 관계를 짐작하게 하는 일화다.

2007년 10월 이른바 ‘삼성 비자금 의혹’을 폭로한 김용철 변호사가 지난 29일 <삼성을 생각한다>(사회평론)를 냈다. 이 책에는 ‘관리의 삼성’이 그동안 법원·검찰·국세청 등 권력기관을 상대로 어떤 형태의 로비를 펼쳤는지와 경영권을 세습하는 과정에서 증거 조작도 마다하지 않는 행태가 반도체 회로도처럼 세밀하게 묘사돼 있다.

<삼성을 생각한다>(사회평론)
<삼성을 생각한다>(사회평론)
김 변호사는 다시 들어도 충격적인 법조계 관리 실태를 털어놓고 있다. 그동안 언급되지 않았던 인사들의 실명을 그대로 써 논란도 예상된다. 한 예로, 참여정부 때인 2007년 김 변호사의 폭로 뒤 청와대 쪽에서 국세청장 후보 3명의 ‘검증’을 그에게 부탁했다고 한다. 결론은 “모두 삼성의 관리 대상”이라는 것이었다. 법관도 예외가 아니었다. “판사의 고교 동창인 계열사 부사장이 관리를 맡았다. 2002년에는 나와 부사장, 판사 셋이서 함께 골프를 치기도 했다”고 김 변호사는 밝혔다. 이 판사는 6년 뒤 터진 삼성사건에서 재판장을 맡았다.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헐값매각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검의 수사 진도가 나가지 않던 당시, 지검장 집엔 삼성 관계자가 드나들며 선물을 갖다줬다는 내용도 실렸다.

삼성 관련 사건을 맡은 부장검사의 처남이 삼성증권에 투자했다가 본 손해를 삼성이 보전해줬다는 주장도 있다. 또 한 대법관에게는 150만원짜리 굴비세트를 보낸 일도 있다고 한다. 보내면서 ‘설마 받기야 하겠나’라고 생각했지만, 굴비는 반송돼 오지 않았다고 한다.

김 변호사는 삼성 임원들이 연루된 사건의 뒤처리도 맡았다고 했다. 임원들이 1999년 성매매를 하다 걸려 검찰 조사를 받을 상황에 처하자 김 변호사가 이를 ‘처리’해 줬는데, 당시 삼성은 성매매를 한 임원과 이름이 비슷한 임원까지도 미국으로 도피시켰다는 얘기가 나온다.

책은 이 전 회장의 제왕적 모습도 자세히 소개한다. 이 전 회장은 삼성 제품의 판매량이 경쟁사에 뒤처지자 ‘모든 가정에 삼성 에어컨과 냉장고를 공짜로 나눠줘서 경쟁사를 망하게 하라’는, 선뜻 믿기지 않는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고 김 변호사는 주장했다.

“거짓이 이겼다고 해서 진실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말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는 김 변호사는 “반도체 기술자보다 비자금 기술자가 대우받는 것이 말이 되는가”라고 묻고 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 2월 3일 알려왔습니다

“검사 상가 갈 때 ‘이건희 전용기’ 내줘” 기사에서 김용철 변호사의 책 내용을 인용해, 그가 ‘후배 검사’ 상가에 갈 때 현직 검사들과 이건희 전 삼성 회장의 전용기를 이용한 것으로 보도했습니다. 이에 대해 김 변호사는 “‘후배 검사’가 아니라 ‘후배 검사 출신 삼성 임원’ 상가인데 책에 잘못 적어 바로잡고 싶다”고 알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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