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화교 출신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 증거조작의혹에 연루돼 검찰 조사를 받은 뒤 자살 시도를 한 국가정보원 협력자 김아무개(61)씨가 6일 오후 서울 여의도성모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뒤 중환자실로 옮겨지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자살 시도 ‘간첩 사건’ 국정원 협력자, 청와대 등에 유서
국정원에 대한 원망 드러내…야당엔 “정치적 이용 말라”
국정원에 대한 원망 드러내…야당엔 “정치적 이용 말라”
‘탈북 화교 출신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에서 위조 의혹을 받고 있는 중국 공문서의 입수 및 전달 과정에 관여한 국가정보원 협력자 김아무개(61)씨가 검찰 조사를 받은 뒤 자살을 시도했다. 김씨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국정원 개혁을 요구하는 내용의 유서를 남긴 것으로 확인됐다. 또 김씨가 자살을 시도했던 호텔 객실 벽에는 ‘국정원’이라는 혈서가 쓰여 있었던 것으로 밝혀져, 국정원에 대한 원망을 나타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국정원 협력자인 김씨가 자살을 시도하면서 국정원과 검찰이 간첩 혐의를 받고 있는 유우성(34)씨의 항소심 재판부에 낸 중국 공문서들이 위조된 것이라는 게 사실상 분명해졌다.
검찰 진상조사팀을 총괄 지휘하는 윤갑근(50) 대검찰청 강력부장은 6일 “국정원 협조자를 조사한 뒤 5일 새벽 5시께 돌려보냈는데 자살 암시 문자메시지를 보낸 후 자살을 시도했다. 생명에 지장은 없지만 상처가 심해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검찰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김씨는 이날 자살을 시도하며 A4 용지 4장 분량의 유서를 남겼다. 청와대와 검찰, 야당, 자신의 아들 앞으로 각각 한장씩 쓴 유서였다. 김씨는 유서에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국정원 개혁을 요구하는 한편 야당 대표에게 사건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신에 대한 조사를 진행한 검찰에는 고맙다는 뜻을 밝혔고, 아들에게는 미안하다는 취지의 내용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가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의 증거 위조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에 감사의 뜻을 밝힌 것으로 보아, 국정원이 감추려 하는 사실을 검찰 조사에서 진술한 것으로 보인다. 또 국정원 개혁을 요구한 대목은 국정원이 김씨에게 증거 위조와 관련한 부당한 행위를 요구했음을 시사한다.
검찰은 지난달 28일 국정원이 입수해 검찰에 낸 중국 삼합변방검사참(세관) 발급 문서의 도장과 유씨 변호인 쪽이 낸 문서의 도장이 서로 다르다는 문서 감정 결과를 통보받은 직후, 이 문서를 입수·전달하는 데 관여한 김씨를 처음 불러 조사한 뒤 이후 두 차례 더 조사했다. 검찰은 김씨가 한국에서 국정원 직원으로부터 ‘유우성씨 관련 자료를 구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중국으로 건너간 뒤 삼합변방검사참 명의를 도용해 공문서를 작성하고 관인을 구해 날인까지 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또 김씨는 자살을 시도하면서 호텔 객실 벽에 피로 ‘국정원’이라는 낱말을 쓴 것으로 밝혀졌다. 자살 기도와 국정원 사이에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뜻이다. 국정원이 자신에게 문서 위조를 지시하고 문서 위조의 책임을 덮어씌우려 하는 데 따른 원망을 나타낸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어떤 경우든 김씨가 정상적인 경로로 문서를 입수해 국정원 쪽에 전달했다면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할 이유가 없다는 점에서 해당 문서가 위조된 것이라는 점이 분명해졌다.
김씨는 지난 4일 참고인 신분으로 세번째 검찰에 출석해 18시간 동안 조사를 받은 뒤 5일 새벽 5시께 돌아갔다. 김씨는 서울 영등포동 ㄹ호텔에 투숙한 뒤 낮 12시30분께 검찰 진상조사팀 박아무개 검사에게 자살을 암시하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이날 오후 5시30분께 ㄹ호텔 종업원의 신고를 받은 경찰이 현장에 출동해,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는 김씨를 발견했다.
김원철 박유리 이재욱 기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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