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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가난한집 아이들, 범죄 무방비 노출

등록 2010-03-11 19:40수정 2010-03-12 09:11

최근 5년 동안 어린이 납치·살해 사건
최근 5년 동안 어린이 납치·살해 사건
가정보호막 허술해 치안사각지대 놓여
재개발지역 환경정비 등 범죄예방 시급
부산 이아무개(13)양 납치·살해 사건 등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유괴·살해 사건이 다세대주택가, 도시 변두리 농가 등 서민층 거주 지역에 집중되면서 ‘가난한 동네가 위험하다’는 사회적 통념이 현실화하고 있다. 사회적 약자층의 어린이들이 다른 곳보다 먼저 범죄에 노출되는 ‘치안 양극화’ 현상이 우려된다.

■ 범죄를 부르는 ‘치안 취약지대’ 이번 이아무개양 납치·살해 사건을 비롯해 2006년 이후 5년 동안 일어난 주요 어린이 납치·살해 사건 5건은 모두 치안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곳에서 발생했다.

이양은 지난달 24일 부산 사상구 덕포동 재개발지구의 다세대주택에서 납치됐고, 대구 달성군 초등생 허아무개(11)양은 2008년 변두리 농가에 살다 납치를 당했다. 경기도 안양시의 혜진·예슬(12)양은 2007년 다세대주택 근처 대로변에서, 서울 용산의 허아무개(11)양은 2006년 도심의 재래시장 골목길에서 실종됐다.

표창원 경찰대 교수(경찰행정학)는 “부유층이 사는 곳과 달리 서민층 주거지역은 지방자치단체의 취약한 재정 때문에 치안시설이 부족해 결국 치안 양극화가 빚어지고 있다”며 “갈수록 재범자들이 늘면서 범인들은 어느 곳이 범행을 저지르기 쉬운지 쉽게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 ‘보호막’ 없이 방치된 아이들 사회적 취약계층에 속해 부모의 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어린이들이 희생양이 됐다.

혜진·예슬이 사건에서 보듯, 형편이 넉넉지 않은 맞벌이 부모가 일하러 나간 사이에 납치되는 사례가 많았다. 조손가정 어린이도 범행 대상이 됐다. 이철호 ‘학벌없는 사회’ 정책위원장은 “초등학교에 들어가고 나면 방과후에 갈 만한 곳이 마땅치 않아 맞벌이 부모가 집으로 돌아올 때까지 방치되는 아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국가청소년위원회가 2008년 청소년 대상 성범죄 2800건을 조사해 발표한 자료를 보면, 하교 뒤 부모가 집으로 올 때까지 공백시간인 오후 2~5시에 가장 많은 819건의 범죄가 발생했다.

박형민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어린이를 상대로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이 어떻게 범행 대상을 고르는지 살펴봐야 대책이 나온다”며 “학교와 지역사회가 공조해 하교 뒤 부모가 돌아올 때까지 공백시간에 아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짚었다.

■ “도시계획 단계부터 범죄 예방을” 이처럼 경제적 빈부차가 ‘치안의 빈부차’로 이어지는 상황인 만큼 정부 차원의 근본적인 치안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경찰은 이양 사건을 계기로 ‘재개발 지역의 방범 활동을 강화한다’는 대책을 내놓았지만, 순찰 강화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표창원 교수는 “경찰의 순찰만으로는 범죄 예방 효과가 제한적이어서 개별 건물에 대한 범죄 예방보다는 지역 공동체 차원의 환경 정비가 필요하다”며 “재개발 지역에선 빈집 출입을 막는 장치가 필요하고, 다세대주택은 동네 사람들이 둘러앉아 쉬면서 마을을 살필 수 있는 작은 공공시설을 만드는 것이 범죄 예방법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김호기 연세대 교수(사회학)는 “치안은 교육·의료와 같은 사회적 보험의 성격이 강한데, 이런 인식이 부족해 치안 빈부차가 나타나고 있다”며 “치안 보조장치를 갖출 능력이 없는 계층에 정부가 더 많은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김연기 기자 yk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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