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한미FTA 반대! 농축수산인생존권쟁취! 식량주권실현!을 위한 전국대회’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연속 기고 ‘FTA와 나’] <4> 시민편
“한미FTA로 얻을 건 별로 없지만 잃을 게 많다”
“한미FTA로 얻을 건 별로 없지만 잃을 게 많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국회비준을 앞두고 나라가 찬반으로 양분되어 있다. 우리와 우리 자녀들의 미래가 달려있는 조약인 만큼 당연한 일이라 하겠다. 그러나 아무리 통상절차법이 없고 국회는 비준권만 있다 해도 통상관료 몇 명이 밀실에서 나라의 법은 물론 국가시스템 전반을 바꿔야 하는 조약을 만들어 국회에 제출한 상태에서, 눈에 보이는 심각한 문제점을 바로잡을 생각은 하지 않고 무조건 비준해야 한다고 나서는 국회의원들은 소임이 무엇인지 의아스럽다.
나의 개인소견을 먼저 밝히면, 자원이 없고 무역으로 먹고사는 우리의 입장에서 외국과의 FTA는 원칙적으로 찬성이나, 이번의 한-미 FTA는 반대다. 그 이유 네 가지를 아래에 간략히 소개해보자.
# 얻을 게 없는 협정 첫째 통상문제만 봐도 우리가 얻을 게 별로 없다. 먼저, 한국과 미국이 발표한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너무 큰 차이를 보인다. 한-칠레 FTA나 한-EU FTA 결과를 보면 애초 정부의 발표가 거짓임이 밝혀졌다. 또한 지난해 기준으로 한국의 대미 상품 흑자는 127억 달러지만, 서비스업에선 123억 달러 적자를 보고 있다.
나아가 협정으로 피해가 예상되는 농수축산분야나 영세 서비스업에 대한 보상 내지 장기대책이 거의 빠져있다. 식량자급을 말로만 할 것이지, 또한 이들 힘없는 서민들의 생계는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 민주주의와 국가 주권 훼손한 불평등 협정 둘째, 민주주의와 국가주권에 대한 훼손이다. 우리의 입법권 즉, 민주주의의 핵심인 국민주권의 원리가 심각하게 침해될 것이란 우려가 있다. 특히 협정의 일부 내용이 우리 헌법까지 위협한다는 점이다. 지난달 미국 의회가 통과시킨 한-미 FTA 이행법안 102조는 협정과 미국법이 저촉되는 경우 미국법이 우선한다고 못을 박았다. 그리고 어떠한 개인도 협정문을 근거로 미국 법원에 권리주장을 할 수 없도록 했다. 이뿐 아니라 미국 연방정부나 주 정부, 소속기관이 협정을 위반하더라도 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 이는 국제법을 무시하는 미국의 예외주의를 우리가 인정해준 심각한 불평등조약이다. 이에 비해 한국에서는 헌법 제6조 1항이 규정한 대로, 비준동의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을 갖는다.
게다가 본 협정문에는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 역진 방지제, 네거티브 방식의 서비스 시장 개방, 미래의 최혜국 대우 등 수많은 위험요소가 있다. 한-미 FTA가 발효되더라도 미국이 대북제재를 지속하는 한 개성공단 제품은 한국산으로 인정돼 관세혜택을 받아 미국에 수출할 수 없다. 헌법 제3조에는 개성도 한반도의 영토로 규정하고 있다.
# 신자유주의로 가는 되돌릴 수 없는 협정 셋째, 우리가 미국에서 도입하려던 신자유주의 경제체제는 ‘월가를 점령하자’는 미국 시민의 구호가 말해주듯 이제 미국에서조차도 용도 폐기된 상태다. 미국에서 FTA 전략을 만든 로버트 졸릭(미국무역대표부 대표)이 “한-미 FTA는 단순한 관세협상이 아니라 상대국가의 규제완화, 민영화를 되돌릴 수 없는 상태로 하는 걸 목적으로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요즘 미국발 금융위기의 여파로 미국에서 일자리는 줄어들고, 양극화는 심화하고, 공공서비스는 하루가 다르게 후퇴하고, 예산부족으로 공교육이 무너지고, 살인적이 의료비와 보험료로 서민들이 허덕이고 있다.
요즘 우리 사회에서도 자살률, 이혼율, 빈곤율, 출산율, 근속연수, 저축율 등이 급격하게 악화하여 한국 국제경쟁력의 유일한 원천인 인적자원이 무너지고 있다. 그러니 누구를 위한 한-미 FTA냐는 질문이 나돈다.
#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는 협정 넷째, 남북통일과 한반도 평화에 대한 우려다. 한반도는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역사에서 임진왜란, 병자호란, 청일·러일전쟁, 6.25전쟁 등의 큰 참화를 겪었다. 한 예로, 우리는 17세기 나라 지도층이 대륙에서 힘의 균형이 변하는 것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잘못된 대외정책(친명배금)을 고수하다가 병자호란을 불러들였다.
요즘 한국의 대중국 수출은 대미·대일 수출액보다 많다. 그래서 한국은 중국 덕에 먹고산다는 얘기가 나온다. 그리고 미국과 달리 중국의 국력은 가파르게 커지고 있다. 그런데 지난 반세기 동안 대북방어를 이유로 주둔해 왔던 주한미군이 처음의 주둔 목적과 역할 변화를 꾀하면서 주한미군기지 통폐합과 이전,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과 군사변환이 있고, 지금 제주도 강정마을에 해군기지가 지어지고 있는데, 불평등한 한-미 FTA까지 비준하려고 한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미국이 힘의 약화를 동맹국가의 역할을 높이는 방향으로 보완하려고 할 경우,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한국은 어느 장단에 춤을 추어야 하나.
# 제2의 을사늑약이라는 말의 의미를 되새겨야 위와 같이 협상의 전말이 불평등조약이고, 우리의 국익이 버려진 대신 미국의 이익이 철저히 관철된 만큼 야당과 시민사회단체에서 제2의 을사늑약이라 부르고 있다.
우리와 달리 통상절차법에 따라 협상의 진행을 보고받고 관여한 미 의회는 지난 2007년 4월2일 한미협상이 처음 타결된 뒤부터 무역위원회(ITC) 산하 30여 곳의 자문위원회 보고서 등을 토대로 협정 내용을 샅샅이 검토해왔고, 두 차례 추가협상 하도록 했다.
끝으로 정부와 여당은 미국 정부가 ISD 조항을 다시 협상한다고 했으니 국회가 비준하자고 한다는데, 이들은 한미 FTA 비준권이 미국 의회에 있다는 걸 모르는가. 대선에서 핵심공약으로 강조한 ‘건강보험 개선법’도 의회에서 반대하는 바람에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게 오바마 행정부의 위상이다. 일제강점기 시절 우리의 선조들은 돈 때문이 아니고 조국의 독립과 민족의 자존을 위해 재산과 목숨을 걸고 일제와 싸웠다.
맹형일(서울 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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