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계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총장이 3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정문 앞에서 열린 ‘서울시 공무원 간첩 증거조작·은닉 사건’ 규탄 기자회견에서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이들은 특별검사를 도입해 이 사건의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간첩사건 증거조작 의혹
윤갑근 대검 강력부장
일부 언론 보도 놓고 일침
“조사받은 사람들 진술과 달라”
검찰, 중국에 사법공조 요청
윤갑근 대검 강력부장
일부 언론 보도 놓고 일침
“조사받은 사람들 진술과 달라”
검찰, 중국에 사법공조 요청
‘탈북 화교 출신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 증거조작 의혹을 조사 중인 검찰이 “특정 세력이 의도를 가지고 사실과 다른 내용을 흘리고 있다”며 사실상 국가정보원을 항해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검찰은 중국 공문서 위조 경위 등을 규명하기 위해 중국에 사법공조를 요청했다.
■ “특정 세력이 사실과 다른 말 흘려” 검찰 진상조사팀을 총괄 지휘하는 윤갑근(50) 대검찰청 강력부장은 3일 “언론 보도 내용 중 조사받은 사람들의 진술 내용이 상당부분 사실과 다르다. 장담컨대 검찰은 (출처가) 아니라고 확신한다. 외부에서 누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하는 말인지 모르겠다”며 “보도 내용에 일정한 방향성이 있는 것 같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윤 부장은 “특정 사람, 특정 세력이 의도를 가지고, (사실과 다른 내용을 흘리고 있다는) 그런 점을 염두에 두고 기사를 작성해달라. (선양 주재 총영사관 소속으로 국정원 직원인) 이인철 영사가 검찰에 와서 설명한 문서 입수 경위와 보도된 이 영사의 진술 내용은 많은 부분에서 차이가 있다. 팩트(사실)와 동떨어지는 부분도 있다”고 강조했다. 윤 부장이 ‘특정 세력’인 국정원을 지칭하며, 여론을 호도하지 말라고 경고를 보낸 셈이다.
대검 디지털포렌식센터가 지난달 28일 간첩 혐의를 받고 있는 유우성(34)씨의 항소심 재판부에 증거로 제출된 국정원·검찰 쪽 문서에 사실상 ‘도장 위조’라는 판정을 내린 뒤, 일부 언론은 ‘국정원이 재중동포 정보원한테서 관련 문서를 받았다. 이 재중동포는 중국 공무원한테 문서를 받았다’는 따위의 보도를 했다. 이는 증거 조작의 책임을 재중동포와 중국 공무원한테 떠넘기는 것이다. 이런 주장은 증거조작 의혹이 불거진 초창기부터 국정원과 공안 검찰 일각에서 제기해 온 터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국정원의 자체 주장과도 어긋난다. 국정원은 위조 의혹을 받고 있는 문서 가운데 하나인 화룡시 공안국의 ‘사실확인서’(검찰이 제출한 유씨의 출입경 기록을 발급한 사실이 있다는 내용)에 대해 “화룡시 공안국이 팩스를 통해 이인철 영사한테 보냈다”고 설명해 왔다. 제3자가 개입될 여지가 없는 것이다. 윤 부장은 “이인철 영사도 (해당 문서를) 팩스로 받았다는 기존 설명을 유지하고 있다. (재중동포 정보원에 관한) 그런 내용은 최초 국정원이 검찰에 보낸 답변서에도 없다”고 말했다.
■ 중국에 사법공조 요청 검찰은 대검 디지털포렌식센터 감정결과, 국정원·검찰 쪽 제출 문서와 유씨 변호인 쪽 제출 문서에 찍힌 삼합변방검사참(세관)의 도장이 서로 다르다고 나왔기 때문에 중국에 도장 원본과 문서 유출 경위 등을 알려달라고 형사사법공조 요청을 했다. 대검은 이날 법무부에 요청서를 보냈고, 며칠 안에 중국 쪽에 전달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중국의 협조를 기대하는 눈치다. 중국 정부가 위조됐다고 밝힌 공문서 3건의 발급 경위에 대한 자체 조사결과와 도장 원본 등을 보내주면 국정원의 해명을 객관적으로 검증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중국이 얼마나 빨리 공조에 응할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중국한테 협조 의무가 있는 것도 아니다.
이인철 영사를 지난달 28일 불러 21시간 동안이나 조사했던 검찰은 지난 주말 외교부와 국정원 소속 직원들을 추가 조사했다. 그러나 검찰은 누구를 조사했는지는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윤 부장은 “조사 대상이 ‘늘었다, 아니다’는 식으로 단정할 수 없다. 추가로 좀 더 확인해야 할 부분은 있다. 외교부 쪽도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검 디지털포렌식센터의 감정 결과가 나오자, 국정원은 “동일한 도장이라 해도 날인시 힘의 강약·인주상태 등에 따라 글자 굵기 등이 달라진다”고 둘러댄 바 있다. 이에 대해 윤 부장은 “(도장을 누르는 힘, 도장의 마모 정도를) 다 감안해서 나온 감정결과”라고 밝혔다.
김원철 기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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